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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웅 Jun 08. 2020

헌법에 새겨진 그들만의 자유

다큐멘터리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리뷰


지난 5월 25일, 미국의 조지 플로이드라는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에 의해 체포되던 중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질식사했다. 일명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이라 불리는 이 사건은 그의 사망 과정을 촬영한 영상이 SNS를 통해 유포되며 확산되었고, 'Black Lives Matter' 운동이 다시 힘을 받게 되었다. 이후 약탈과 방화를 동반한 폭동이 계속되며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악화되고 있다.


'Black Lives Matter' 운동은 2012년 '트레이본 마틴 살인사건' 이후 흑인을 대상으로 한 정부의 공권력 남용에 항의하기 위해 시작된 흑인민권운동이다. 미국에서 흑인에 대한 공권력 남용이 벌어진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마틴 루터 킹은 아버지가 백인 경찰에게 인종차별적 검문을 겪은 적이 있다고 했고, 말콤 엑스도 무장하지 않은 흑인들이 경찰에 의해 살해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물론,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판단하는 것은 섣부른 일인 데다 필자 스스로도 흑인 인권에 큰 관심이 있었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다만,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같은 사례를 접하면서 흑인에 대한 미국의 공권력 남용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은 누구나 느꼈을 것이다.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포스터 ⓒ NETFLIX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심층적인 분석과 다른 관점에서 보고 싶어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국 수정헌법 제13조>를 봤다. 이 다큐멘터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명료하다. "흑인을 향한 인종차별이 헌법을 기반으로 교묘하게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모두 아는 것처럼, 남북 전쟁 이후 노예제도는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지만 그 헌법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흑인 노예화는 현재 진행 중이라는 주장이다. 수정헌법 제13조는 아래와 같다.

제1항: 어떠한 노예 제도나 강제 노역도, 해당자가 정식으로 기소되어 판결로써 확정된 형벌이 아닌 이상, 미합중국과 그 사법권이 관할하는 영역 내에서 존재할 수 없다.


다시 말해 어떠한 방법으로든 흑인을 감옥에 넣을 수 있다면, 그들을 노예처럼 부릴 수 있는 조건이 성립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예제도 폐지된 이후에도 이러한 방법을 통해 흑인에 대한 핍박은 계속됐다. 결국, 감옥에 투옥된 재소자의 수는 말도 안 되게 증가했고, 미국은 세계에서 죄수 수감률이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미국 수정헌법 제13조> 스틸컷 ⓒ NETFLIX


헌법의 틈을 이용해서 흑인에 대한 탄압이 계속되고 있다는 가설은 꽤 흥미로웠다. 해당 문제에 대한 전문가와 관계자들의 인터뷰, 생생함을 전해주는 영상 자료, 다양한 인포그래픽을 통해 근거를 내세운다. 문제에 대한 직관적인 가사를 담은 노래를 중간중간 배치해 청각적으로도 매우 풍성했던 콘텐츠다.


다만, 다큐멘터리는 제작진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자 가설 중 하나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정보와 논리를 바탕으로 의견을 주장하지만, 어디까지나 제작진의 주관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섣불리 객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특히, 사회 고발과 관련된 다큐멘터리를 볼 때면 이러한 점을 더욱더 유의하려고 한다.


결론적으로, 사회 고발 다큐멘터리라는 점에서 유의할 점은 있지만 콘텐츠 구성만 놓고 봤을 때는 직관적이고 풍부해서 좋았다. 요즘 펼쳐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흑인에 대한 미국의 공권력 남용 문제에 관심이 생겼고, 흥미로운 가설과 함께 더 알아보고 싶다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미국 수정헌법 제13조>를 추천한다.




[감상노트]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도서, 인터뷰,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고, 이에 대한 감상을 기록합니다.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contents-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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