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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한게릴라 Oct 22. 2021

116세의 프랑스 국민캔디, 베카신!

브뤼노 포달리데, 엉뚱발랄 프렌치 감성영화<베카신!>

 어느날, 문득 한 편의 영화를 고르는데는 사실 특별한 이유가 없다. 내가 영화를 고르는 방식은 그날 그날의 기분과 관심사에 따라 아주 직관적인 편이다. 기분이 우울한 날에는 유쾌하고 발랄한 코미디 영화를, 촉촉한 감성에 젖는 비가 내리는 날에는 음악 영화를, 위로를 받고 싶은 날에는 따뜻한 가족 영화를 본다. 기타 레오 까락스와 미쉘 공드리, 아녜스 바르다와 같은 그날 유독 꽂힌 감독을 선정해 두고 기간을 두고 연달아 그와 관련된 작품을 보거나, 지인의 추천을 받는 식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감각적이고 창의적인 서사와 프렌치한 감성과 배경이 있는 프랑스 영화에 취향이 많이 편중된 편이긴 하다.


우리나라에서 대중영화가 아니라 예술영화로 알려진 프랑스 영화가 어렵고 난해하다는 인식 때문에 지인들과 함께 편안하게 공유할 프랑스 영화를 찾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오늘 소개할 영화는 익숙하고 어디선가 봤을 법한 캐릭터와 빠른 전개로 누구나 유쾌하게 웃음지을 수 있는 영화다. 더불어, 프랑스 시골마을을 여행하는 듯한 예쁜 배경에 동화를 보는 것 같은 프렌치한 감성은 덤이다. 나의 분명한 취향과 대중성을 모두 만족시키는 셈이다.


116세 프랑스 국민캔디, 베카신!

 프랑스어로 베카신은 ' 둥지에서 나온 도요새' 뜻한다. 영화는 이름과 같이 그녀는 어린아이와 같은 맑은 영혼의 소유자로 고향인 부루타뉴를 떠나 파리로 오면서 좌충우돌한 일상을 그린 만화로 먼저 탄생됐다. 1905 프랑스의 '쥐제트의 일주일' 주간지의 빈자리를 메우기 위해 프랑스 화가 조셉 패뇽에 의해 연재된 베카신은 단숨에 인기만화로 등극했다.  , 만화는 30여년간 30여권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만화와 관련된 캐릭터 상품들이 뜨거운 인기를 받았다. 주인공인 베카신은 올해로 116살이 되는 프랑스의 국민 캐릭터로, 프랑스 만화의 최초의 여자 주인공이기도 하다.



  알고 있는 들장미소녀 캔디 역시 1 세계대전 전후의 영국과 미국을 배경으로  순정만화로 일본 나카요시에서 연재되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국민 캐릭터다. 밝고 씩씩한 소녀가 인생을 개척해 나가는 성장만화라는   속에서 베카신과 캔디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캔디는  읽고 나면, 소녀 성장물인지? 운명적인 사랑이야기인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잘난 남자를 만나 신분 상승을  생각은 없었지만, 캔디가 어쩌다 보니 남자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을 하게 됨에 따라 일반적인 신데렐라 스토리의 전철을 밟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굽슬거리는 긴머리에 원피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눈망울을 가진 캔디가 어려움이 닥쳐도 울지않는 밝고 명랑한 고아라는 점에서도 진부한 느낌이 있다. 캔디라는 캐릭터 만이 가지는 외형과 환경적인 특징이나 성격적인 매력이 예상을 뒤엎거나, 진보적인 느낌을 주기 보다 기존의 여성 만화 캐릭터의 발자국을 따라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베카신은 하얀두건에 초록원피스, 빨간오리우산을 들고 엉덩이를 씰룩이며 씩씩하게 걷는 모습으로 등장하며 시작부터 매우 신선한 인상을 준다. 베카신은 기존 여성 캐릭터가 가지는 특출난 외모도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스토리적 라인이 없는 엉뚱한 시꼴뜨기 소녀다. 하지만 그녀는 전기, 전화, 영화의 발명을 경험하고 자동차 운전은 물론 비행기 조정까지 섭렵한다. 또한, 세계대전에도 참가하는  20세기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 독립적이고 진취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활약한다.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베카신의 모습은 빨래, 바느질, 밭일  하나  부러지기게 못하고 실수남발하지만 마냥 사랑스럽기만하다. 또한 그녀의 티없이 환한 마음은 보는 이로 하여금 묘하게 싱그러운 위로를 주기도 한다.


땡땡 스타일의 시초! 베카신!

베카신 그림체는 벨기에의 유명 캐릭터 땡땡 스타일의 시초이기도 하다. 단순하고 깔끔한 둥근 선으로 명암없이 모든 색과 움직임을 일정한 두께와 윤곽으로 배치하여 명랑하게 표현하는 클리어 라인(Clear Line) 은 틴틴과 꼬마 니콜라에서도 이용된 스타일이다. 베카신의 클리어 라인 스타일은 에르제 땡땡을 비롯하여 대중만화의 선구자로 역할을 한 것이다.  

1960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가수 였던 가수 샹달 고야가 '베카신은 나의 사촌!'이라는 노래를 불러 뜨거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또한 베카신인 탄생했던 100주년이 되던 2005, 프랑스 우체국에서는 베카신을 위한 100주년 기념 우표를 발행하고, 구글에서는 검색 엔진 로고를 베카신 캐릭터로 제작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은 캐릭터 베카신이 영화로 만들어 지는 것은 어쩌면 일찍이 예견된 일이나 다름 없는 것이었다.


국민만화의 실사화, 영화 <베카신!>  

 영화를 만든 브뤼노 감독은 영화의 조연으로 깜짝 등장하기도 하며, 30년 동안 연재된 이 광대한 원작스토리를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재 탄생시켰다. 영화<베카신!>은 프랑스 대표적인 국민 만화의 실사화인 것이다.


영화는 파리 근교의 시골마을 브르타뉴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아름다운 브르타뉴와 파리가 교차되며 펼쳐지는 풍경에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드는 영화다. 또한, 독특한 등장인물의 의상과 발랄한 성격으로 보는 내내 보는 재미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에 브르타뉴를 떠나 파리로 상경하며 우연히 만난 아기 룰로트와 베카신의 감동적인 스토리 라인까지 더해져,  편의 프렌치 동화를 보는 듯한 감성에 젖게 만드는 영화다. 추억 속의 캔디! 그리운 마음이 울적한 , 베카신! 엉뚱하고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와 유쾌한 바이러스로 신선한 위로와 감동을 받아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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