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프로덕션 기간이 길 경우 사무실에서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나 캐스팅이 완료되지 않은 경우, 대본이 너무 조금 나와있는 경우, 헌팅 갈 장소도 마땅치 않은 경우, 촬영/방영 날짜가 정해지지 않은 경우. 정말 할 일이 없어서 세 개밖에 없는 대본을 읽고 또 읽고 지문을 달달 외울정도로 또 읽는다.
사실 초고의 경우 몇 번의 수정을 거쳐 완고가 또 나올테니 그리 주의깊게 읽지는 않는데 "대본 읽고 모여서 대본회의합시다."라는 말을 들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대본이 어느 정도 나왔다 싶으면 '씬바이씬'이라는 회의를 진행한다.
실제로 감독님이 어떻게 연출할 것인지를 토대로 현장 준비에 대해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새'가 등장할 경우 실제 새를 준비할지, 아니면 cg로 진행할지, 차가 여러 대 나와야하는 경우 찍을 장소의 공간에 따라 몇 대 정도 차를 준비하면 될지, 조명크레인이나 특수효과들이 필요한지 등 촬영 준비에 대해서 세밀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기때문에 회의 전에 가장 최신버전 대본으로(완고일 경우 완고로) 제작부가 챙겨야 하는 것들. 차량, 휴대폰, 특수효과, 동물, CG, 무술, 조단역을 먼저 체크해서 체크리스트를 작성한다. 현장진행에 필요하기 때문에 체크하는 것도 있지만 미리 작성해놓은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예산을 잡고 계약을 진행하는데도 필요하다.
씬바이씬이 아닌 대본 스토리 수정을 위한 회의일 경우에는
대본을 꼼꼼히 읽으면서 설정이 맞지 않는 부분, 앞뒤가 이상한 부분, 떡밥이 회수되지 않는 부분,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 등을 작가님의 기분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정리한다.
고작 나 따위가 대본에 이러쿵저러쿵 해도 되는가? 라고 생각이 들긴하지만 막상 얘기한 후 나의 의견이 반영되어 수정고가 나오면 그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