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범죄, 이대로 둘 수는 없습니다.
KBS 부산에서 취재하고 방송하고 있는
리포터 겸 방송인 제연화입니다.
브런치 첫 글을 가슴 아픈 내용으로 채워야 돼서
마음이 아프네요.
올해 3월부터 KBS부산 리포터 동료와
부산가정법원 천종호 판사님
그리고 천종호 판사님께서 청소년회복지원센터와
위기의 청소년 아이들의 후원을 위해 만든
사단법인 만사 소년과 함께 동행취재 중입니다.
범죄를 저지르고 가정법원에서 1호 처분을 받고
대안가정인
청소년회복지원센터-사법형 그룹홈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재범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청소년 회복 프로그램의 효과와 한계,
그리고, 제도적으로는 어떤 보완이 필요한지,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서 취재해왔습니다.
뉴스와 SNS를 통해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을 접하시고
많이 놀라셨죠?
저도 사진을 보고
'저 아이가 얼마나 아팠을까?'
'다시 건강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어떻게 사람을 저렇게 잔인하게 때릴 수 있을까?'
'가해학생에게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천종호 판사님과 함께
동행취재를 하기 전이였다면
딱 여기서 생각을 멈췄을 텐데요.
취재를 하면서 청소년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런 문제를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를
정확하게 인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서없는 장문의 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전혀 공감할 수 없다고 느끼실 수도 있습니다.
( 생각을 바꾸진 않더라도 글이라도 읽어보자는 열린 마음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조금만 더 넓게 문제를 바라봐주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취재했던 내용을 전해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아래의 긴 글을
도저히 읽기 싫다고 하는 분이 있다면
천종호 판사님께서 쓴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를
한 번 만이라도
에필로그라도 읽어봐 주시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주관적인 생각도 있지만, 대부분은 전문가들의 인터뷰와 논문 내용을 바탕으로
최대한 팩트를 나열해보겠습니다.
맞습니다.
SBS '학교의 눈물' TVN '리틀 히어로'에서 보셨죠?
법정에서 일진 학생들과 부모에게 큰 소리로 경각심을 깨우쳐줘서
호통판사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천종호 판사님입니다.
다들 법정에서 아이들에게
속 시원하게 문제점을 지적한다고 생각해서
강한 처벌을 내릴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판사님은 처분을 내리기 전에 아이들의 미래를 제일 먼저 걱정하십니다.
먼저 소년법에 대해서
간단하게 개념 정리가 필요합니다.
한국 청소년정책연구원 이상희 연구원에게
자문을 구했는데요.
소년재판은 벌금형이나 징역형 등
형법상의 형벌을 과하는 '소년형사재판'과
사회봉사를 명하거나 소년원에 보내는 '소년보호 재판'으로 나눠지게 됩니다.
최근 청소년 관련한 강력범죄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럴 경우에는 소년형사재판을 통해 소년원이 아닌 성인 범죄자들이 가는
교도소와 똑같이 생활하는 곳이
따로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강력범죄는 소년법 적용을 하지 말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중이고요.
소년원은 흔히 빨간 줄이라고 말하는
인적에도 표시가 되지 않는데,
강력범은 표시가 된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취재를 하면서 처음 알게 됐습니다.
소년법 제32조
제 1항 제 1호부터 10호까지 있는데,
1호를 1호 처분~ 10호 처분이라고 부릅니다.
소년부에서 심리 결과에 따라서
1호 처분은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할 사람에게 감호 위탁하는 것
6호 처분은 복지시설 등 위탁,
8호는 1개월 이내 단기 소년원 송치
10호 처분은 2년 소년원 송치로
나눠지게 되는데요.
청소년은 완전히 성숙한 인간이 아니라고 여겨서
미성숙한 단계에 대해서는 한 번 더 기회를 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천종호 판사님께서도 가장 손을 쓴 부분이
1호 처분을 받은 아이들이 회복받을 수 있는
청소년회복센터, 사법형 그룹홈을 국내에 도입하고 확대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천종호 판사님은 왜 이렇게 청소년 회복을 위해서 책 판매액을 기부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7개월 동안 동행취재를 하면서
저에게 큰 고민이 생겼습니다.
왜 이렇게 우리나라는
청소년 범죄에 대해서 약한 처벌을 내릴까?
또,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닌
가해자들의 재범 예방을 위해서
취재를 하고 있는데
오히려 가해 아이들을 변호하고 범죄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이들의 개인적인 문제,
그 가정만의 문제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과연 사회적인 문제, 어른들이 만들어 낸 우리 모두의 문제일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는 원인에 대한
깊은 분석이 필요했고,
전문가의 의견이 저의 생각을 변화시켰습니다.
범죄를 저지르는 청소년들은 피해자로 시작해서 동시에 가해자라는 것입니다.
천종호 판사님은 그동안 가사사건을 담당하면서 우리나라의 사회해체 정도와 속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실제 소년범의 70%는 저소득층, 47%는 결손가정입니다.
최근에는 가정 형편이 어렵지 않아도,
부모님이 계셔도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아이들이 있지 않느냐 라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그런 생각을 가졌으니까요.
정말 먹고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가정에서 아이 양육을 하기 위해서는
부모님 두 분이 부지런히 돈을 벌어야 학원이라도 보내 줄 수 있습니다.
이혼가정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무한 경쟁사회에서 뒤처진 아이들은
더 이상 설 곳이 없습니다.
재판장에 선 가해학생에게
천종호 판사님은 묻습니다.
"어릴 때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했을 때 홀어머니와 선생님께 도움을 구할 생각을 하지 않았냐" 고,
아이가 답합니다.
"홀어머니는 제가 집에 가면 늘 살기가 힘들다고 같이 약 먹고 죽자고 말씀하십니다."
선생님은
"원래 아이들은 그렇게 놀면서 크는 거라고,
그리고 네가 잘 못한 것이 있으니깐
괴롭히는 거라고"
저도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6 학생 때까지
남자아이들에게 늘 못 생겼다는 놀림을 받고,
중학교 1학년 때는 일진 아이들은 아니었지만
여자 친구들 12명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하는 질문에 대답을
한다는 이유로.
선생님께 잘 보이려고 애쓴다고요.
중학교 3학년 때 시험기간이 되면
일진 친구들에게 필기 요약 공책을 줘야 했고,
대학생이 됐을 때도 조별 활동을 하는데
남자 선배들이 저를 같은 모둠으로 데리고 갔다고
8명 여자아이들이 은근히 따돌립니다.
물론 그때는 은근슬쩍 소외시키고
아는 척도 안 하던 친구들이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저에게 연락을 하고,
웃으며 인사를 건넵니다.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제가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어릴 때부터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나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는 그렇게 친구를 괴롭히고 따돌리는 친구들이 잘못된 것이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너는 누구보다도 예쁜 존재고,
선생님이 질문하면 계속 대답을 성실히 하고,
어떤 누구와도 조를 이뤄서 할 일을 해라고요.
그래서 네가 옳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는 인생을 살아가라고.
잊고 지냈는데 글을 쓰게 되니깐 다시 생각이 나서 마음이 아프네요.
부모님과 제 인생의 선배.
제가 접하고 있는 작은 사회가 저를 인정해주고 치유를 해줬기 때문에,
또,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해줬기 때문에 이렇게 버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자신들을 위해서 일 해주는 부모님이 계신 아이들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제가 만난 아이만 해도 한 부모 가족,
그 가족마저도 없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다시 생각해봤습니다.
이렇게 가정을 해체시킬 만큼 어려운 환경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을까?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만이 학교와 사회에서 인정받는 세상은 누가 만들었을까?
돈에 혈안이 돼서 소중한 생명을 상품화하고,
사람을 괴롭히는 모습을 보면서 낄낄거리고 장난으로 여기고,
몇 억대 부자를 인생의 성공한 사람처럼 보도하는 자극적인 뉴스들은 지금 누가 만들고 있는지.
결국은 어른들이고, 사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나는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5월에 대선공약집이 나왔을 때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한 공약이 있는지 살펴보지 않았더라고요.
청년과 노인문제에는 귀를 기울이면서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소년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나도 결국에는 피해자이면서 방관자였구나.라는 것을요.
청소년 정책 연구소 서정아 박사님이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사회에서 한 아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고요.
가정도 중요하지만, 선생님, 주변의 어른, 미디어, 사회.
한 사람을 둘러쌓고 있는 모든 요인들이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든다고요.
가정에서 그 역할을 못 한다면 학교가.
학교조차도 그 역할을 못 해준다면 주변의 어른이.
어른이 그 역할을 못해 준다면 사회가
그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는 7만이 되는 위기의 청소년들을 위해서 어떤 것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심각성을 알고,
아이들을 위해서 움직여 준 천종호 판사님이
있었기 때문에 사법형 그룹홈에 대한 관련 법도 작년에 통과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정부의 관련부서와 지자체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기 합니다.
하지만 그 프로그램이 있는 것조차 모르는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많은 아이들을 수용하기에는 예산지원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 부산 여중생 폭행사건 가해학생을 천종호 판사가 만난다고 하더라"
"강한 처벌을 내려주시겠지?"
"이제 너는 끝났어."
아직까지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계시나요?
생각을 해봅시다.
그 아이가 처분을 받고
소년교도소에 들어가게 됩니다.
일정 기간이 지나고 나면 나오겠죠.
그렇다면 그다음은?
이럴 때 주마다 다르긴 하지만
미국에서 피해학생과의 관계 회복을
제일 먼저 시도합니다.
잘못에 대해서 용서를 해주자는 것이 아닙니다.
잘못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받아야 되겠죠.
잘못된 일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물론 청소년 시기에 상상하지도 못할 강력한 범죄를 저지르고
현재 공직에서 근무하는 사람도 있고,
아무렇지 않게 사회와 교화되어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비행청소년을 바라보는 인식전환과
어른들의 꾸준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2016년 5월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청소년 복지지원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11월 30일 시행이 됐습니다.
저희가 여성가족부와
국회 재정위에 취재를 해 본 결과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고,
예산지원을 위해서 힘쓰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신설되고 사람들의 관심이 없는 법이라면
예산지원이 점점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원래는 작년부터 예산지원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조금이라도 원인을 줄여나가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요?
천종호 판사님과 마음을 함께하고 싶다면
사단법인 만사 소년에 후원을 하면 됩니다.
금전적으로 후원이 힘들다면
<2인 3각> 같은 프로그램에
멘토를 해주시면 됩니다.
<2인 3각>은 한국판 쇠이유 사업으로
일반인 멘토와 1호 처분을 받은
청소년 멘티가 한 팀이 되어
제주도 올레길을 8박 9일 동안 걷는 프로그램입니다.
지원하는 멘토가 부족해서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음식점 사장님이라면
동심 밤심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이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제공해 줄 수도 있습니다.
알아보면 도울 수 있는 방법이 많긴 하더라고요.
만약에 그것도 힘들다고 한다면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청소년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세요.
그것도 힘드시다면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에게 따뜻한 말 한 이를 건넬 수 있는
"저 사람만큼은 믿을 수 있겠다. "
"저 사람은 나를 인정해준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진정한 어른이 되어주세요.
오늘 부산여성가족 개발원에 가서
부산지역 위기청소년 현황 및 정책방향을 연구하고
청소년정책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는 하정화 실장님을 만나고 왔습니다.
왜 사회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라는 공통적인 질문을 드렸습니다.
부산지역에서 가출, 학업중단, 폭력, 성매매 등 다양한 유형의 위기에 처한
9세에서 24세에 해당하는 청소년 605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는데
심층면접조사 결과를 정리해보면
역시 위기 발생의 주원인은
부모의 이혼과 별거 등의 가족해체,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한 정서적 위기를 겪는 청소년이 대다수.
정책욕구로는
가정의 관심, 학교 밖 청소년 대상 진로교육,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는 상담자 등을 필요로 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의 대부분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하는데
돌아가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이들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생각하면 안 되지만
이 아이들을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더 큰 위험이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우려됐습니다.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단 하나였습니다.
내가 사회 구성원으로 인정받는 것.
이것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저.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이라도 청소년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인정하고
다시는 이런 끔찍한 청소년 범죄에 대한 뉴스를 보지 않아도 되는 사회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취재가 끝나더라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어른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산 청소년 폭행 피해학생의 상처가 아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