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3월 6일 수요일 선생님의 글밥
우리는 요즘 시에 대해 배우고 있다.
'요즘'이라고 썼지만 사실 3일밖에 안 됐고
국어시간은 이제 3시간 한 건데
왜 이 말이 저절로 나올까?
선생님은 마치 너희와 오래 수업을 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어제도 혼자 글을 쓰다 그런 느낌이 들어서 깜짝 놀랐거든. 우리 이틀밖에 안 됐는데 더 전부터 같이 공부한 느낌이 드는 건 왜지?
아마 너희가 마치 선생님과 오래 해 본 것처럼
선생님의 말 한 마디에 척척 잘 따라주고
공감을 잘 해줘서
말과 마음이 통하는 느낌이 들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실은 시란
배우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시를 음미하는 방법은 지식으로 가르쳐서 되는 것이 아니고
시를 읽고 듣는 사람이 마음을 열고 느껴야 하는 것이다.
선생님과 읽은 시가 좋았다면 너희들이 스스로 잘 느꼈기 때문이다.
마침 시 <뻥튀기>가 첫 시라
우리는 시란 온 감각으로 느끼는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같아 감사하다.
어제 필사한 박노해 시인의 <너의 때가 온다>는
시란
마음으로 그려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아름드리 금강송도 참나무도
너희의 머리와 가슴에서 그려졌을 것이다.
시는 이렇게
그리고 느끼는 것이다.
선생님은 그저 먼저 산 사람으로서
시를 느끼는 나만의 노하우? 경험을 너희와 나눈 것이다.
오늘 먹은 뻥튀기는 선생님에게도
가장 맛있었던 것 같아.
사실은
선생님은 뻥튀기를 썩 좋아하지 않았는데
오늘 너희가 하도 맛있게 먹고
냄새를 비유하고
달달하고 고소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무엇보다 너희가 참 행복해해서 선생님도 뻥튀기가 무척 맛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사진은 남기지 않았다.
우리의 뻥튀기와
우리의 시는
사진보다 선명하게 우리 기억과 마음에
남았을 테니까.
작은 것도 그리 소중히 받아주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