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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웅 Jun 01. 2020

수사극이라는 새로운 노선

드라마 <설국열차> 리뷰


올해 상반기에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을 한 명 선정한다면, 영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을 고르고 싶다.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에 이어 아카데미 시상식 4관왕(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을 달성한 그는 명실상부 한국영화사의 아이콘이자 대중성과 독창성 모두를 세계적으로 인정 받은 거장이 되었다. 아마 봉준호 감독 본인에게도 올 한해에 대한 감회는 남다를 것 같다.


영화팬으로써 <살인의 추억>, <마더> 등 그가 그동안 만들어온 작품 대부분을 좋아하고 높게 평가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2013년에 개봉한 <설국열차>는 타 작품과는 또 다른 강렬한 인상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의 첫 외국어 영화라는 신선함과 독특한 세계관의 매력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7년이 흘러 2020년, 재미있게도 세계적인 거장이 된 봉준호 감독의 다음 행보는 다시 '설국열차'였다.


설국열차 포스터 ⓒ NETFLIX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설국열차>가 지난 5월 25일 운행을 시작했다. 7년 전 나온 영화 <설국열차>를 드라마 시리즈로 확장한 작품으로,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이 프로듀서로 참여해 제작 단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드라마는 총 10부작이며, 방영 첫째 주에 1·2화를공개한 후 매주 월요일에 한 편씩 공개된다.


드라마 <설국열차>는 영화와 큰 궤를 같이 한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지구의 기온을 낮추는 화학약품을 만들었으나, 그 부작용으로 지구는 꽁꽁 얼어붙게 된다. 인류 절멸의 위기 속에서 1001칸 길이의 거대한 방주 '설국열차'에 올라 살아남은 이들의 생존기를 그린다. 여기까지만 보면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드라마 <설국열차>는 영화의 주제의식은 이어받으면서도 영리한 변주를 시도한다. 바로, '장르의 확장'이다.


설국열차 스틸컷 ⓒ NETFLIX


드라마 <설국열차>의 극 초반부를 다루는 주 내용은 열차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다. 이를 꼬리칸의 정신적 지주이자 전직 형사인 '레이턴'이 수사를 진행하게 되면서 영화와는 다른 미스터리 스릴러 장르의 옷을 입는다. 사건에 따라 밝혀지는 비밀과 이를 숨기는 듯한 사람들의 모습은 마치 한 편의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설국열차>에 <오리엔트 특급살인>을 합치면 이런 느낌일까?


영화에서 워낙 계급에 따라 분류된 세계의 갈등과 혁명의 과정을 잘 그려냈기에 드라마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낼 수 있을지 내심 걱정했다. 아직 1·2화만 감상한 상황이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영화와는 또 다른 서스펜스를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또한, 열차의 절대 권력자 윌포드의 예상치 못한 정체라던가, 제니퍼 코넬리가 맡은 멜라니의 캐릭터의 매력도 앞으로가 기대되는 주요 포인트다.


다만, 영화처럼 극적인 혁명의 과정을 기대한 이들에게는 덜 흥미로울 수 있으며, 영화와 비교했을 때 부족한 CG는 아쉬운 점이다. 물론, 이러한 단점은 앞으로 남아있는 회차가 많이 있으니, 충분히 상쇄할 수 있는 전개가 나올거라 예상한다. 과연 영화와는 같은 세계관, 다른 운행방식으로 나아갈 <설국열차>가 수사극이라는 새로운 노선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앞으로가 기대되는 초반부였다.


설국열차 글로벌 포스터 ⓒ NETFLIX


추가로, 드라마 <설국열차>의 메인 포스터를 자세히 보면 깨알같은 재미를 발견할 수 있는데, 열차 밖의 풍경이 나라마다 다르게 구성되어 있다. 파리의 에펠탑을 비롯해 대만의 101타워,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리우데자네이루의 예수상, 멕시코시티의 독립기념탑 등 각 국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들이 눈길을 끈다. 우리나라 버전에는 남산타워가 위풍당당(?)하게 자리하고 있다.





[감상노트]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도서, 인터뷰,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고, 이에 대한 감상을 기록합니다.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contents-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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