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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쥴스 Feb 28. 2024

나만의 커뮤니티 만들기

Feat. 4년차 독서 커뮤니티 리더

 4년간 운영해온 독서 커뮤니티, <본느샹스>를 정리하고, 새로운 커뮤니티를 구상 중에 있다. 욕심 없이 시작했던 본느샹스는 예상외로 반응이 좋아서 4년 동안 지속되었고,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나에게 '커뮤니티 리더'라는 부케를 만들어 주었다. 목표 없이 '그냥' 시작했던 일이었는데, 회사에 다니면서 월평균 150만 원의 부수익을 창출했고, 책과 관련한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는 기회까지 주어졌다. 클래스101에서 제안을 받아 독서법 클래스를 론칭 했으며, 북 큐레이션 뉴스레터 에디터로 활동했고, 기업에 독서법 강사로 출강했다.



Q1. 그런데 왜, 계속 이어가지 않고 마무리하나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커뮤니티를 더 이상 키워나가야 할 동기를 얻지 못해서다.


첫째는, 우선 나에게 있어서 독서의 의미가 달라졌다.

2019년의 나에게 독서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면, 지금은 나다운 인생을 꾸려가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에 가깝다. 단지 성공하고 싶어서 이 책 저 책 닥치는 대로 읽었는데, 예상치 못하게 나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책을 읽을수록, 내 삶의 기준이 뚜렷해졌다. 타인의 욕망과 내 욕망을 구분 지을 수 있게 되었고, 주체적으로 선택하고 온전히 책임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커졌다. 결국 독서는 성공한 아무개를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진짜 나'에게 닿을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를 깊이 이해하게 해주는 '도구'로 독서를 활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졌다.


그래서, 커뮤니티를 지금보다 더 키워서 하고 싶은 일이 없고, 더 이상 가슴이 뛰지 않는다.  

애초에 커뮤니티를 만들 때, 어떤 사람들을 모을지, 어떻게 유지하고 키워갈지, 깊이 고민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100% 만족하며 참여할 만한 맞춤 독서모임'에 초점을 맞췄다. 책 읽는 게 유일한 취미였던 내가, 트*바리에 참여하며 느낀 단점들을 모두 보완해서 만든 게 <본느샹스>다.


(내가 느끼기에) 너무 비싼 가격, 너무 먼 거리, 1달에 1번 너무 긴 모임 간격, 너무 많은 참여 인원, 너무 적은 발언 기회. 그래서 우리 집에서 걸어서 5분 거리 공간에, 1회 20,000원 가격으로, 2주에 한 번, 10명 내외 인원이 모여서, 모두가 자기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는 독서모임을 만들었다. 2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을 매주 2번씩 만나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하지만 이 경험을 4년동안 매주 반복하자 한 단계 발전된 형태의 새로운 자극이 필요해졌다. 




Q2. 목표 없이 운영했는데, 어떻게 4년 동안 커뮤니티가 지속되었나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운영했다고 생각했는데, 각 잡고 앉아서 돌아보니 그래도 몇 가지 꼽을 만한 전략 포인트가 없지는 않다. 너무 원초적이고, 귀여운 전략이지만 그래도 공유해 본다.


1. 모으기 : 주요 키워드 점령            

처음의 본느샹스는 지역기반 독서모임이었다. 그래서 분당 지역 독서모임은 내가 다 먹겠다(?)는 마음으로 네이버와 인스타그램에 <분당 독서모임> 키워드를 선점하고 상위 노출시키는 데 주력했다. 네이버 키워드 검색량을 조사해 보니, <분당 독서모임>은 월간 150-200회 정도 검색 되는데 이 중에서 5%만 가입해도 성공이다 싶었다.


2. 유지하기 : 재가입률 50% 이상 유지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절대 법칙.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비용보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 비용이 적게 든다. 사람을 무작정 많이 모으려 하지 않았고, 한 번 왔던 고객을 어떻게 붙들지를 먼저 고민했다. 커뮤니티를 한 번 찾았던 분들의 마음속에 "와, 이 커뮤니티 일을 이렇게까지 한다고?" 하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게 목표였다. 책 읽기 자체를 어려워하는 멤버를 위해 독서 가이드를 제공했고, 모임이 끝나는 시간을 칼같이 지키지 않고 여유 있게 네트워킹 할 수 있게 판을 깔았다. 간간이 zoom 심야 수다방을 만들어서 사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 글쓰기모임 멤버들에게는 퇴고 가이드, 주제 찾기 가이드 문서를 제공하기도 했다.


3. 키우기 : 콘텐츠 - 북 큐레이션 뉴스레터 발행 

2020년 초반 시작된 코로나로 인해 오프라인 모임이 힘들어지면서, 온라인으로 옮겨와야 했다. 위기이기도 했지만, 지역 커뮤니티에서 전국구로 옮겨갈 기회이기도 했다. 본느샹스를 차별화하고 더 널리 알리기 위해, 북 큐레이션 뉴스레터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발행 2회 만에 비레터와 헤이버니에 소개가 되면서, 구독자가 가파르게 늘었고 대형 출판사 2곳으로부터 도서 협찬도 받게 되었다.


근데 정말로 돈 벌 욕심이 없었고, 목표도 계획도 없었던 게 성공 요인인듯 싶다. 그랬기 때문에 커뮤니티의 본질인 '사람'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Q3. 그래서, 어떤 커뮤니티를 새롭게 만들고 싶나요?

나답게 일하며, 나답게 성장하고, 나답게 돈 벌고 싶은 '의식 있는 사람들'이 함께 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다. 현재의 내가 가장 참여하고 싶은 커뮤니티이기도 하다. 내 안의 소리를 듣고, 느리지만 원하는 방향으로 올바르게 나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흔들리지 않고, 원하는 목표지점에 도착할 수 있게 서로 응원하고 연대할 수 있게 돕고 싶다. 이 여정을 함께하기 위한 도구로 책과 글쓰기를 활용할 것이다.


코로나가 끝나갈 무렵부터 빨리 돈 벌기. 쉽게 돈 벌기. 방구석 돈 벌기. 그야말로 간단하게 돈 버는 방법을 알려준다는 교육 상품들이 지겨울 정도로 쏟아져 나온다. 월 1,000만 원은 하나의 종교가 되었다. 이런 교육 상품들의 경쟁력은 더 쉽고, 더 빠른 성과를 강조해야 하는데, 판매자가 이 점을 강조할수록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거 사기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함께 커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다.


요즘 유행하는 빨리, 쉽게 돈 벌기 강사들이  매우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내가 원하는,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돈을 벌 때에만 얻을 수 있는 자기 효능감, 성취감, 일하는 기쁨, 성장하는 기쁨과 같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중한 가치들은 논외의 대상이다. 돈의 주인이 되기 위해, 삶의 주인인 나를 소외시킨다. 그들은 입 모아서 퍼스널 브랜딩을 강조하는데, 개개인성의 중요성은 쏙 빼고 일단 돈 되는 브랜딩 방법부터 알려 주겠단다.


나에겐 원하는 일을 할 때 느낄 수 있는 자기 효능감, 성취감, 성장하는 기쁨과 같은 가치들이 너무나 중요하다.

원하는 일을, 원하는 방식으로 해나가며 일하는 기쁨을 평생 죽을 때까지 누리며 살고 싶다.

나와 같은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느슨하지만 단단하게 연결되어, 함께 성장해 나가고 싶다.


러프하게 구상해 본 커뮤니티의 초기 기획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아직은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들을 정리만 해둔 단계다. 아직 시장조사도 안 했고, 차별화 포인트도 못 찾았다. 기획을 세밀하게 다듬고, 제작, 운영까지 진행되는 모든 과정은 이어지는 포스팅을 통해 공유해 봐야겠다.


[커뮤니티 명]  

더 나은 삶을 위한 셀프 디깅, <DIGGIN ME> 클럽

            

[미션] 

나답게 일하며, 의미 있게 살고 싶은 사람들의 동반성장 커뮤니티             


[슬로건] 

Everything starts from ME


[함께 하는 사람들]

  나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

  혹은 사랑하고 싶은 사람

  현실과 타협하고 살고 있지만, 나를 잃고 싶지 않은 사람

  끊임없이 배우며 성장하려는 사람


[나누고 싶은 가치]

  성장의 기쁨

  나를 믿는 용기

  느슨하지만 단단한 연결과 지지



Q4.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건가요?

모임, 워크숍, 컨설팅, 워크북. 크게 4가지 카테고리의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

STEP1. 처음엔 모임과 워크숍으로 시작하고, 포트폴리오가 쌓이면  STEP2. 리더들을 섭외하고 또 컨설팅과 워크북으로 일을 확장할 수 있지 않을까.


<모임>

[셀프 디깅 독서]  

방금 막 검색해 보니, 셀프 디깅을 주제로 한 모임이 많네... 어떻게 차별화해야 하지... 고민이 많이 필요하겠네...                                                  

평일 밤 or 토요일 오전 / 온라인 / 유료


[브랜딩 글쓰기]

나만 쓸 수 있는 나의 글. 나만의 글쓰기 테마를 정해서 글쓰기

토요일 오전 / 온라인 / 유료     

                                     

[독학 클럽]

각자 깊이 연구하고 싶은 분야를 직접 선택해서 독학                                                  

야간 or 새벽 2시간  / 온라인 / 무료 운영                                          


<워크숍>

[나에게 맞는 일 찾기]

토요일 오전 / 유료 / 오프라인 / 3-4회 코스                                                   

내가 대기업 2번 때려치우고, 스타트업 전전하며 직접 찾은 나에게 맞는 일을 찾는 노하우와 책을 읽으며 얻은 인사이트를 정리해서 강의+워크숍 형태로 서비스 제공                                          



Q5. 사람들을 어떻게 모을 건가요?


사람들이 알아서 나를 찾아오게 해줄 '유용한 콘텐츠'를 쌓아가는 것 외엔 별 수가 없다.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광고를 아무리 돌려도 콘텐츠가 별로면 무용지물이다.


1. 기존 뉴스레터 Pivot            

13회 발행하고, 무기한 휴간 중인 본느샹스 레터. 오늘 스티비에 들어가 보니 휴간 중에도 구독자가 꾸준히 늘어서 1,000명에 가까워졌다. 나에 대해 깊이 알게 해주는 질문들을 주제로, 책과 콘텐츠들을 큐레이션 해서 소개하는 컨셉으로 구상 중이다. 조금 더 뾰족해진 본느샹스 레터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디깅 미> 사이트 구축 전에 뉴스레터 먼저 발행해야지. 다음 주부터 발행 시작하자.


2. SNS 운영 (블로그, 브런치,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와 브런치는 하나의 콘텐츠를 2개의 플랫폼에 동시 발행하는 형태로 운영.            

인스타그램은 우선은 공식 계정 보다 개인 계정 운영에 집중. (커뮤니티 리더 브랜딩 = 커뮤니티 브랜딩)        

유튜브는 꼭 해야 한다기 보다, 지금 내가 그냥 하고 싶은 채널. 우선순위가 높은 채널들에 소요되는 시간을 보고 진행 여부 결정.            


3. DA 광고

본격적으로 모집을 시작할 때 단기 집행            



1. 육아휴직 2년 후 어렵게 취업한 새 회사를 (야근 압박 때문에) 한 달 만에 퇴사하고,

2. 각성모드로 달리는 두 돌 배기 애 엄마가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3. 하루하루 기록해 나가 보려 한다.  


남편이 원하는 대로 취업준비를 다시 하긴 하겠지만, 다시 취업을 하게 될지, 회사 밖에서 독립하게 될 지 나도 모르겠다. 그냥 마음이 시키는 대로, 삶이 펼쳐지는 대로 살아 보련다.


구구절절 긴 글, 귀한 시간 내서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로 펼쳐질 고군분투 스토리 지켜봐 주시고, 또 많이 응원해 주세요! 워킹맘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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