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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 eden Dec 17. 2020

할머니가 된 울엄마의 곰국

곰국엔 곰이 안 들어가요, 정성과 사랑이 들어가요

가족 누군가 기운이 떨어진 것 같으면 엄마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곰국을 끓였다. 반나절 넘게 뼈와 고기 핏물을 빼고, 밤늦도록 펄펄 끓는 솥앞을 지키고, 푹 삶아진 고기를 손끝이 아리도록 찢어 담고, 꼼꼼히 기름을 건져내면 비로소 엄마의 곰국이 완성된다. 나는 이제야 그것이 단순한 국 한그릇이 아니라 사랑이란 걸 느낀다. 나는 아직도 곰국을 끓일 줄 모르고 엄마의 사랑을 받아먹는다. 우리 아이도 그 사랑을 이어 받아먹는다. 할머니가 된 엄마의 곰국은 더 깊어진 사랑만큼이나 더 뽀얀 빛깔을 낸다. 다 된 곰국에 숟가락만 얹을 요량으로 흰쌀밥에 밑반찬만 보태 내어보고, 어느 한끼는 굴림만두를 넣어 만둣국으로 때워본다. 아이는 국 끓는 새를 못참고 주걱에 붙은 밥풀을 떼어먹는다. 맞아, 원래 곰국이랑 쌀밥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지. 엄마와 자식처럼.




[이든 밥상] 곰국(feat.굴림만두). 쌀밥. 가지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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