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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룡 Feb 18. 2023

12. 변명을 해보자면

드라마 촬영 통제로 인해 불편함을 겪으신 어떤 분의 글을 보았다. 

이런 글을 종종 발견하는데 그럴 때마다 달린 댓글들에 어쩔 수 없이 상처를 받을 때도 있다.

이렇게 얘기하면 물론 욕을 많~~이 먹을 수도 있다는 것도 알고 있지만.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빌려 조금의 변명을 해보고자 한다.




지금도 마음 속 한 구석에 콕 박힌 글은

'배우지도 못한 것들이 드라마, 영화 합네~ 하고 벼슬인 것 마냥 어깨에 힘주고 다닌다.'

라는 댓글이었다.


대행사라는 드라마에서

-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고 왜 학교에서 가르치는 줄 알아요? 직업에 귀천이 있기 때문이에요.


라는 대사를 듣고 눈물이 찡- 했었는데... 

아마 눈물이 찡- 했던 이유는 나의 직업에 대해서 그러한 편견을 많이들 가지고 있다는 걸 나 스스로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드라마/영화 판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어느 곳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있지만 이 곳은 더더욱 그렇다. 다양한 전공을 가진 사람들, 이미 다른 업을 경험하다 온 사람들 등등. 그 중 누구도 '배우지 못한 것'이라는 소리를 들을만한 사람은 없다. 지식의 양이건, 삶의 경험치건간에.

이건 이 직업뿐만이 아니라 그 어떤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도 이러한 말을 들어도 되는 사람은 없다.


'벼슬인 것 마냥 어깨에 힘주고 다닌다.'

적어도 내가 아는 스탭들은 '통제'를 해야한다는 사실에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고 진심으로 시민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에 대해서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지금 내가 여기서 뭐하는 짓인가.',  '뭘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하는가.'현타를 (후두려) 맞으면서 가끔은 실제로도 맞으면서 일을 한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작품이 사회에 어느부분은 기여할 수 있다는 사명감을 억지로라도 가지면서.


물론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사람도 있겠지만 적어도 대부분의 이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은 본인들이 그러한 취급을 받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더더욱 조심하려고 한다. 만약 좋지 않은 태도로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마 알바일 경우가 많을 것인데 그 또한 통제를 하라는 지시에 따라 요령없이 시키는대로 일을 해야하니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러한 태도들이 잘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그런 소수의 개념탑재하지 않은 사람들 때문에 다수의 방송/영화쟁이들이 받는 평가들이 조금은 억울하다는 변을 하고 싶었다.




만약, 지나갈 때 쳐다보지 말아주세요! 라는 말을 들었다면 그건 아마 통행을 하는 대신 카메라를 직접적으로 쳐다보면 화면에 얼굴이 다 나오니 쳐다보지 말아달라는 얘기였을 것이다.


통제를 하는 경우 '슛', '컷' 소리에 맞춰 유동적으로 통제를 진행하고 마을버스 등은 통제를 하지 않는다.

전면 통제를 하는 경우는 지자체와 경찰의 허가를 받고 지자체의 규정에 따라 전면 통제를 실시한다.


사진을 찍지 말아달라는 것은 보통 배우들의 초상권 문제와 방영이 시작되지 않은 드라마의 스포일러 때문인데 이건 현장마다 규정이 상이하다. 


조금 떨어져 주세요! 라고 얘기를 하는 건 장비들이 지나가서 위험하거나 카메라 앵글에 걸리기 때문이다.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서 해야하는 일이라 수많은 민원들이 당연히 뒤따라들어올 수 있음을 모두가 인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촬영이 종료되면 주변도 깨끗하게 치우고 시민들의 통행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희망이 있다.




모든 드라마가 오픈스튜디오를 지어서 진행하면 물론 좋겠지만 여건 상 쉽지 않은 환경이기에 통행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 통제를 하는 걸 건방지다거나 어깨뽕이 들어간 걸로 오해하지 않으셨음 좋겠습니다. 항상 죄송한 마음을 가지고 있음을 이해받지는 못하더라도 알아라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 기본적으로 정신없고 빠르게 흘러가는 현장에 목소리가 크다보니 더 고압적으로 느끼셨을 분들이 많이 계셨을텐데 이 자리를 빌어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를 드립니다.

항상 협조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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