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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굴씨 Jan 14. 2024

보부상백과 미니백

최근 친구와 가방이야기를 하게 되었는데, 그 친구는 보부상 가방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야 필요한 걸 마음껏 넣고 다니며 부족함 없이 다닐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도 그 친구 가방에는 없는 게 없다. 사탕, 상비약, 머리끈 등등 필요한 걸 물어보면 거의 다 있는듯하다. 


들으면서 나와는 반대라고 느꼈다. 내가 가진 가방 중엔 큰 가방은 별로 없다. 

두 개 있긴 한데 들고나간 적이 거의 없다. 

내가 자주 드는 가방 중에 큰 사이즈라고 해봤자 A4하나가 들어가는 정도이다. 외근 갈 때 자료를 가져가거나 받으면 넣을 사이즈 정도는 돼야 해서 이 정도 크기이지, 별다른 일정 없이 없다면 손바닥 두 개정도 되는 크기가 나에겐 적당하다.


그도 그럴게 바깥에 외출할 때 가지고 나가는 짐이 그리 많지 않다.

내 가방 속에 있는 거라곤 휴대폰, 카드지갑, 립밤, 인공눈물, 물티슈 이 정도?



필요할지 안필요할지도 모르는데 들고 다니는 것 자체가 귀찮고 무겁다. 


여자 가방치고는 뭐가 너무 없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주변 친구들을 보면 파우치 하나가 내 가방만하다.


일단 그들이 챙기는 화장품만 해도 미스트, 팩트, 아이라이너, 립밤, 립스틱에다가 물티슈, 티슈, 칫솔, 또 꼼꼼한 친구들은 상비약까지 챙겨서 다닌다. 그 외에도 보조배터리, 핫팩, 여름이면 손선풍기 등등 챙길게 많다고 한다. 


나도 예전에는 화장품은 지금 보다는 많이 가지고 다니곤 했는데, 요즘은 화장품을 거의 하지 않고 하더라도 연하게 하니 딱히 수정화장을 할 일도 없었다. 그래서 입술 정도만 들고 다니게 됐다. 가지고 다니는 소지품이 적다 보니 자연스레 작은 가방을 선호하게 되었고 손에 드는 가방보다는 크로스백처럼 매고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가방을 더 많이 찾게 되었다. 없으면 그냥 없는 대로 생활하는데 익숙해지고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생각해 보면 보부상 가방을 자주 메는 친구들은 계획적인 성향이 강하고 남에게 잘 베푸는 성향이 많은 것 같다. 본인이 사용하려고 하는 물건이 가방에 없으면 너무 불편하다고 했다. 


심지어 이런 것도 챙겨 다니나 싶은 것들도 챙겨 다니는 친구도 있었다. 가끔 이런 것도 챙겨 다니냐고 물어볼 때도 있었는데, 본인이 쓰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까라고 답한 친구가 있었다. 


보부상 친구의 따뜻한 마음
가방 크기에서 느껴지는 배려


미니백을 들고 다닌다고 차가운 건 아니지만, 가끔 생각지 못한 순간에 친구가 내가 필요한 물건을 줄 때 느끼는 감동포인트가 있다. 당떨어질 때 건네주는 사탕이라던지, 발뒤꿈치가 아플 때 밴드를 준다던지. 그리고 내 가방이 작아서 물건이 안 들어갈 때 대신 넣어주기도 한다. 


나도 배려심 깊은 사람이면 좋겠지만... 내가 필요한 것도 무거우면 없이 다니는 사람이라...

다른 방식으로 베풀며 생긴 대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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