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기준은 내가 정해.
나는 삶이 너무 소중하여 삶이 아닌 삶은 살고 싶지 않았다.『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서른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청년 소로는 숲 속에 오두막을 짓고 홀로 살아갑니다. 그는 왜 숲 속으로 떠나야 했을까요? 삶이 아닌 삶은 대체 어떤 삶일까요? 그는 사회가 바라는 모습, 사회가 원하는 속도대로 나의 삶이 흘러가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그의 선택이 다소 극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소로는 숲 속에서 자급자족 하며 자신의 삶을 만끽합니다. 삶을 '흐르는 대로'가 아니라 '내 기준 대로' 살아가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체험하며 몸소 증명해 보입니다.
4년간 독서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만난 독서가들에게서 소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책과 늘 함께하는 독서가를 떠올리면 어떤 특징들이 떠오르시나요? 박학다식하고, 글을 잘 쓰고, 인문학적 소양이 깊고, 논리적이고...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는 독서가들의 모습이죠.
하지만 정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능력'이 아니라 그들이 삶을 살아가는 '태도'였습니다. 저는 그들에게서 부드럽지만 단단한 '줏대'를 느꼈습니다. 줏대에 대한 사전적 정의는 이렇습니다. “자기의 처지나 생각을 꿋꿋이 지키고 내세우는 기질이나 기풍.” 고집과 달리 줏대에는 처지에 대한 이해가 담겨 있습니다. 이것은 변화무쌍한 상황을 인정하고 오류가 발견되면 방향을 수정하면서 자기의 주장을 재점검하는 것입니다.
긴 시간 토론을 진행하고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이 줏대의 비결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들은 세상이 세뇌시키는 '좋음'을 맹목적으로 좇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좋은 직업, 좋은 배우자, 좋은 친구... 우리는 세상이 말하는 '좋음'에 나를 끼워 맞추면서, 정작 나 자신을 소외시키곤 합니다.
모임 중에 발제에 대한 답변이 참신하다고 느낀 적이 많았는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답변들을 잠시 소개해 볼게요.
'성공은 언제든 마음이 편안할 수 있는 능력이다.'
'최상의 가치는 귀여움이다.'
'일은 자유다.'
'내 꿈은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다. '
'좋음'의 기준이 나에게 있을 때 '나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성공, 행복, 사랑... 사람들이 좇는 이상적인 가치들을 자신의 언어로 정의 내릴 수 있다면, 파도치는 세상에서 표류하지 않고 유영할 수 있습니다.
꾸준한 독서는 어떻게 줏대를 만드는 걸까요? 책을 읽으면, 책이 던지는 질문에 답을 하게 됩니다. 책한테 잘 보일 이유는 없으니 솔직할 수밖에 없겠죠. 더 중요한 건, 이 질문들이 일상 속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주제라는 겁니다. 책이 아니라면, 의미, 가치, 성공, 행복과 같은 나라는 사람의 본질에 대한 가치에 대한 질문에 긴 호흡으로 고민해 볼 기회를 얻기란 쉽지 않습니다.
바쁜 일상을 살아내다 보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질문도 일상적입니다. '점심 뭐 먹지?', '주말에 뭐 하지?' 이런 질문들은 깊은 고민이 필요하지 않아요.
하루는 13권의 책이 든 택배 박스를 귀신에 홀린 사람처럼 뜯고 있는 저를 보고 남편이 신기한 듯 묻더군요.
"어떻게 읽을 책이 계속 생기는 거야?"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한 게 계속 생겨서 계속 읽을 수밖에 없어."
책을 읽는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일입니다. 독서가들은 세상이 중요하다는 걸 보는 게 아니라, 내가 궁금한 것, 나에게 중요한 것들을 계속해서 연구하게 됩니다. 결국 읽으면 읽을수록 나라는 사람이 뾰족해집니다.
저 역시 10년간 매일 책을 읽으면서 얻은 선물은 나를 지탱해 주는 '삶의 기준'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타인의 삶이 부러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전처럼 스스로를 닦달하거나 초라하게 바라보진 않아요. 그건 그의 삶이고, 나의 삶은 나의 별에서 나답게, 나의 때에 빛난다는 걸 아니까요.
맹목적인 성공을 좇기 전에 먼저 나를 궁금해해야 한다고 저는 믿습니다. 내가 정의한 삶의 조건들에 부합하는 성취를 거머쥐기 위해 저는 오늘도 책을 읽습니다.
요컨대 경험과 신념에 비추어 소박하고 현명하게 산다면 이 땅에서 자기 한 목숨 유지하는 것은 고난이 아니라 오락이라고 확신한다. 『월든』헨리 데이비드 소로
가슴에 여진을 남긴 도끼 같은 소로의 명문장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빠르게 흐르는 세상 속에서 나만 뒤처진 것 같아 불안하다면, 긴 호흡으로 읽어보실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미지 출처 : 경북도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