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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 eden Dec 15. 2020

엄마마음으로 담근 백김치

식성은 나를 안 닮았나봐

나는 하지 못한 걸 경험시켜주고 싶은 것이 부모마음이라더니, 음식도 마찬가지다. 전라도사람인 할머니 덕에 매년 겨울 우리집에선 대대적인 김장이 이뤄졌지만 어린시절 나는 김치엔 손도 대지 않았다. 그래선지 편식하지 않는 아이로 자랐으면 싶은 생각이 들었을 때 김치가 첫번째 과제로 떠올랐다. 쪼갠 배추 한통에 굵은 소금 한주먹을 구석구석 뿌려 반나절 재운다. 배추가 낭창하게 휘도록 절여지면 먼저 쌀가루로 풀을 쒀 식혀두고, 양파와 배 반개, 새우젓과 간마늘 반티스푼을 믹서기에 넣고 갈아 배추속을 만든다. 여기서 식힌 쌀가루풀을 섞으니 허여멀건 것이 재미가 없어보여 당근과 무를 채썰어 흩뿌려본다. 배추 한장한장 들어 속을 채운 후 자박히 잠기게 물을 붓고 소금으로 부족한 간을 맞춘다. 하루 재운 김치를 약간은 긴장된 마음으로 내놓았는데- 내가 김치없이 못사는 15개월차 한국인을 키우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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