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쥴스 Mar 05. 2024

브런치를 통해, 입사 제안을 받다.

 


10일 전 작성했던 <2년 육아휴직 후 취업, 한 달 만에 그만둔 이유>라는 글이 7,000뷰를 넘어섰다. 그간 두세 시간씩 공들여 썼던 글들은 200뷰를 넘기기가 어려웠는데, 20분여 만에 울분을 토하듯 써낸 짧은 글이 예상치 못하게 많은 반응을 얻고 있다. 


맞춤법 검사도 안 하고 게시한 이 성의 없는 글이 대체 왜, 반응이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유추하건대, 

1. 솔직하고 (일과 육아 둘 다 잘하고 싶은 욕심과 절박함이 뚝뚝 묻어남) 

2. 현장감이 살아있고 (퇴사를 지른 바로 다음날 작성) 

3. 시대가 화두로 삼고 있는 주제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이어지는 출산율 저하)

4. 나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여성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이지 않을까. 

나름의 해석을 덧붙여 본다.


그리고 어제, 3월 4일 브런치로부터 제안 메일이 한 통이 도착했다. 

'브런치에서 제안이라니, 대박이다. 강의나 기고 제안이려나?' 하며 메일함을 확인했다. 예상은 보란 듯이 빗나갔고, 본문을 확인해 보니 입사 제안 메일이었다.



제안 상세 조건은 이러하다. 성인교육 회사, 시니어 마케터, 근무 조건과 근무 시간 모두 내 상황에 맞추어 협의 가능. 시장, 업종, 근무환경 모두 내가 딱 찾던 조건의 회사다.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더라면, 내가 직전 회사를 퇴사하지 않았더라면, 절대 받지 못했을 조건의 제안이다. 


우연 치고는 참 신기하다 생각하며 답장을 보내고 있는데, 문자 한 통이 이어서 도착했다. 작년 12월 최종 면접까지 합격했으나, 연봉협상 과정에서 내가 경력단절에 육아맘이라는 이유로 연봉을 후려쳐서(!) 나를 매우 분노케 만들었던 회사의 인사담당자였다. 재 협상을 제안할 수도 있었지만, 그냥 시원하게 입사를 포기했다. 단지 내가 엄마라는 이유로, 내 가치를 헐값에 매기는 회사와 일할 이유가 없었다.

인사담당자가 다시 연락한 이유는 입사 제안이었다. 하루에 2건의 입사 제안을 받았다.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당사가 원하는 인재를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현지 님이 다시 거론되었고, 현재 구직 중이시라면 연봉과 근무조건 모두 원하는 조건에 맞추어서 입사를 제안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전에 연봉 협상 과정에서 불쾌하게 해드렸던 점 사과드립니다."  


헛웃음이 났다. 마케터에서 교육기획자로 업종을 바꾸고 싶어 했는데, 보란 듯이 하루 2건의 마케터 포지션 입사 제안이라니. '내 삶이 나에게 이렇게 또 방향을 알려주는구나. 나는 마케터 경력을 이어가야 하는구나.' 


기왕 퇴사한 거 조금 여유를 두고 개인 일을 병행하며 천천히 입사를 준비하려 했는데, 빠르면 3월 내에 거취가 정해질 것 같다. 그리고 하루 2건 입사 제안 사건(?)을 겪으며, 3가지 깨달음을 얻었다.



1. 글을 쓰자. 

돌아보니, 내 삶에 모든 기회들은 내가 쓴 글이 가져다주었다.

광고대행사 입사 준비할 때에는 내 <블로그>가 포트폴리오가 되어 주었다. 

사이드 프로젝트로 발행했던 <뉴스레터> 덕분에 클래스 101로부터 강사 제안을 받아,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온라인 VOD 클래스를 론칭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입사 제안까지 받았다. 

글을 잘 쓰려는 욕심은 내려놓고, 올해는 그냥 가볍게 '매일 쓰는 사람'이 돼봐야겠다.  



2. 삶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안다.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내가 무슨 수를 써도 안 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내 삶을 이끄는 거대한 흐름이 있음을 매 순간 느낀다. 삶의 흐름이 춤출 수 있도록, 삶이 초대하는 곳으로 그저 따라가 보려 한다. 

@박시현 작가님(내가 아는 여자 중에 젤 멋진 언니) 보고 싶다. 연락드려 봐야지.



3. 스스로 내 가치를 낮추지 말자.

2년 동안 집에서 육아를 하며, 현업에서 멀어져 있는 기간 동안 나는 더 이상 쪼그라들 수가 없을 만큼 작아졌다. 먼지가 되었다. 늘어진 운동복에 씻지도 못한 몰골로, 늘 집에 있는 내 모습을 스스로 비참하게 여기고 또 싫어했다. 이제 와 돌아보니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너무나 소중한데, 당시에는 몰랐다. 매일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만 했다. 자존감이 바닥을 친 채로 구직활동을 이어가는 동안, 입사 안 하면 그저 남일 인사담당자들에게 저자세를 취했던 경험이 뼈아프다. 도도하게 굴자. 그래야 남도 나를 대접해 준다. 



마지막으로, 내 인생에서의 매 순간의 선택에 기로에서 나는 나의 직감을 더 믿기로 했다. 어차피 선택에 정답은 없고, 내 선택을 정답으로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일을 통해 또 한 번 경험했다. 그리고 내가 가장 잘 되길 바라는 사람은 나니까. 내 인생에 감놔라 배놔라 하는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는 참고만 하고, 내 선택을 믿고 응원하며 내가 옳다고 믿는 삶을 살아 내자 다짐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2년 육아휴직 후 취업, 한 달만에 그만 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