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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용한게릴라 Dec 06. 2021

Aaron Becker의 글이 없는 그림책

지극히 사적인 사서의 서재

 긴 프로젝트나 시험이 하나씩 끝날 때마다 가던 헤이즐이란 예쁜 책방에 가는 루틴이 있었다. 그리고 그림책을 한권씩 수고한 나에게 주곤 했다. 예쁜 책방 빨간 벽면에 반사된 따뜻한 불빛에 전시된 책들은 일반 대형출판에서도 구하기 힘든 예술서적과 그림책, 오르골이 흘러나오는 책부터 다양한 팝업북과 아트상품 등이 있었는데 모두 책방지기의 취향이 반영한 것이다. 다큐멘터리 작가인 책방지기는 취재 차 해외에 나갈 때마다 숨은 서점을 찾아다니며 책을 사서 들어온다고 했다. 그리고 꾸준히 우리나라에 잘 수입되지 않는 책을 수집하는 취미가 생겼다고. 그 취미가 농익어 예쁜 책방의 꿈을 이룬 것이었다.


 예쁜 책방에는 또 다른 책방지기가 있는데, 책방지기는 그를 활자중독자라고 소개했다. 하루종일 활자에서 눈을 떼지 않을 만큼 읽고 쓰는 본업에 충실한 그는 책방을 붙박이처럼 지키며 책을 소개하는 일을 했다. 덮수룩하게 긴 머리에 동그란 안경을 낀 그는 그 누가 보아도 영국 시골마을 숨은 골동품 상점이나 고서점의 주인으로 나올 듯한 폼새와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특유의 무표정이 살짝 무뚝뚝해 보이기도 한다. 그 정제된 감정과 무표정은 감성적이고 화려한 그림책을 읽을 때마저도 일관된게 특징이다. 그런데 그 정제됨 안에서도 그만의 참신한 해석과 스타일이 돋보인다. 이런 책방지기의 낭독이 더욱이 빛을 발했던 때는 '글이 없는 그림책'을 읽을 때였다. 그 때, 예쁜 책방과 대비되는 무표정의 책방지기가 낭독해 준 첫번째 그림책이 미국의 동화작가 Aaron Becker의 Journey라는 책이었는데. 책방지기의 해석으로 낭독을 듣고, 같은 책을 사와 그림을 보며 나만의 해석으로 이야기와 간단한 서평시를 써보기도 했다.


상상하는 대로, 상상하는 만큼 읽어지는 '글이 없는 그림책'


 글이 없는 그림책에 매효되었던 때가 바로 이 시점이었던 것 같다. 글이 없는 그림책에 매력은 상상하는 대로, 상상하는 만큼 읽어지는 특징이 있다. 또한, 해석하는사람의 감각과 감성, 지성이 오롯이 반성되어 읽는 이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더불어, 오늘 소개하는 Aaron Becker의 글이 없는 그림책은 판타지 모험담을 담아 흥미진진한 볼거리와 스토리 전개를 이끌어 냄과 동시에 작가의 철학과 따뜻한 의미를 담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Aaron Becker의 글이 없는 그림책 중, 가장 많이 알려진 Journey시리즈와 그 후속작으로 Journey만큼 많이 알려지고 큰 상을 받지는 못했지만 개인적으로 에런 베커의 작품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인 A Stone for Sascha를 소개하고자 한다.


에런 베커의 첫 작품, 머나먼 여행 Journey  시리즈


앞서 언급한 작품 Journey는 에런 베커의 첫 책인 동시에 칼데콧 아너상을 받은 작품이기 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웅진주니어에서 한글버전으로 출판해 많이 알려진 작품이기도 한데. 이 그림책은 1부 - 머나먼 여행(Journey)를 시작으로, 2부 - 비밀의 문(Quest), 3부 - 끝없는 여행(Return)으로 이어지며 그림만으로 다양한 상상과 모험에 빠져들게 만든다.  머나먼 여행(Journey)이 외롭고 심심했던 한 소녀가 자신의 방 한구석에서 마법의 펜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신비로운 모험 이야기로 시작해, 비밀의 문(Quest)에서는 머나먼 여행에서 만난 소녀와 소년이 색깔을 잃은 잿빛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로 이어지고, 끝없는 여행(Return)에서는 아빠와 아이의 관계의 회복을 그려내며 그 속에서의 갈등과 화해를 이끌어 낸다. 그래서, 오랜 우정을 나눈 친구에게는 머나먼 여행Journey이나 비밀의 문Quest을, 소원해진 부모님과 외로운어린 자녀와는 끝없는(Return)을 함께 읽거나 선물한다면 좋을 듯하다.    

마법의 빨간펜으로 소녀가 혼자 시작하여, 소년을 만나게 되는 모험담을 그린 Journey는 의미를 담아 내가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선물을 해 준 책이기도 하다. 선물할 때는 이 글이 없는 그림책에 내 나름의 간단한 해석을 함께 보내고 친구의 새로운 해석을 받기도 했는데. 그 중 나의 이야기를 첨부해본다.


제목 : Journey 머나먼 여행

저자 : Aaron Becker

출판 : Walker Books Ltd 


아빠는 일을 하고. 엄마는 집안일을 하는 동안 매일 혼자 있는 외로운 소녀 가 있었어요.

혼자 놀던 소녀는 방에서 빨간색연필 하나를 발견어요.

소녀는 느무느무 심심해서, 그 색연필로 방의 한 쪽 벽면에 커다란 문 하나를 그렸어요.


그런데, 글쎄! 마법처럼 그 문이 열리지 않겠어요?

소녀는 그 문을 활짝 열고 마법 속 세상으로 뛰어나갔답니다.


마법의 문을 열고 나가니 고요한 초록빛 숲 속이 었어요.

숲 속을 정처없이 걷던 소녀는 개울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그 개울가에 조각배 하나를 빨간색연필로 그려 띄웠지요.


그리고 배를 타고 개울을 따라 흘러흘러 어느 커다란 성에 이르렀답니다.

성의 입구에 다다르니 수로를 지키던 병사들이 환한 미소로 손을 흔들며 소녀를 환영했어요.


병사들의 환영인사를 받느라 넋놓고 있던 소녀는 성과 연결된 수로가 끝나는 낭떠러지가 나와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답니다.


그래서 다시 빨간색연필을 들고 얼른 기구풍선을 그리고 그 풍선을 타고 성을 떠났어요.


기구풍선을 타고 한시간 쯤 하늘을 노닐었을까요?

몽글몽글 구름 위를 살펴보던 소녀는 하늘을 배회하는 커다란 보라색 새 한마릴 발견했지요.


그런데 그 자유롭게 날던 새를 해적들이 잡아!

철조망에 가두고 배에 싣고 가는 것이 아니겠어요


소녀는 새를 구하기 위해 해적들이 철통같이 지키는 하늘해적선으로 모올래 걸어 들어갔어요.


그리곤 아주 용감하게! 철조망을 뺐았아 새를 탈출 시키는데 성공했답니다


하지만 들고 있던 빨간색연필을 낭떠러지로 뚝! 떨어뜨리고 말았어요.


색연필을 잃어버리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된 소녀는 철조망에 데롱데롱 메달려있었는데요.


그런데 갑자기 구름 위에 지는 낙조 사이로 소녀가 풀어줬던 보라빛 새가

소녀가 잃어버린 빨간색연필을 입에 물고 소녀 곁으로 훨~훨~ 날아오는 것이 아니겠어요.


소녀는 냉큼! 그 색연필을 받아 빠알간 양탄자 하나를 그렸어요.


그리고 해가 지는 금빛 하늘을 그 빨간양탄자를 타고 훨~ 훨~ 날아

은하수 별 빛 수놓은 하늘 아래, 어느 고적한 사막에 이르렀지요.


그 사막 가운데 심겨진 한 그루 나무로 보라빛 새는 소녀를 안내했답니다.

나무 밑퉁엔 보라색 문이 굳게 닫혀있었어요.


소녀는 터벅터벅 나무로 걸어와 그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지요.


나무로 연결된 문을 나오니. 그녀의 집 앞에 놓여 있던 우체통이었네요.

우체통 밖으로 소녀와 새가 나오니 보라색 색연필을 들고 한 소년이 소녀 곁으로 뛰어와요.


그 소년의 한 쪽 어깨 위에 새는 사뿐히 앉았어요.


소녀와 소년은

빨간색, 보라색으로

동그라미를 하나씩 나누어그렸어요.


그 두개의 동그라미가 모여, 자전거가 되었네요


소년과 소녀는 이제 함께 자전거를 타고 새로운 Journey 를 시작합니다.

어때요? 혹시 눈치 채셨나요.


소년은 이야기의 젤 앞부분부터 언제나 소녀 곁에 있었다는 걸

걸어가는 사람에게는 걸어가는 모든시간이 처음부터 Journey가 아닐까요?

그 Journey의 끝은 알 수가 없습니다. 서 있는 이 곳은 처음부터 광야였거든요.


정처없이 떠도는 광야에선 이정표가 따로 없어요.

빨간색 색연필 하나가 유일한 나침판이 될 뿐.

하지만 목적이 없어도.

The Journey is reward. 여정이 곧 보상입니다.

and the best of best reward was 바로 옆에 당신. 최고의 보상은 항상 지금 바로 옆에 있습니다

 에런 베커의 경지를 보여주는 A Stone for Sascha 사샤와 돌


Journey 의 저자, Aaron Becker 의 후속작. Sascha 를 통해 더 깊은 성숙의 '경지'와 '완성'에 이르렀다는 찬사를 받고 있는 작품. 글이 없는 그림책, A Stone for Sascha는 앞서 언급했듯 Journey 보다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그림책이다.

 


The Making of ‘A Stone For Sascha’ on Vimeo

An Educator’s Guide to ‘A Stone for Sascha’ on Vimeo


A Stone for Sascha사샤와 돌은 한 아이가 강아지를 잃은 개인적 상실감을 수천 년 시간의 흐름과 생명 순환으로 연결해 켜켜이 쌓인 세상 모두의 이야기로 만들었다. Journey시리즈 같이 맑은 수채화로 신비한 모험의 세계를 그렸던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이 작품은 인상적인 디지털 일러스트레이션이 돋보인다. 비밀을 품은 듯 신비로운 자연의 모습과 그 이면에 담긴 장구한 문화와 생명의 역사, 시간의 흐름을 묵직하고도 밀도 있게 그려낸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특히, 다시 추억이 담긴 돌을 찾아 가슴으로 안는 장면이 정말 인상적이다. 문명과 생명, 인류의 모든 역사가 시간의 흐름 속에 구르고 깎이고 다듬어져 사랑이라는 주제로 묶이는 아주 따뜻한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과 같이 Aaron Becker 에런 베커는 글이 없는 그림으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데 그에 따른 나의 해석을 담은 서평시로 글을 마무리 짓고자 한다.



제목 : A Stone for Sascha(사샤의 돌)

저자 : Aaron Becker

출판 : Walker Books Ltd 


Sascha와 Stone 에 얽힌 이 이야기는
소년이 사랑하는 반려견 Sscha 와

함께 가지고 놀던 추억이 담긴 Stone 을

호수에 던지면서 jumping 한다

호수에서 우주로
태초의 지구 의 탄생과 인류탄생의 시작점으로
인류문명의 시작과

그 문명이 정점에 달하는 지점까지

Stone은 흘러흘러
다시 소년의 품으로 돌아와
소년이 사랑하던 Sscha의 무덤에 놓여진다

Stone 돌 하나에, 추억과
Stone 돌 하나에, 사랑과
Stone 돌 하나에,

모든 인류의 문명과 우주의 역사를 담아

작가는 전하는 것 같다

스치는 순간, 모든 변화와 사건으로 부터
구르고, 깍기고, 다듬어져 완성되는 것이 바로
오늘의 당신이자, 당신의 사랑한 Sascha 라고_ 조용한게릴라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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