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든로우 Dec 20. 2018

하루 종일 떠드는 아이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는 아들이 있다. 그 아이는 정말 쉬지 않고 하루 종일 떠든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한 이야기, 친구들의 행동, 선생님이 한 이야기와 행동들을 엄청나게 쏟아낸다. youtube 영상을 본 후에도 그 내용을 모조리 이야기해야 잠이 든다. 겉으로 보면 얌전하고 의젓한 모습이어서 이 아이의 본모습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이야기를 한다.


아이들과 어른의 세계는 너무나 다르다. 나는 돈을 벌어야 하고, 글을 써야 하고, 밥을 해야 하고, 청소를 해야 하고 매달 밀려오는 청구서를 처리해야 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나의 아들은 그저 주어진 상황에서 보고 느낀 것을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나는 그 상황을 다 아는 것 그 이야기를 흘려듣거나 무시해버리게 된다. 하지만 나의 참을성 있는 아이는 언젠가는 엄마가 자기의 이야기에 관심을 보여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나의 무시함을 참아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떠들어 댄다.


어느 날 이 종알거리는 아들을 위해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초등학생 남자아이들이 좋아하는 히어로 영화인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라는 영화를 예매했다. 극장에 가기 전에 아들은 나를 붙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알아듣지도 못하는 영화 주인공들의 이름을 줄줄 읊어댔다. '마인드 스톤''소울스톤''타임 스톤''파워스톤''스페이스 스톤''리얼리티 스톤'을 이야기하며 영화에서 나오는 스톤이 왜 중요한지 말해주었다. 영화를 보기 전이라 나는 아들이 하는이야기가 재미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영화가 끝난 후 나는 그 이야기를 다시 해달라고 조를 정도로 너무나 흥미진진 해졌다. 영화를 보러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아이는 유튜브를 보고 미리 사전 조사를 한 것이었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아이의 이야기가 모두 이해가 되어서 정말 흥미로웠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 영화를 본 어떤 어른들보다 줄거리와 주인공들의 캐릭터 분석이 정확했다는 것이다. 나보다 더 정확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는 놀라운 능력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바신 이 새롭게 발견한 것들을 가장 사랑하는 엄마 아빠에게 이야기해 준다. 어른들은 삶에 정신을 못 차리고 발견하기 못 한 것들이다. 그리고 자신들이 "모른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이야기가 재미없어진다. 알면 흥미롭다는 것도 깨달을 기회도 놓치게 된다.  기회를 놓친 부모들이 상당이 많다. 어른의 정서에 맞지 않는 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막는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이나 몸짓에서 못마땅한 느낌을 받게 되고 그 이후로 자기표현이 줄어들게 된다.
 



      학교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한 가지 주제에 대해 모둠별로 토론하라는 시간을 제외하고 아이들은 수업시간이든 쉬는 시간이 든 조용히 하라고 종용받는다. 다른 나라에서도 아이들이 떠드는 현상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때 "attention please"  ㅡ 집중해줘. 관심을 보여줘라는 식의 표현을 쓰지 " be quiet ' 'shut up 'ㅡ 조용히 해, 입 닥쳐라는 표현을 쓰지는 않는다. 조용하고 말하지 않는 아이가 순종적인고 이상적인 학생의 모습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자신을 표현하고 주장을 말할 때조차도 죄짓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므로 아이들은 말하지 않게 되고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방법을 터득하지 못하게 된다. 말하는 능력을 서서히 상실해간다. 이 상황에서 영어를 배우는 데는 아이러니 한일이 생기게돤다.





 ' 영어를 잘한다'를 평가할 수 있는 가장 큰 척도는 '말하기 speaking'이다. 글을 잘 읽고 주제문을 만드는 것을 하는 독해 실력이 좋은 학생도 실제로 말을 못 하면 '영어를 잘한다'라고 평가받기 힘들다. 차라리 글을 읽고 내용 파악을 못하는 아이라도 영어 문장을 뭐라고 뭐라고 말하고 있다면 그 아이는 '영어를 잘한다'라고 인정받는다. 하지만 어른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환경에서 입을 닫게 된 아이들은 영어로 말하기는커녕 말하는 것 자체를 안 하고 있다.


     성인 회화로 유명한 '**스쿨'이나 '야*두'의 수업과정은 유요한 한 문장을 대상이나 동사 만을 바꾸어서 10번 20번 반복하여 말하게 하는 훈련이다. 이 훈련에서도 엿볼 수 있듯이 말하는 것도 훈련이다. 같은 문장을 20번 반복해서 말하는 것은 훈련이지만 누군가 내 앞에서 계속 같은 것을 말한다면  듣는 사람은 곤욕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같은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기를 해야만 한다. 같은 내용이라도 시끄럽게 떠들어야 하며 마음껏 표현해야 한다. 스스로 말하는 훈련 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 어른으로써 듣고 싶지 않고 쓸데없는 이야기처럼 들릴지라도 아이가 말하는 것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아이여야 영어를 배울 때도 글로 읽고 이해한 것을 말로 표현하려고 할 것이다.


영어 회화를 유창하기를 바라면서 어린아이가 어떤 말이라도 시도하려 할 때 조용히 시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어떤 언어든지 듣고 배우는 데로 하루 종일 떠들게 내버려두어야 한다.

하루 종일 떠드는 아이와 함께 한다는 것은 많은 인내가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말하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익숙해져야 하는 인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법 용어 정리의 중요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