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촬영이 끝났다. 요즘은 한 팀으로 촬영을 하니 촬영만 6~8개월 걸리는데, 프리프로덕션 기간까지 합하면 1년이 조금 넘은 기간이었다.
하지만 제작PD는 촬영이 끝났다고 끝난 게 아니지ㅎㅎ
촬영이 끝나면 일단 쫑파티(종방연)을 진행한다. 촬영종료 3주전쯤부터 쫑파티 장소를 미리 예약해놓는다. 쫑파티 장소는 대부분 같은 곳에서 1차, 2차, 3차까지 진행하기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장소 때문에 골머리 썩는 일은 없다. 쫑파티를 하면 스탭들에겐 파티일 수도 있겠으나 제작PD들은 배우들과 스탭들이 정해진 자리에 잘 착석할 수 있게끔 안내하고 행사 진행을 준비한다. (배우, 감독들의 마지막 감사 인사, 럭키드로우 등 행사 진행을 위해 자리가 정해져있는 경우가 있다.) 중간 중간 우리 스탭이 아닌 손님들이 오는 경우도 있고 현장스탭들이 아닌 내부스탭들도 대거 참석하므로 밖에서 계속 대기를 타며 확인한다.
중간중간 스탭들이 1차가 마무리될 것 같은 분위기가 오면 2차 장소에 미리 넘어가서 또 자리셋팅을 해놓고 1차 마무리 공지 후 2차 장소 안내를 한다. 1차에서 못 먹은 고기를 2차에서 술안주로 대충 배를 채우면서 스탭들과 못다한 회포를 풀고, 술에 너무 취해 꽐라가 된 사람들을 안전하게 귀가조치시킨다. 그리고 2차로도 모자라 보이면 스탭들을 데리고 또 3차로 이동... 어찌됐든 종방연도 제작피디들에게는 일의 연장선이다.
쫑파티가 끝나면 끝이냐? 아니? 연출부 사무실을 싹 비운 후, 창고정리부터 끝낸 후 이제는 월말정산 + 전체 정산을 시작한다. 촬영종료 달의 정산을 마무리하고 전체적으로 돈이 제대로 나갔는지 중도금과 잔금을 모두 정산하고 현금제작비가 잘 나갔는지 확인하고 필요한 서류들(제작일지, 계약서, 크레딧 명단 등)을 모두 정리한다. 이 기간이 끝나면 프리랜서 제작PD들의 역할은 거의 끝.
그리고 메인 제작PD 혹은 제작사 소속의 PD들은 후반 작업에 참여한다. 편집실 식구들의 식사와 간식을 챙기기도 하고 편집 과정에서 제작PD가 챙겨야하는 것들을 챙긴다. 이전에는 배우들 출연료를 위해 편집본을 보며 회당 출연료 체크를 했는데 사전제작시스템으로 진행하면서 주로 대본을 기준으로 출연료가 책정이 돼서 확인용 정도로만 체크를 한다. 요즘은 저작권에 예민하기때문에 감독님이 쓰고 싶어하는 음악이 있으면 그 음악에 대한 저작권을 해결하기도 하고, 촬영 중에 놓쳤던 저작물들이 있는지 편집본을 보며 다시 한 번 체크한다. 그 과정에서 나오는 돈(저작물, CG작업 등)들을 정산을 또 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잡다한 실수들이 나올 때도 있기 때문에 항상 긴장의 끈을 놓쳐서는 안된다. (그렇지만 촬영이 끝나면 일단 모두 정신줄을 놓아버리지.)
그리고 이 때는 거의 10 to 5 (재량껏) 시스템으로 사무실로 출근해서 갑자기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지난 결과물들을 돌려보며 추억에 젖는 촬영장 미화 타임이 시작된다. 이때 현장이 모두 미화되어 버려서 '그래, 힘들어도 행복했었지~' 라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데 이 때 정신을 차리지 않고 다음 작품을 또 구해서 들어가면 이제 빠져나올 수 없는 늪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마치 나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