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전부터 정신과 치료를 시작했고 선생님께서 종합심리검사를 받아보자고 제안하셨다. 가장 빠른 날짜가 두 달 뒤였던 저번주였고 오늘 종합심리검사결과가 나왔다.
먼저 나의 표면적인 내원사유는 오랜기간 지속된 강박증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된 강박은 약20년간 지속되었고 다행인지 지금은 학창시절의 피나는 노력으로 지금은 0~10중 6정도의 강박을 유지하고 있었다.
학생일 때 강박증은 최악의 상태였으나 돈이 없어 병원을 가지 못했다. 대신 도서관에서 이상심리, 강박에 관한 책을 닥치는대로 읽고 행동치료를 나름 해보려고 노력했고 어느정도는 먹혔다. 하지만 역시 약물과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다. 그럼에도 이미 내 삶처럼 익숙해진 강박에 병원은 가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내가 좋지 않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들자마자 나는 곧바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다.
우울해요. 라는 말을 하기엔 스스로 너무 엄살부리는 것 같았다. 세상은 원래 힘든거고 다들 그렇게 살아가니까. 그래서 뿌리깊은 강박부터 뽑아보자고 생각해서 강박증 치료를 하고싶다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오늘 다 뽀록났다.
종합심리검사와 뇌파검사 등 모든 결과를 종합한 나의 진단명은 강박장애, 주요우울장애였다.
내 뇌파검사 결과는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봐도 매우 극단적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정상적이지 않다. 보통 번아웃이 온 사람의 뇌파가 이런 상태이다. 라고 말씀해주셨다.
어디서부터 시작된걸까, 괜찮아질 수 있을까? 내가 정신력이 약한건가? 별의별 생각이 들었지만 나름 두달간 열심히 먹은 약의 효과인지 그래도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받았으니 나는 한 단계 나아갈 준비가 된건가? 라는 생각도 마음 한켠에 몽글 솟았다.
나는 괜찮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