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습 단계
나의 수학 실력은 사칙연산에서 멈추었다. 초등학교 동창인 수학교사에게 나의 수학 실력을 평가받고 싶어 이런저런 상황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수학선생님 왈, 나의 산수 실력을 5학년 분수 곱셈 나눗셈부터 잘못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2014년 나는 5학년 산수부터 차근차근 다시 풀어보았고 이듬해 중학교 1학년 과정까지 독학으로 공부를 마쳤다. 중학교 1학년 1학기는 중간고사는 소수의 이해로 시작하여 소인수 분해 까지였다. 시험 범위를 교과서 하나로만 공부했다. 시험 범위까지 교과서만 3번 다시 보았다. 그리고 교과서에서 제시된 문제만 5번 풀었다. 이 과정 의전체 공부시간은 60시간이었다. 하루에 2시간씩 4주 정도 공부했다. 공부를 마치고 중간고사 시험지를 받아 풀어 100점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국어나 국사와 같은 문과 관련 과목과 생물과 지학과 같은 이해 암기의 과탐 과목도 정리를 해놓았다.
영어를 가르치는 내가 왜 여러 가지 공부를 시도했었다면 학생들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어서였다. 더 나아가 지금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걸어갈 길을 미리 가보고 싶었다. 학생들을 이해하고 싶기도 하고 아들을 더 이해하고 싶기도 해서였다.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열심히'의 마음이 어떻게 풀어질지 무엇 때문에 공부에 대해 아이들이 그리 답답해하는지 그 느낌을 공감하고 싶었다.
예습해라. 공부해라. 복습해라. 많은 문제 풀어라. 반복해라. 요약해라. 주제 찾아라. 요구사항은 많다. 그 말들이 모두 학생들이 할 일들로 모두 당연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 요구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죄인이 되는 아이들이 너무 많이 있다. 나쁜 짓을 해서 아니면 잘못해서 죄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세워놓은 요구를 충족시키기 못해서 죄책감을 느낀다. 자신감이 있는 아이들보다 죄책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훨씬 더 많다. 타의든 자의든 그런 마음이 드는 아이들의 공통점이 있다.
공부를 안 해서 혹은 공부를 못해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아이들의 공통적 특징은 어떤 과목이든 자기만의 공책이 없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나누어준 프린트들을 파일에 곱게 정리해 놓는 것이 최선이다. 그 외에는 받은 프린트물도 정리가 안되어 펄럭 펄럭 날아다니는 게 일쑤다. 깨끗이 정리된 공책과 흩어진 프린트 물에 대한 두 개의 이미지를 상상해보자. 그리고 그 이미지를 아이의 머리 속과 비유해보면 된다. 깨끗이 정리된 자기만의 공책을 가진 아이들은 그 정리된 내용을 다 못 외웠다고 해도 적어도 공부해야 할 내용이 정열 된 느낌이 든다.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프린트물은 받아들인 정보가 흩어져 있는 아이의 머릿속을 상상하게 된다.
좋은 물건을 보관한 장소를 몰라 한참을 찾아야 하는 것처럼, 아이는 받아들인 정보를 기억 속 어디에 두었는지 몰라 필요한 순간에 꺼내지 못하는 혼란을 겪게 된다. 특히 이 혼란이 시험시간에 일어나면 그 아이는 결국 시험을 못 보게 되고 어김없이 죄책감에 빠지게 된다. 한 번 두 번 격다 보면 아이는 스스로를 포기한다.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과목마다 자기만의 공책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수능 시험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이라면 적어도 언어(국어) 다섯 권, 영어 두권, 탐구 두권, 한국사 한 권, 그리고 수학으로 적어도 각 과목의 원리에 대해 정리된 공책 10권 이상은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공책을 바탕으로 배포된 프린트를 정리해야 한다. 이것이 공부의 시작이다. 즉 공책 정리가 예습이다.
공책 정리를 하는 방법은 두 시간이면 설명이 된다. 나이와 학년에 상관 업 이설명을 들은 누구라도 그 방법을 알아듣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방법을 안다고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은 어른이 아닌 이상 공책을 완성하는 학생은 없었다. 어른이 된 재수생이 완성하는 것을 보긴 했다. 학생들은 혼자서 의지를 가지고 하기는 어려웠다. 공책정리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검사하는 사람이 있어야 실천으로 옮겨진다. 예습을 하는 방법을 알아도 실천하기가 어렵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처음 아이가 태어났을 때 분유 룰 먹이고 이유식을 억이고 밥을 먹이듯이 학습의 단계를 모두 함께 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혼자서 해내지 못한다.
얼마간의 관심으로 아이가 잘 자라고 성장하듯이 예습하는 방법을 알고 한 과목이라도 함께 정리를 해준다면 그다음부터는 스스로 지신 감을 얻을 것이다. 그렇게 얻은 자신감으로 다음 과목부터는 혼자서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대학이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분명 아니다. 공부를 잘한다고 행복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나도 '공부해라'라고 들들 볶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공부를 해야만 한다면 그 길을 제대로 인도해주어야 한다.
혹여 자기 공책으로 정리를 못한다면 책에서라도 제대로 섹션은 나누어 표시하고 하루에 30분 정도의 분량 을로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표시해야 한다.
세세하게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모르는 길은 한 번은 같이 가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 후에야 그 아이가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부모가 먼저 체험할 수 있게 된다.
대 제목과 그 하위에 있는 중제 목 시작 부분에 찾아보기표로 표시를 한다. 이미 책에 분류가 되었지만 스스로 대제목과 중제 목을 구분하여 표시한다면 학습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된다. 섹션이 나 위어 진대로 날짜를 대입하고 시간을 대입하여 구체적으로 약속하는 것이 실천할 수 있는 계획 세우기이다.
대제목 속에 나뉜 중제 목 안에도 또 소제목이 구분되어 있다. 소제목을 중심으로 날짜를 계산하는 것이 더욱 구체적인 계획이 된다. 책 한 권을 사서 전체를 분류하는 연습부터 헤야 한다. 책 내용 분류에 걸리는 시간은 두 시간 정도이다.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마찬가지다. 책 내용 분류가 끝나면 구체적으로 학습을 시작한다.
소제목 안에 내용을 보면 전체가 짧게는 8 단락 길게는 12 단락~15 단락으로 나뉜다. 한 단락에서 다룰 수 있는 내용은 한 가지 주제이다. 한 가지 주제가 여러 단락에 걸쳐 소개될 수는 있지만 한 단락에 두 가지 주제가 다뤄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전제에서 한 단락을 이루는 5개에서 8개의 문장은 한 가지 주제를 펼치거나 구체화시켜서 글은 이루어진다. 한 단락을 이루는 문장들을 한 문장으로 요약정리를 한다. 그러므로 8 단락이면 8 문장의 요약 문장이 나온다. 소제목에 속하는 내용이 8 문단에 걸쳐 설명되었다면 8 문장의 요약 문장이 정리가 될 것이다. 이렇게 각 소제목의 내용을 정리하는 것이 하루치의 공부량으로 정하면 책 한 권을 공부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60시간에서 80시간 안팎으로 걸리고 공책정리가 끝나고 내용 파악이 끝나는 단계가 예습의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예습의 단계가 끝난 후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과목 선생님이 중요시하는 부분을 다시 체크해야 헌다. 예습이 되고 자신이 ' 알고 있는 내용'을 수업시간을 통해 선생님과 확인하게 되니 수업이 지루하거나 수업시간에 졸거나 하는 일은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예습이 학습의 첫 단계이다. 예습에 대해서 못 들어본 사람은 한 명 도 없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예습하는 방법을 배운 사람도 한 명도 없다. 자기 스스로 찾아 예습한 사람들 만이 있을 뿐이다. 많은 학생들이 학습의 첫 단추를 끼우지 않고 공부를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그만큼의 학생들이 공부하는데 고전을 격거나 공부를 포기한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밥 먹는 방법 걷는 방법을 몰랐듯이 공부방법을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좋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 가라는 것이 아니다. 학생의 신분을 거쳐 어른이 되어야 하니 그 학생의 신분 때 해야 하는 일을 알려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야 할 일이 공부라면 그 첫 단계인 예습의 단계는 부모가 먼저 인도해 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