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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기자 Apr 19. 2020

논란의 집단면역과 '국뽕'



스페인, 미국, 이태리 등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일로였던 국가들의 신규 확진자 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지인들 말로는 덴마크는 출구전략을 취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고 한다. 아무래도 코로나 발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니 록다운을 슬슬 풀려고 하는 모양인데 일각에서는 너무 이른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결국 4/15부로 부분 봉쇄완화로 가닥). 아래 링크는 덴마크 전임 총리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의 기고문이다. 주변국에 비해 기민했던 덴마크의 조치(3/11일부터 국경봉쇄)를 칭찬하면서도 출구전략만큼은 느려도 신중한 연착륙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점진적인 봉쇄 해제를 주장하면서 모범사례로 스웨덴을 언급한 대목이 흥미롭다. '스웨덴이 스웨덴인을 믿고 자율에 맡겼던 것처럼 덴마크도 덴마크인들이 스스로 각개전투하게 하자'는 주장이다.


"Måske vi i stedet burde stole på danskerne, som man i Sverige tør stole på svenskerne. Hold afstand, stram op på hygiejnen.." (Maybe we should instead rely on the Danes, as in Sweden one dares to rely on the Swedes. Keep your distance, tighten up the hygiene..)


https://www.berlingske.dk/politik/jeg-er-ikke-sikker-paa-vi-forfoelger-den-rette-strategi



이미 각국 언론들이 앞다퉈 보도한 것처럼 스웨덴의 집단 면역(Herd Immunity)은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이제 더 이상 스웨덴의 확진자 범위는 사태 초반에 그랬던 것처럼 노년층에만 국한되지 않고 무증상자로까지 확대 (Sverige radio, 4/9)(下링크)되는 모양새다. 현상만 두고 본다면 당국의 주장대로, 이론적으로는 떼 면역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다. 실제로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4/15일 자, 下링크) 테그넬이 "커브가 완만해졌다"라고 낙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확진/사망자 수를 낮추려는 보다 적극적 조치나 의료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집단면역으로 (확진자 증가 추이 곡선의) 커브를 낮추려 하기 위한 의도'라는 그들의 주장도 상당히 힘을 잃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벌써 증가세가 줄었다 말할 정도로 애초에 검사를 많이 한 나라도 아닌데 너무 성급하진 않은지. 그리고 그래프도 봤는데 뭐가 완만해졌다는 건지 모르겠다;



아 웃으면 안 되는데.. 다들 어이없긴 마찬가지인가 보다


https://sverigesradio.se/sida/artikel.aspx?programid=83&artikel=7450023


www.aftonbladet.se/nyheter/a/qLgr9o/tegnell-okningstakten-har-minskat-valdigt-mycket



유럽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도 스웨덴식 집단면역은 리버럴한 편이고 그래서 상황이 중하게 다뤄지다 보니 서방과 국내 언론의 보도가 과장되고 왜곡됐다, 자극적이다, 심지어는 가짜 뉴스라고 하시는 분들도 가끔 뵌다. 재미있는 건 그런 말씀하시는 한인 분들도 당국 방침에 상당히 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마 이 분들은 당국을 비판하면서도 한편으론 국내에서 스웨덴이 공격받는 뉴스(와 여론)에 적극 반박도 하며 나름대로 사고의 균형을 찾으려고 하시는 것처럼 보인다.


엄밀히 따지면 '집단면역'이라는 표현은 스웨덴 정부가 사용한 것이 맞다. 이미 현지 언론에서 여러 차례 테그넬(공공보건청 수석 전염병학자)과 뢰벤 총리가 집단면역이 지향할 바임을 강조한 바 있다 (下링크). 물론 이걸 두고 '러시안룰렛'이란 비판(마르쿠스 칼손 룬드대 수학과 교수)을 인용한 것이나 '실험'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언론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밝힌 스웨덴 당국의 입장을 본다면 그 정도의 해석은 충분히 나올 수가 있고 과장이나 억측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고 건설적인 비판,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언론 입장에서 그 정도는 용인될 만한 수위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https://svenska.yle.fi/artikel/2020/04/04/nej-sveriges-strategi-ar-inte-flockimmunitet-men-flockimmunitet-ar-enda-sattet



몇 해 전 국내 모 언론이 3년 전의 해운대 쓰나미 사진을 재탕해서 쓰거나 포토샵으로 인파를 조작해서; 업계가 발칵 뒤집어진 적이 있었는데 예를 들면 이런 경우는 명백히 왜곡, 과장보도에 해당되지만 현재 스웨덴의 집단면역에 대한 서방/국내 언론들의 기조가 사실을 오도하고 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기가 힘들다. "마스크를 안 한 채 레스토랑이 인파로 붐빈다는데 우리 동네는 그렇지 않다, 한 단면만을 보고 보도한 것"이라고 하는데 나도 지인들에게 거리가 텅텅 빈 시내 사진을 확인했고 (아래 링크는 SVT가 3/20일 자로 촬영한 텅텅 빈 스톡홀름 시내 전경이다) 스웨덴 전체가 그렇진 않을 거란 데는 동의하지만 국내외 언론들이 촬영한 '노르말름 카페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커피 마시는 사람들' 영상이 편집기로 조작된 게 아니라면 그것 또한 팩트의 일부라는 것은 부정 못 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종종 사람들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싶어' 하신다.



https://www.svtplay.se/klipp/26047084/se-de-folktomma-platserna-i-stockholm



(다음에 포스팅하겠지만 사실 언론 보도에 대한 몇몇 비판들에 대해선 할 말이 많다. 과거 언론들이 노르딕 국가의 벤치마킹할 점을 보도할 땐 '너무 좋은 것만 보여준다'더니 이제는 '너무 안 좋은 것만 비춰준다'라고 하시는데 솔직히 좀 답답하다. 학교 에세이도 한 문단에 주제문 하나가 허용되듯이 기사도 마찬가지다. 테크니컬한 측면에서 한 기사 안에서의 논리 전개가 '이 사회의 이런 점은 좋지만 또 저런 나쁜 점도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성립되진 않는다. 정치기사를 제외하곤 양극단을 한 기사 안에 반드시 다 기술할 의무는 없다. 게다가 한정된 지면을 그렇게 한가롭게 할애해줄 정도로 한국 독자들에게 스웨덴 또는 북유럽이란 작은 국가/문화권이 주된 관심거리지도 의문이다)



https://svenska.yle.fi/artikel/2020/04/04/nej-sveriges-strategi-ar-inte-flockimmunitet-men-flockimmunitet-ar-enda-sattet



이번 사태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건 집단면역을 설명하는 이들의 화법이었다.


핀란드 공영방송: "집단면역이 스웨덴의 전략이냐?"

테크넬: "집단면역은 국가적 '전략'은 아니지만 지향할 바다. 우리의 목표는 감염자 커브를 낮추는 것이다. 집단면역 외에 지속가능하게 커브를 낮출 수 있는 다른 방도는 없다"(上링크)(YLE, 4/4일 자)


핀란드 공영방송: "인구 대비 사망자 수가 핀란드나 노르웨이에 비해 현저하게 높다"

테그넬: "두 나라도 곧 스웨덴의 전철을 밟을 거다(확진/사망자 수가 늘어날 거다)"(上링크)(YLE, 4/4일 자)


SVT: "(집단면역으로 인해) 사망자 수가 폭증한다면 최종적인 책임은 누가 지게 되나"

뢰벤: "(현재는) 평가나 결론을 내릴 단계가 아니다. 사후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테크넬: (하도 충격적이라 그냥 밑에 원문을 인용했다) (上링크)(YLE, 4/4일자)


Om Finland och Norge kommer att hamna i samma situation som Sverige och Danmark och många andra länder i världen det får vi väl se, det är tidigt än, jag tror man ska vara väldigt försiktig med att göra bedömningar i det här läget, säger Anders Tegnell.


( If Finland and Norway will end up in the same situation as Sweden and Denmark and many other countries in the world, we must see that sooner than that, I think you should be very careful about making assessments in this situation, says Anders Tegnell)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명쾌한 답변은 없고 되레 즉답을 비껴가는 듯한 뉘앙스다. 책임소재도 분명치 않고 방역의 상당 부분을 국민 자율과 신뢰성에 일임할 거라면 애초에 국가가 존재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이 나라가 장기적인 안목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드라마틱하기보단 안정적인 결과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존중하지만 국민들의 생명을 담보로 한 이런 긴급상황에서 당장에 필요한 것은 우수한 의료역량과 시의적절한(빠른) 대처, 두 가지뿐이란 생각이 드는데 전자를 갖추지 못했으면 후자에라도 올인을 해야 할 텐데 너무나도 느린 대응 속도가 아쉽다.


이미 4월 초에 정부의 이동제한 방침이 강화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 이동이 많은 부활절이 넘긴 뒤에야 4/16일 국회에서 특별재난법 Nya Krislagen이 통과(realtid, 4/16)됐다고 한다. (4/18부터 효력 발생, 6/30일까지 유효. 의회 동의 없이도 항만 공항 철도나 쇼핑센터를 일시 폐쇄, 집회와 이동을 제한할 수 있게끔 정부 권한이 커진다) 사안이 구체화되기에 앞서 속보를 낸 외국 언론들은 이를 두고 '집단면역 실험의 실패인가?'라는 야마로 다소 성급한 보도를 내놓았고 여기에 다시 스웨덴 당국이 해명을 하는.. 답답하기 그지없는 과정이 되풀이되고 있다. 논조를 보면 당국은 실패를 자인하지도 않았고 집단면역 방침은 그대로 가져가고 있다.. 달라진 건 좀 더 신속하고 강한 이동제한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다른 나라들은 이미 실행에 옮겼던 조치란 걸 생각하면 몇 발자국은 뒤진 채 따라가는 느낌이다.



www.thelocal.no/20200401/norway-pms-party-surges-in-polls-on-coronavirus-lockdown


https://sverigesradio.se/sida/artikel.aspx?programid=2054&artikel=7445509



사실 면역이 (전략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옳은 것인가 하는 논의 자체보다 이걸 둘러싼 스웨덴인들의 반응이 더 흥미롭다. 기 보도된 바대로 공공보건청 테그넬은 현재 전국민적 비판과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인물인데 예상외로 이 사람과 정부를 지지하는 스웨덴인들이 많다고 한다. 페이스북에 테그넬을 지지하는 팬 클럽 (4/17일 기준 회원 2만 5448명)이 결성됐고 스웨덴인의 52%가 정부 방침을 지지하고 (이번 사태로 무능의 끝판을 보여주는 것 같은) 사민당의 지지율도 심지어 올랐다니 외국인의 눈으로 볼 때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코로나가 본격화된 2말3초부터 반등해서 4/1 기준 26%다(링크). 안정이라는 가치가 우선시 되기 마련인 재난상황에서 여당이 유리한 건 스웨덴만이 아닌 듯하다. 덴마크 총리 지지율이 79%, 노르웨이 여당 지지율은 2018년 12월 후 최고치를 기록(上링크), 서유럽 국가들도 위기 초반에는 지지율이 꺾였다가 크게 반등하는 유사한 추이 보이며 반사이익을 얻었다. 정말 정말 재밌는 현상이다 (한국총선 결과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특히 주변국들인 덴마크, 노르웨이 정치권은 연일 자국 언론에 보도되는 '스웨덴의 위기'를 근거 삼아 자기들의 셧다운 전략이 옳았다는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고 한다(下링크)



https://news.joins.com/article/23756090

https://www.politico.eu/europe-poll-of-polls/sweden/

https://www.thelocal.se/20200331/the-nordic-divide-is-denmark-norway-sweden-right-or-wrong-on-coronavirus



전 세계의 이목이 스웨덴의 집단면역 대응에 집중되자 스웨덴인들도 이를 의식한 탓인지 사회적 결집과 스웨덴 방식의 우수성을 강조하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일반인들의 기고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여실히 묻어나는 것 같다. 아래는 한 현지 언론에 실린 사설인데 Lena Mellin이라는 기자가 쓴 것으로 "정부가 스웨덴인의 상식을 신뢰하듯 스웨덴인도 정부를 믿기에 당국의 지침을 '자발적으로' 따르고 있다. 스웨덴인은 스웨덴인들이 선택한 길을 믿고 따르자"는 것이 요지다.



https://www.aftonbladet.se/nyheter/kolumnister/a/rARgpA/var-stolt--du-bor-i-sverige


Jag är stolt över att vara svensk just nu. Och exempelvis inte dansk. Eller fransman.

(지금 내가 스웨덴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덴마크인이나 프랑스인이 아니라. I'm proud to be Swedish right now. And for example not Danish. Or the Frenchman.)


..라는 무시무시한 국뽕 쩌는 문장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국내 포털사이트의 코로나 관련 뉴스 기사들에 달린 댓글들과 놀랍도록 흡사하다.


아프톤블라뎃 Aftonbladet은 타블로이드 느낌의 석간이라 왠지 정론지라는 느낌은 덜한데 그래서 이 매체에 실린 글들이 어느 정도 신빙성이나 보편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스웨디시 지인들의 반응을 보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인들은 '50명 이상 집회 금지', '물리적 거리 유지' 같은 방침을 국민들이 준수하고 있으며 이 모든 것들은 강제력 없이 '자발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라는 걸 강조했다. 덴마크나 이태리 같이 국가가 나서서 셧다운을 하거나 중국 같은 아시아국가처럼 톱다운 방식으로 이뤄지는 강제적인 외출자제령 없이도 정부의 '권고'에 따라 '자율적으로' Social distance를 지키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눈치였다.



https://www.rte.ie/news/2020/0414/1130498-sweden-approach-coronavirus/



"He(필립 오코너) said Swedish people believe that you put the best person in the job, and then you step back and let them do their work, you don’t question their approach"(4/14일 자, RTE)(上링크)


위에는 아일랜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웨덴  파견 기자인 Philip O'connor가 한 말이다. 그간 스웨덴 사람들의 일하는 방식, 스타일을 보면서 내가 느꼈던 인상을 정확히 짚어낸 느낌이었다. 개인의 자율성과 책임을 중시한다는 점이 강점이 될 수도 있지만 말 그대로 그 사람이 진짜 'best person'이란 걸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에 너무 심각하게 이상적이진 않나 생각도 든다. 조직 말단이라도 개인 권한이 크고 타인이 간섭할 수 없다는 점 때문인지 종종 태업을 (엄청나게) 심하게 하거나 사람마다 편차가 심해서 서비스 질이 균질하지 않은 경우를 흔하게 겪었기 때문이다. 서비스 이용자의 평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탓인지 공공기관일수록 그런 갑질을 더 자주 겪었다. 베스트 맨이 아니고 무능한데 권한이 커버리면 disaster다. 그렇다고 테그넬이 무능한 사람이란 말은 아니지만.. 그래서 솔직한 심정으로 스웨덴인들이 정치인들이 아닌 '전문가' 테그넬에게 권한을 일임하는 것에 무척 자부심을 느끼는 모습이나, 테그넬이 이웃 덴마크, 노르웨이의 방침을 두고 "(과학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한) 정치적 결단"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공감이 가질 않았다. 전문가를 신뢰하는 모습은 좋지만 그가 '틀렸을 경우'도 현실적으로 대비를 하는 게 맞다고 보기 때문이다.



https://www.berlingske.dk/aok/kresten-schultz-joergensen-der-er-en-saerlig-grund-til-at-danmark-og-de-andre


최근엔 서방 언론에서 스웨덴의 실험을 재평가하는 기사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모 언론은 '2020년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나라임을 증명한 유니크한 케이스'라고 치켜세우고, 모 기업 CEO가 덴마크 언론에 기고한 칼럼(上 링크)은 '스칸디나비안 DNA가 노르딕 국가들의 독자적 대처를 낳았다'라고 말하고 있다. '스웨덴식 대응에 대한 세간의 예단은 틀린 것이며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집단면역의 우수성이 증명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下링크, National review에 실린 기고글이다. 구글에 national review bias라고 자동검색어 완성이 될 정도로 보수 성향의 미국 잡지라는데 리버럴한 스웨덴 방식을 옹호하는 게 좀 아이러니하다)


 https://www.nationalreview.com/2020/04/coronavirus-response-sweden-avoids-isolation-economic-ruin/



일련의 사태를 보며 왜 그들이 저렇게 행동하는지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했는데 결국은 각 문화권의 정서 차이에서 오는 갭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든다. 한국인이 '샤워실의 바보' 스타일이라면 스웨덴인은 서서히 끓는 '비커 속의 개구리' 스타일이랄까. 각 사회가 겪은 역사가 다르듯 위기에 대응하는 문화 dna도 다를 것이기에 어느 쪽이 우월하고 열등하다고 할 건 아닌 듯하다. 처한 상황에 따라 장점 혹은 단점으로 드러날 뿐. 보신주의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도 평상시에는 평화와 여유, 워라밸이라는 장점으로 발현되는 걸 종종 목격하지 않던가. 마찬가지로 마스크가 터부시 되는 배경에도 개인주의 외에도 사회문화적 요인, 심지어는 지리적 입지운빨도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예컨대 (서구 언론에서 곧잘 언급한 '메르스의 교훈'은 차치하더라도) 한국도 사실 다년간의 중국발 미세먼지 공습으로 마스크 착용이 보편화되지 않았더라면 이런 대국민 의식화가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더 걸렸을 것이고 그랬다면 피해가 더 확산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www.theguardian.com/world/2020/apr/15/sweden-coronavirus-death-toll-reaches-1000



스웨덴인은 "지금 내가 스웨덴인임이 자랑스럽다"라고 하고

덴마크인은 "스칸디나비안 DNA는 환난을 헤쳐온 사회적 자산"이라고 하고

한국인은 "지금 같은 상황에 한국인이라는 게 얼마나 다행인가"라부르짖고

프랑스인은 "프랑스처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나라가 세상에 없다"고 자찬하고

일본인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니혼진니 우마레떼 요캇다"하는 상황이니


서로가 자국이 옳고 잘했다 하니 참 훈훈하게 느껴질 법도 한데 씁쓸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인지.. 고래로 역사에 비춰 볼 때 외부 위기요인이 내부 결속력이 강화시키고 그만큼 민족주의나 내 정체성에 대한 애착과 고집도 강해지는 것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실이라지만 기묘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25/0002992042?ntype=RANKING

https://www.lesechos.fr/idees-debats/cercle/opinion-covid-19-et-tracage-ne-sacrifions-pas-nos-libertes-individuelles-1192463



문제는 '자화자찬'의 단계를 넘어 다른 나라/문화권을 공격함으로써 자존감(혹은 열등감)을 회복하려는 모습도 보인다는 점이다. 아무도 겪어보지 못한 위기라는 사실이 주는 정보부족과 불확실성 때문에 각자 자국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알 길이 없어서일까? 다른 나라와 비교를 해서라도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경영학 마케팅 이론 중에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의 만족도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자신의 구매 결정을 정당화하려는 심리(ex. 물건을 구입한 뒤 별점 높은 상품평을 읽는 것과 같은 행위)를 일컫는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이란 용어가 있듯이, 위기상황에 내려진 국가적 결단에 대한 사람들의 확증편향도 국적 불문하고 비슷하게 발현되는 것 같다..


그리고 때로는 그것이 다른 집단과 나라가 택한 방향을 비판 혹은 비난함으로써 심리적 위안을 찾는 것으로도 나타난. 사안의 극히 일부만을 확대해석한 채 저 직업을 선택 안(못) 하길 잘했어, 저건 분명 신 포도일 거야 하고 안도하는 포도밭의 여우가 된 심정이랄까.

 


https://sverigesradio.se/artikel/7452140


같은 나라 안에서도 다른 문화권에서 온 집단에게 교묘하게 화살을 돌리려 하거나 물타기 하는 모습도 보여 안타깝다. 위 기사는 유독 댓글이 많고 반응이 격해서 클릭했는데.. 제목에서 보듯이 '바이러스가 특정 이민자 집단에서 높은 확진율을 보였다', 본질에서 벗어난 내용을 다뤄 저의를 의심하게 만든다.








국의 방침이 정해지면 크게 따라가는 사람들과 반발하는 사람들로 나뉘는데 전자는 계속적으로 이론이나 근거를 생산해 명분과 정당성을 마련하려고 하는 것 같다. 정부를 지지해서가 아니라(물론 그런 집단도 있겠지만) 미증유의 위기사태에서 느끼는 불안감을 그런 식으로 나름대로 해소해보려고 발버둥 치는 게 아닐까.


물론 결과가 좋으면 스웨덴의 이런 낙천주의마저도 옳았다고 평가받을지도 모를 일이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그건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란 생각이 든다. 각자 지향하는 바는 조금씩 다르지만 희든 검든 쥐를 잘 잡는 게 좋은 고양이라고 하듯이. 개인적으로 스웨덴의 경우는 이 실험이 실패할 것임이 자명해 보여서 많이 안타깝지만.. 이런 국뽕들이 정신승리로 끝날 지 아닐지 두고 볼 일이다.  






Image source l www.sketchappsourc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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