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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태웅 Jun 15. 2020

'부부의 세계'의 매운맛 상위호환

드라마 <와이 우먼 킬> 리뷰 & 왓챠 익스클루시브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는 부부간에 벌어진 불화를 적나라한 연출로 보여주면서 크게 화제가 됐었다. 빠른 전개에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상반기 최고의 콘텐츠가 되었고, 주연을 맡았던 배우 김희애는 제56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미 종영한 <부부의 세계> 이야기로 포문을 연 이유는, 이번에 감상한 드라마 <와이 우먼 킬> 때문이다. 각각 다른 시대를 사는 세 부부의 불화와 살인사건을 다룬 드라마다. 포스터에 적힌 '살인이 이혼보다 싸다'라는 캐치 프레이즈만 봐도 이 드라마가 얼마나 파격적인지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와이 우먼 킬> 포스터 ⓒ 왓챠플레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소도시 패서디나의 한 저택에서 1963년, 1984년, 2019년에 걸쳐 총 세 번의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사건의 중심에는 각 시대별로 전업주부인 베스 앤, 사교계의 유명 인사 시몬, 변호사 테일러라는 세 여성이 있다. 누가 누구를 죽이는지는 마지막화에 가서야 알 수 있지만, 처음부터 확실하게 알 수 있는 점은 모든 사건의 원인이 여자들의 '남편'에게 있다는 것.


이러한 상황 설정만 보면 다른 치정극과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와이 우먼 킬>은 그동안 봐왔던 무겁고, 음울한 치정극과는 결을 달리 한다. 인기 시리즈 <위기의 주부들>을 집필한 작가 마크 체리는 매력적인 캐릭터 구축과 다양한 소재, 짜임새 있고 빠른 스토리 전개는 보는 이들을 단숨에 몰입시킨다.


왼쪽부터 베스 앤, 시몬, 테일러 ⓒ 왓챠플레이


연출 또한 대단하다. 옴니버스 방식으로 세 부부의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세 가지의 이야기 중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다른 재미를 준다. 엄밀히 말하면 옴니버스보다 차원이 높은, 세 가지 이야기가 동시다발적으로 평행선을 그리는 느낌이랄까. 영화 <500일의 썸머>를 연출한 마크 웹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은 이 드라마를 재기 발랄하면서도 세련된 치정극으로 만들었다.


특히, 마지막화에 펼쳐지는 약 20분 간의 연출은 모든 떡밥을 회수하는 역대급 장면이니 기대해봐도 좋다. 개인적으로는 베스 앤 역할을 맡은 지니퍼 굿윈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고,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듯한 루시 리우는 반가워서 좋았다. 파격적인 오프닝 애니메이션을 비롯, 신선하고 재밌는 장면이 많았던 작품이다.



왓챠 익스클루시브 콘텐츠 ⓒ 왓챠플레이


최근 들어 왓챠가 정말 열일한다고 느낀 것은 <와이 우먼 킬>과 같이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드라마를 독점적으로 공개한다는 점이다. 왓챠플레이의 독점 콘텐츠 브랜드 '왓챠 익스클루시브'는 출시하는 작품마다 크게 호평을 받고 있다. 왓챠 독점 콘텐츠의 시작은 박찬욱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 <리틀 드러머 걸>이다. 1979년 이스라엘 정보국 비밀 작전에 연루되어 스파이가 된 배우 찰리와 그녀를 둘러싼 비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 스릴러다. 지금은 대세 배우가 된 플로렌스 퓨의 주연작이다.


또한, 체르노빌 원전 사고를 다룬 <체르노빌>, 가장 현실적인 근 미래를 다뤘다는 호평을 받은 <이어즈&이어즈>까지 필자가 인상 깊게 본 작품이 많다. 필자가 아직 보지 못한 작품 중에는 배우 산드라 오에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안긴 <킬링 이브>, HBO가 제작한 첫 비 영어권 드라마 <나의 눈부신 친구> 등이 있다.


이처럼 놀라운 선구안(?)을 보이는 왓챠플레이 덕분에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나게 됐고, 자연스레 다음 독점 콘텐츠를 기대하게 되었다. 사람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또한 우리나라 대표 OTT 서비스로써 어떤 콘텐츠를 배급해야 하는지에 대한 왓챠플레이의 깊은 고민이 느껴진다. 앞으로 왓챠플레이를 통해 숨겨진 명작을 많이 만나볼 수 있길 바란다.



[감상노트]

영화, 드라마, 다큐멘터리, 도서, 인터뷰,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를 보고, 이에 대한 감상을 기록합니다.

*매거진: https://brunch.co.kr/magazine/contents-n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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