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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 eden Jun 09. 2021

쫄깃한 오징어의 부드러운 반전, 오징어볼

연예인과 오징어는 씹어야 제 맛?

내가 방송작가라고 하면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이런 류다.


“연예인 누구 만나봤어요?”

“연예인 ㅇㅇ은 성격이 어때?”


방송작가를 십여 년 하며 다양한 분야의 꽤 많은 연예인을 만났다. 그러니 내가 연예인과 꽤 두터운 친분이 있을 거라 여기는데 (나영석PD와 출연 연예인들이 가깝게 지내는 모습을 TV에서 보고 다들 그럴 거라 생각하는 모양이다) 단언하면, 전혀 아니다.

원활한 촬영을 진행할 정도의 관계를 유지하면 그뿐이라 여기는 데다, 솔직히 말하면 엔간해선 연예인과 ‘진짜’ 친해지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 때문에 내 결혼식에서 연예인을 보길 기대했다거나 술자리에서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사적이고 충격적인 뒷담화를 듣길 원했던 몇몇 지인들은 내게 시시한 눈빛을 보내곤 했다.

그렇다고 정말 씹을거리가 없냐 하면, 그럴 리가.

정말 친한 몇몇 친구들과 브런치하는 자리에선 이 정도 뒷담화를 펼쳐놓을 순 있겠다. (그 브런치가 이 브런치?)


“가수 000 있잖아. 방송 나와서는 음악에 죽고 살고 의리파에 반전 매력으로 완전 순박한 사람인 것처럼 굴더니 우리 프로그램 나와서는 대박.. 내가 대기실에 대본리딩하러 들어갔는데 소파에 삐딱하게 누워서 담배 뻑뻑 피면서 아니꼽게 쳐다보더라. 대본리딩 시작했는데도 계속 담배피우고 휴대폰 게임하고.. 완전 어이가 없어서. 톱배우들한테도 그런 대우는 안 받아봤는데 진짜 역대급 싸발라였다니까.”


“배우 000이랑 같이 프로그램할 때 스트레스 오졌지. 전화 인터뷰할 때마다 말꼬투리 잡아서 몇 시간씩 훈계질하고, 촬영장에서는 스태프들이 자기한테 인사하는 태도 지적하고, 자기는 선배님 아니고 선생님이라고 호칭 지적하고.. 윗사람 대우는 그 사람이 존경받을만한 행동을 할 때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거지, 강요한다고 돼? 코믹하고 친근한 이미지 따위 개나 주라 그래. 그냥 꼰대 오브 꼰대야.”


사실 이런 뒷담화를 즐겨하지 않았던 이유는 (실컷 써놓고 할 소린가 싶지만) 하는 순간 내 기분이 나쁘다는 단순한 이유가 첫째였다. 또 하나는 내가 몇 차례 경험한 모습으로 한 사람을 이렇다 저렇다 단정 짓는 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도 있었다. 최근 여기저기서 인성 논란이 불거진 여배우조차 폭로하는 측과 옹호하는 측이 나뉘는 걸 보면 알 수 있듯이, A그룹에서 좋은 사람이 B그룹에선 최악으로 씹히는 경우도 꽤 많으니 말이다. 하긴 연예인뿐일까. 우리 모두 양면성을 넘어 다중적 면모를 가진 인간으로서 속한 그룹마다 다른 평가를 받고 있음이 당연하다. 저들도 어디선가는 누군가에는 좋은 사람이겠지, 아마도.


물론 떠올리면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뒷담화도 많다.

예능프로 <놀면 뭐하니>의 msg워너비 결성으로 화제가 돼 다시 돌아온 sg워너비의 멤버 이석훈이 그중 하나다. 몇 달간 담당작가로 함께 방송을 하며 지켜본 바로는, 그는 예의 있고 상식적이면서도 유연한 사람이었다. 불량한 태도를 보이는 프로그램 참가자를 단호하게 지적하거나 도움을 청하는 참가자에게 촬영 후 따로 시간을 내는 일에도 망설임이 없었다. 한마디로 프로그램에 진심인 편이었는데 제작진 입장에서는 이것만큼 고마운 게 없다.

또 개인적으로 그를 좋아했던 이유는 늘 웃는 얼굴이었다는 것, 반면 요구사항은 확실하고 추후 행동은 상의된 대로 명확했다는 것, 그리고 배가 고프면 조금 신경이 곤두선다는 것이었다. 이 점은 나로서는 매우 이해가 되는.. 인간적인 느낌이었달까?

가수이자 배우, 화가로도 활동 중인 이혜영은 흔히 말하는 여배우 대접을 바라지 않아 인상적이었다. 촬영장에서는 열정적으로 자기 몫을 다했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배려심과 생각의 깊이가 남달랐다. 친한 언니였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이었다.

이렇게 촬영 당시 좋은 감정을 가졌던 출연자는 오랜만에 TV를 통해 봐도 반갑고 응원하게 된다. 그들이 어디에서도 누구에게도 상처 주지 않고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라게 된다.

참, 방송을 하면서 이런 말을 많이 하는데, 연예인 걱정은 하는 게 아니랬다.




한 사람에게서 전혀 다른 면모를 볼 수 있듯이 식재료도 어떻게 손질하고 요리하느냐에 따라 색다른 맛을 볼 수 있다.


오징어는 질깃하게 씹는 맛이 매력이지만 아직 이가 다 나지 않았거나 저작운동이 익숙지 않은 어린아이들에게 줄 때 그 점이 걱정거리가 되기도 한다. 그럴 땐 오징어를 다져서 오징어볼 혹은 오징어바를 만들어주면 좋다.


동글동글 오징어볼 / 넙적 오징어바



오징어 두 마리(더욱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몸통만), 당근 70g, 피망 45g, 표고 15g을 모두 듬성듬성 썰어 다지기에 넣고 다진다. 채소를 볶아 수분을 날려주면 부서지지 않고 잘 뭉쳐지기 때문에 오징어랑 따로 다져 팬에 한번 볶아주는 것이 좋다. 채소의 종류나 양은 기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면 된다.

다진 오징어, 볶아서 한 김 식힌 채소, 밀가루 한 스푼 넣고 골고루 버물버물 섞다가 올리브유 쪼록 떨궈 반죽을 살짝 코팅하듯 좀 더 치대 준다. 아이용이라 따로 간을 하진 않지만 오징어 덕에 적당히 짭짤한 맛이 돈다.

이 반죽을 동글게 혹은 넙적하게 모양 잡아 찜기에 올려 찌거나 에어 프라이기에 돌려 구우면 되는데, 나는 일단 모든 반죽을 찜기에 찐다. 한번 쪄서 기름칠해 구우면 겉바속촉 오징어볼이 되기 때문. 그리고 냉동 보관했다가 조리할 때도 한번 쪄냈기 때문에 안 익을 걱정 없이 빠르게 조리해 낼 수 있다.


찜기에서 갓 나온 부들부들 오징어볼


내 사각턱의 70퍼센트 정도는 오징어를 씹다가 완성됐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쫄깃한 오징어를 사랑하는 나이지만, 가끔은 오징어의 새로운 면모를 만나는 것도 반갑다. 그리고 여기에 케첩을 뿌려주면 아는 맛이라 더 반가운 휴게소 간식이 떠오른다. 여기에 맥주를 곁들이면, 그날은 기분 좋은 뒷담화가 가능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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