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한 회의와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던 시점에 제인오스틴의 소설을 읽게 되었던 것 같다. <이성과 감성>, <오만과 편견>, <엠마> 등. 그녀의 이야기는 언제나 '결혼'과 '사랑'을 소재로 남녀 간의 로맨스를 다룬다. 일각에서는 그래서 그녀의 소설이 진부하다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같은 소재와 주제를 놓고 그 것을 향해 가는 '과정'이다. 오스틴은 그 속에서 주인공들의 깊은 고민과 성찰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자신의 신념을 어렴풋이 드러내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는 행복하길 바래요. 하지만 그 방식은 사람들과 다른, 나만의 방식이여야만 하죠.
제인오스틴은 평생 싱글로 살았다. 그녀는 결혼이라는 제도가 주는 현실과 한계를 알았고 독립적인 삶을 원했다. 하지만, 그녀의 소설의 결말은 남녀가 결혼과 화합을 이루는 것으로 마무리 된다. 이에 그녀가 자신이 이루지못한 사랑을 소설 속에서 이루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든다. 영화 <비커밍제인>은 이 의문을 시작으로 소설 속에 숨겨진 그녀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영화에서 제인은 혼기가 꽉 찬 나이의 처녀로 집안의 애물단지다. 집안에서 흘러나오는 갖가지 소음과 부모님의 잔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그녀는 글쓰기에만 몰두한다. 그러던 그녀에게 가슴떨리는 사랑이 찾아오는데. 그녀는 그 운명의 마차에 몸을 싣고 달린다. 하지만, 달리던 마차는 한 장의 편지를 받고, 현실의 장벽에 다시 멈춰선다. 깊은 어둠 속에 침묵하던 그녀는 남자에게 이별을 고한다. 그녀의 손을 붙잡는 남자에게 제인은 말한다.
진실은 모순에서 비롯되죠. 하지만 미소를 잃지 말아요. 그러면 사랑했던 순간마저 거짓이 될테니까
시간이 흘러 유명한 작가가 된 제인은 소설 낭독회에서 그를 다시 만난다. 가난했던 그는 대법관이 되었고, 결혼을 했다. '제인'. 그리고 그녀와 같은 이름의 어여쁜 딸을 두었다. 딸의 옆에서 책을 낭독하는 제인을 보고 옅은 미소를 짓는 남자의 표정이 클로즈아웃 된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녀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영원히 글로 남게 되었다고.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피엔딩을 맺을 수 있는 그녀의 소설 속 주인공들처럼.
영화의 엔딩은 파멸이 아니지만, 비극일 수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으로 끝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했던 시간을 추억하며 미소짓는 장면을 끝으로 맺는 해피엔딩이기도하다.
진실은 항상 모순 속에 공존한다.
4달 만에 다시 PC 앞에 앉아 글을 쓰는 것 같다. 글을 쓰지 앉는 동안, 나는 결혼이라는 일생일대의 대사건을 맞이 하고 새로운 인생의 국면에 접어들었다. "네가 결혼을 한다고? 농담하지마." 솔로보험과 같던 내가 결혼을 한다는 충격적인 소식에 가까운 가족들도 친구들도 믿지 않았다."결혼 못 할거 같았는데." 대놓고 돌직구를 던지는 사람도 있었고, 심지어 "오히려 결혼을 하면 서로 힘들어질 수 있다."며 청첩장을 내밀자마자 "상대를 위해서라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해봐라." 만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운명의 마차에 몸을 싣고 내리지 않았다. 사랑을 선택한 댓가를 남편과 나는 일상속에서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 결혼이 결코 달콤한 해피엔딩이 될 수 없음은 이미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결혼으로 인해 모든 것이 파멸되는 것도 아니다.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이 모두 허구였던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들만큼 때론 혼동하고, 줄 곧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며 우리는 의견차를 빚기도 한다. 또한, 사소한 일들로 사소한 갈등이 일어나며, 갈등 안에서 서로의 인간적인 연약함을 낱낱히 다 드러내며 으르렁거리는 순간도 있다. 내 삶에 공기와 같던 글을 읽고 쓰는 시간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도 사실이다. 출산과 육아까지 변행하게 된다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가 아찔하기도하다.
하지만 이 수많은 모순 속에 기꺼이 미소지을 수 밖에 없는 분명한 진실이 있다.
그럼에도불구하고, 이 모든 것을 기꺼이 감수할만큼 사랑하는 상대를 만났다는 사실.
나라는 존재가 사라질수도 있는 불안 속에서도
결혼이라는 위험하고 아름다운 선택을 우리가 했다는 것.
해피엔딩이든,
새드엔딩이든,
결말은 중요하지 않다.
현실은 모순투성이지만, 모순 속에 빛나는 진실로 오늘도 미소지을 수 있다면 그 것으로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