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제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N 잡러, 인디펜던트 워커, 긱 워커, 프리 워커, 프리 에이전트 등 새로운 일의 형태를 지칭하는 표현도 많아졌다. 코로나의 영향도 있겠지만, 평생직장이 사라진 불확실의 시대에 조직 밖에서도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고 준비하는 과정은 이제 직장인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타고난 천성이 호기심이 강하고 관심사도 다양하다. 하나의 적성을 찾는 게 어려워서 고른 분야가 마케팅이었는데, 결과적으로 매번 새롭게 생기는 과제를 해결하는 일의 본질에 매료되어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개발자, 디자이너와 함께 협력해 결과를 만들어가는 과정도 보람되고 재미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늘 공허했다. 업종을 따지기 이전에 내 신분은 ‘직장인’이고, 일주일에 5일은 같은 자리에서 회사를 위해 일해야만 한다. 직장인의 삶이 싫지 않았지만 '내게 주어진 시간과 역량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일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의문이 남았다.
물론 회사에 소속된 시간이 의미 없다거나 잘못됐다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당시 나는 회사 밖에서 독서모임을 운영하고, 프리랜서 에디터로 글을 쓰고 있었다. 조직에 기대지 않고서 얼마까지 벌 수 있는지, 내 일을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을지 미지의 영역을 직접 걸어서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직장인의 삶도 놓고 싶지 않고, 강사도 되고 싶고, 교육사업도 해보고 싶고, 콘텐츠 창작자도 되고 싶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아서 뭘 택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 가지 업종에 최소 10년은 종사해야 간신히 전문가가 된다는데, 난 어쩌려고 이러나.’
‘이쯤 되면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방향을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늘 그랬듯 책을 찾았다. 그렇게 내 손에 들어온 책은 에밀리와 프낙의 <모든 것이 되는 법>. 다재다능하고 열정도 많지만 크게 이뤄놓은 것은 없고, 천직을 찾아 헤매지만 한 가지만 파기엔 하고 싶은 게 너무 만은 사람들. 나 같은 사람을 저자는 '다능인'이라고 정의했다. 이 책은 내가 딱 고민하던 지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면서도 지속 가능한 직업 모델을 구축하는 해결책을 보여줬다.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분들을 위한, 추천 도서 list]
<일하는 마음> 제현주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매드를 위한 안내서> 제현주
<인디펜던트 워커>
<도쿄 R부동산, 이렇게 일 합니다> 바바 마사타카, 하야시 아쓰미, 요시자토 히로야
나와 같은 다능인들이 취하는 직업 모델은 크게 4종류다.
1. 그룹 허그 접근법 : 몇 가지 직업 영역을 오가며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다면적 일이나 사업을 하는 것.
2. 슬래시 접근법 : 정기적으로 오고 갈 수 있는 두 개 이상의 파트타임 일이나 사업을 하는 것.
3. 아인슈타인 접근법 : 생계를 안전하게 지원하는 일이나 사업을 하되, 부업으로 다른 열정을 추구할 만한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남기는 것.
4. 피닉스 접근법 : 단일 분야에서 일정기간 동안 일하고, 방향을 바꿔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것.
이 중 내게 맞는 형태는 <아인슈타인 접근법>.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신나게 하기 위해서 안정적인 수익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고민을 정리하고, 1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일하는 시간과 공간에 변화를 주었다. 주 3일은 회사에 정규직으로 소속되어 PM으로 일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했다. 운영하던 유료 독서모임의 수를 늘렸다. 북 큐레이션 뉴스레터를 발행해서 세달만에 800명의 구독자를 모았다. 강사가 되기 위해 수업을 듣고 강의 경험을 쌓았다. 강사로 데뷔하고 추가 수익 파이프라인을 확보했다. 내 고민에 답을 해주는 책 한권이 '이 길이 맞나'하는 의구심을 품지 않고 뚝심있게 내가 옳다고 맏는 길을 걸을 수 있게 해주었다.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고민을 토로해도 해결책이 생기지는 않았다. 다음날 숙취로 인한 투통과 속쓰림만이 남을 뿐. 게다가 각자 살기 바쁜 세상에 매번 고민을 털어놓는 지인은 부담스럽다.(매력적이지도 않다.)
오랜 시간 해결되지 않는 고민이 있다면, 산책하듯 천천히 서점을 한 바퀴 돌아볼 것을 권한다. '너의 고민을 해결해주마.' 속삭이며 손을 내미는 책이 있을 것이다. 단돈 1,2만원으로 과거 나와 같은 고민을 했던 저자의 내밀한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