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장독대
수행 74일째, 명상 동화를 써보았습니다 ㅎvㅎ
어느 날 아이가 실수로 찬 돌에 맞아 장독대는 그만 조그만 구멍이 나버리고 말았습니다. 장독대는 돌로, 흙으로 구멍을 막아보려 했지만 된장도, 고추장도, 간장도 새 버리는 깨진 장독대가 되어버렸습니다. 장독대는 더 이상 아무것도 채울 수가 없어 크게 슬펐습니다. 된장과 고추장과 간장을 채운 다른 장독대 친구들이 부럽기만 했습니다.
어느 꽃피는 봄날, 장독대 옆에 노란 민들레가 피어났습니다. 깨진 구멍사이로 꽃향기가 솔솔 들어와 깨진 장독대를 채웠습니다. 꽃향기를 채운 깨진 장독대는 무척 기뻤습니다. 어느 날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와 장독대를 채웠습니다. 장독대 안에는 시냇물 소리가 차기도 하고 비 오는 날의 흙내음이 차기도 하였습니다. 다른 장독대들은 채울 수 없는 것을 채운 깨진 장독대를 다른 장독대들도 부러워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은 아무 냄새도, 바람도, 소리도 없었습니다. 무엇을 채울 수 있을까 생각하던 깨진 장독대는 "그래. 아무것도 없음을 채우자"라고 마음먹었습니다. 깨진 장독대 안에는 빈 공간이 가득 채워졌고, 아무것도 채워지지 않았음에도 깨진 장독대는 빈 공간이 가득 차 있을 수 있음에 행복했습니다.
시간이 지나자 다른 모든 장독대들도 금이 가고 구멍이 가고 낡아 부서지기 시작했습니다. 깨진 장독대도 더 이상 장독대의 형태가 아닌 만큼 부서졌지만 장독대 안의 빈 공간과 장독대 밖의 빈 공간이 드디어 하나가 되었을 뿐이었습니다. 다른 부서진 장독대들은 그드리 더 이상 장독대가 아니게 되었음을 슬퍼했지만, 깨진 장독대는 그저 자유롭고 평온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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