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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rdSong Apr 13. 2024

우리들의 시는

2024년 3월 6일 수요일 선생님의 글밥

우리는 요즘 시에 대해 배우고 있다.

'요즘'이라고 썼지만 사실 3일밖에 안 됐고

국어시간은 이제 3시간 한 건데

왜 이 말이 저절로 나올까?

선생님은 마치 너희와 오래 수업을 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어제도 혼자 글을 쓰다 그런 느낌이 들어서 깜짝 놀랐거든. 우리 이틀밖에 안 됐는데 더 전부터 같이 공부한 느낌이 드는 건 왜지?


아마 너희가 마치 선생님과 오래 해 본 것처럼

선생님의 말 한 마디에 척척 잘 따라주고

공감을 잘 해줘서

말과 마음이 통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실은 시란

배우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시를 음미하는 방법은 지식으로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고

시를 읽고 듣는 사람이 마음을 열고 느껴야 하는 것이다.

선생님과 읽은 시가 좋았다면 너희들이 스스로 잘 느꼈기 때문이다.


마침 시 <뻥튀기>가 첫 시라

우리는 시란 온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아 감사하다.


어제 필사한 박노해 시인의 <너의 때가 온다>는

시란

마음으로 그려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아름드리 금강송도 참나무도

너희의 머리와 가슴에서 그려졌을 것이다.


시는 이렇게

그리고 느끼는 것이다.


선생님은 그저 먼저 산 사람으로서

시를 느끼는 나만의 노하우? 경험을 너희와 나눈 것이다.


오늘 먹은 뻥튀기는 선생님에게도

가장 맛있었던 것 같아.

사실은

선생님은 뻥튀기를 썩 좋아하지 않았는데

오늘 너희가 하도 맛있게 먹고

냄새를 비유하고

달달하고 고소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무엇보다 너희가 참 행복해해서 선생님도 뻥튀기가 무척 맛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사진은 남기지 않았다.

우리의 뻥튀기와

우리의 시는

사진보다 선명하게 우리 기억과 마음에

남았을 테니까.


작은 것도 그리 소중히 받아주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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