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태웅 May 25. 2020

쏟아지는 비를 함께 맞을 수 있는.

도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 리뷰


최근 들어 코로나-19로 인해 '역학조사'라는 말을 자주 접하게 된다. 역학(epidemiology)은 질병의 원인을 찾는 학문이다. 병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찾아내 확산되는 것을 막는 것이 바로 역학조사의 역할이다. 이러한 분석 과정을 통해 질병의 원인이 바이러스인지, 인체에 위험한 물질인지 명확하게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타인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듣거나 직장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당했을 때 느끼는 감정과 경험도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을까? 도서 <아픔이 길이 되려면>에서는 역학자 중에서도 ‘사회 역학자(social epidemiologist)’인 김승섭 교수가 사회적 경험이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 ⓒ 출판사 동아시아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따뜻한 팩트 폭행을 하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각 사례에 대해 굉장히 날카롭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공한다. 직접 연구에 참여해 만들어낸 데이터도 굉장히 많고, 시각적으로 보기 편하게 표와 그래프를 잘 활용했다. 그래서 그런지 가독성도 좋고, 몰입감도 좋다.


무엇보다 좋았던 점은, 이러한 데이터를 따뜻하고 배려 깊은 언어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혐오, 차별, 고용불안, 재난 등 입에 담기 조심스러운 사회적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처럼 문장 하나하나에 배려가 넘친다. 민감할 수 있는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그나마 편안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사려 깊은 마음이 있기 때문일 거다.



책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쏟아지는 비를 멈추게 할 수 없을 때는 함께 비를 맞아야 한다는 거였어요. 피하지 않고 함께 있을게요."


저자의 바람처럼 우리는 이기심을 뛰어넘는 삶을 살고, 함께 아파하고 기뻐할 수 있는 감수성을 가질 수 있을까? 함께 비를 맞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는 없지만, 이 책을 통해 그런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자극을 받기에 충분했다. 적어도 사회적 상처에 대한 관점과 배려심을 곱씹을 수 있는 전환점은 될 것 같다.





[감상노트]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도서, 인터뷰,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고, 이에 대한 감상을 기록합니다.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contents-note



매거진의 이전글 리메이크의 새로운 전환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