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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기자 Feb 27. 2022

새로운 시작, 이케아국에서 와플국으로:-)

[미니 학습지] 프랑스어 1단계 완료 후기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정든 스웨덴을 벗어나 새로운 나라와 도시에 닻을 내리게 됐다. '정든'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실상은 미운 정과 고운 정이 모두 포함된 애증에 가깝다. 스웨덴은 내게 친정 같은 곳이지만 그 나라의 지독한 관료주의와 이민국의 무능한 일처리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고 폐쇄적인 사회성과 micro aggressive한 인종차별을 경험하며 실망한 적도 많았다. 우여곡절을 겪고 지금은 다른 나라에 둥지를 틀었지만 이제는 스웨덴에 대한 부정적 감정이 많이 사그라들었다. 스웨덴이나 유럽에 대한 관심 자체가 옅어지고 이제는 관심사가 다른 분야로 옮겨간 탓인지도 모른다. 건강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미워하기엔 스웨덴에서의 기억들이 너무 예쁘다. 출국 전 폰 사진을 드라이브에 옮기면서 스웨덴에서 찍었던 사진들을 간만에 꺼내봤다. 그야말로 추억들이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미드 섬머의, 찬란한 햇살이 부서져 빛나는 호수의 수면처럼. 그때 사진을 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이런 소중한 기억을 지키고 싶다. 아름답고 애틋한 추억만 간직한 채 앞으로 걸어 나가고 싶다.



21년부터 프랑스가 온라인으로 비자신청을 받는다는 The Local 기사가 떴다. 그럼 그전에는? 물어보니 전에는 줄을 섰다고 한다..(사진은 영화'웰컴투 스웨덴'의 한 장면)



사실 나는 석사 1년차 때부터 스웨덴을 벗어나 유럽대륙(특히 덴마크)으로 가려고 2018년 여름방학겨울 덴마크와 영국 구직시장을 기웃거리며 안간힘을 썼다. 다행히 이런 남진(南進)정책(?)이 결실을 맺어 작년 2월경 꿈에도 그리던 서유럽, 게다가 콘티넨탈로 이직하게 돼 무척 흡족하고 기뻤다. 벨기에는 서유럽 한복판에 자리 잡은 나라라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룩셈부르크와 국경을 마주하고 있다. 스웨덴에 살았을 때 스웨덴보다 다리 건너 덴마크로 더 자주 놀러가곤 했는데 아마 이번에도 와플국보단 바게트국에 자주 놀러 갈 것 같다. 머릿속에 '유럽'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곧 '파리'가 연상될 정도로 프랑스에 대한 로망이 있기 때문에.. 내가 사는 곳에서 파리까지는 기차로 약 2시간, 릴 Lille까지 1시간, 독일 뒤셀부르크까지 자가용으로 2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차로 1시간 30분이면 닿을 정도로 코 닿을 거리라 한 나라나 다름없다. 과거에 둘이 한 국가였다가 분리되지 않았나. 플랜더스 지방은 세제나 법률도 더치법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간혹 프랑스 외곽이나 네덜란드 위성도시에 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솔직히 벨기에나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같은 미니 국가들은 나라가 아니라 그냥 도시라고 생각한다. 여러 소국으로 쪼개져서 서로 다른 언어로 소통하고 이웃 폴리스 주민들끼리 용병처럼 이리저리 왕래했다던 고대 지중해의 도시국가 중 하나에 사는 기분이다. 불편한 점도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사실 나는 이 지리적 이점 때문에 벨기에를 선택한 것도 있었다.




스웨덴의 관료주의를 마주할 때마다 삼켰던 내적 절규.jpg



하지만 괴랄하게도 이 쬐꼬만 나라에 공식 언어가 무려 3개. 더치어, 프랑스어, 독어를 사용한다고 들었을 때 솔직히 감이 잘 오지 않았다. 내가 사는 북쪽, 플랜더스(플랜더스의 개에 나오는 그 동네가 맞다) 지방에선 더치어를, 남쪽인 왈로니아 지역은 불어를, 수도 브뤼셀이 있는 중간지대는 두 개를 다; 쓴다고 들었을 때 당혹스러웠다. 현재 다니는 직장 동료들은 인종과 국적이 다양해서 네댓 개 외국어를 자유자재로 하는 사람들이 기 때문에 처음 왔을 때 자신감이 꺾였던 기억이 난다. 복도 너머로 독어, 더치어, 불어, 스페인어, 알 수 없는 동유럽 언어를 영어와 막 교차해 구사하는 사람들.. 게다가 플랜더스 지역은 더치어가 공식언어라 해놓고선 대화 중간에 불어 표현을 섞어서 다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다..) 프랑스 리서치 기관이 보내는 정기 서베이는 숫제 대놓고 불어로만 적혀 있었고 네덜란드계 상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불어를 몰라서 번역이 필요하면 나한테 물어봐'라고 친절하게 말해 좌절감을 안겼다. 이탈리아 오피스와 화상 회의를 할 때는 다들 인사를 또 이태리어로 하곤 했다. 



<미니 학습지> 프랑스어 교재. 해외배송도 가능하다 (배송비/통관비 별도). 박스 안에 알록달록 단계별 학습지와 별책부록 문법책자가 포함돼 있다



 지금은 이런 난잡함(?)에 적응이 됐지만 처음엔 너무 혼란스러웠고 스트레스였다. 그래서 6개월 넘게 현지어 배우는 걸 외면하고 현실도피를 하다가 불편하기도 하고 평소 로망이 있던 프랑스어를 배우면 대리만족이 될 것 같아서 불어를 배우기로 했다. 플랜더스에 살면 더치어를 배워야 하는데 나는 정말 더치어가 너무 싫다. 같은 게르만어족이라 스웨덴어와 유사한 단어가 많은데도 불구, 독어나 네덜란드는 정말 듣기 싫은 소리를 내는 반면(발음이 너무 투박하고 스럽다) 불어는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게 좋았고, 이걸 배워서 연말 파리로 보상여행을 가야지 하고 새로운 목표도 세웠다. 불어권 사람들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영어를 못 하기로 유명한데 그런 이들마저도 모국어인 불어를 구사할 때면 그렇게 세련되고 포쉬하게 보일 수가 없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가 밀집된 브뤼셀 중심가에 가면 수트를 잘 차려입은 끈한 남자들이 불어로 속삭이는 소리가 거리 곳곳에서 들린다고, 친구가 말했었는데 그 모든  불어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래서 작년 말에 <미니학습지> 프랑스어 환급과정을 신청했는데 (해외배송 가능) 올해 1월 중순이 되어서야 교재가 도착했다. 모처럼 간만에 브런치 글을 적게 된 이유도 환급을 받으려면 단계별 완강 후기를 블로그나 인스타 같은 데 올려야 하기 때문이다. 강조하지만 정말 내돈내산이고 돈 받고 쓰는 후기가 아니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무기력증 때문에 몇 년이 가도 시작도 못할 것 같아서 환급과정 수강해 동기부여를 하는 중이다. 딱 1달을 해본 결과, 정말 굿초이스였다고 생각하고 있다.



1. 10~25분 내외로 짧은 강의 시간: 정들만하면 끝난다. 성인 학습지는 처음인데 상당히 분량이 적당하고 좋았다. 퇴근하고 밥 먹기 전이나 저녁시간, 쉬는 타임에 가볍게 하기 적절한 듯하다. 부담이 없어 좋다. 딱 한 장이 하루 분량이다. 왼쪽은 배울 내용, 오른쪽 페이지는 연습문제를 풀고 하단에서 답을 찾아볼 수 있다. 분량은 짧은데 내용은 제법 알차서 한달째인데 벌써 일상 속 프랑스어 표현을 알게 됐다. 직장 동료들이 쓰는 더치어 중 자주 쓰는 표현이 있었는데 상당부분이 프랑스어에서 왔다는 것도 이번 수업을 통해 알게 됐다. 예를 들면 "Salut", "ça va", "merci" 같은 일상 표현 외에 "Allez"를 문장 속에 엄청 자주 끼워 쓰던데 영어의 "아, 커몬~" 이런 뉘앙스의? 표현이라고 한다. 본 강의에서 "déteste aller au travail(출근하기 싫다, 라는 뜻의 참 현실적인 회화 구문)" 문장을 공부하다가 "알레"가 "가다"라는 뜻의 프랑스어라는 걸 알게 돼 반가웠다.



  

2. 예능 같은 구성과 편집:  자막 다신 분 상 줘야 할 듯

한국인과 원어인 강사의 본 강의 뒤에, '윤재학생'이라는 분(연예인인가? 했는데 그냥 일반인 분인 듯하다)이 나와서 복습하는 강의가 따라나오는데 재미있다. 윤재학생이 학습한 내용이 생각이 안 나서 렉 걸리고 버벅대거나 한국인 선생님이 현타 온 표정을 지을 때도 있는데 웃기다. 예능 같은 느낌이라 즐기며 공부할 수 있다.



3. 한 달째, 정신 차려 보니 1단계 완강:  전반적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재밌었다. 다만 아직 내용은 쌩 기초지만 숫자 세는 게 너무 괴랄해 가끔 포기하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일례로 777은 sept cent soixante-dix-sept. 번역하면 700+((60+10)+7). 294는 deux cent quatre-vingt-quatorze. 번역하면 200+((4x20)+14)..


대학생 때 기초 프랑스어까지 배운 뒤 오만정이 떨어져서 그 뒤론 의절했는데 그때도 남성/여성명사가 있다는 사실이 상당히 전근대적이라 생각했다. 암튼 불어는 있어 보이고, 발음도 철자도 아름답고 멋있고, 유럽어 중에서는 그래도 영어와 더불어 가장 효용이 큰 언어 (더치어를 과감히 버리고 불어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임은 틀림 없지만 발음과 문법, 규칙의 불규칙적인 변화 때문에 계속 배우면서 '왜?? 도대체 왜?' 이런 생각이 들게 하는 언어임은 사실이다. 그냥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녀'를(la france, 여성명사니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마의 숫자 세기: 70이 넘어가면 볼펜을 집어 던지고 싶어진다











전설의 갬블러. 승부사 아놀드 로스틴의 명대사


다른 사람들도 그랬듯이 20-21년은 대 변혁기였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한몫 챙긴 능력자들도 많던데 개인적으로 참 부럽고 배우고 싶다. 그런 능력자들에 비하면 내 고민은 어린애 장난이고 저런 아웃라이어들은 그런 고민 너머에서 노닐고 있다. 스웨덴에 유학 갈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최종 행선지를 정해두진 않았다. 편도 티켓을 끊은 채 무한대의 가능성을 열어 두기로. 그리고 직장 일과는 별개로 오랫동안 생각해온 일에 운기를 제대로 걸어보고 싶다. 작년 초 벨기에행이 결정됐을 때 직감적으로 이게 내 인생의 Game changer가 될 기회라는 게 강하게 느껴졌다. 나는 이런 직감이 정말 잘 맞는 편이다. 앞으로 빠르면 1~3년, 그 안에 향방이 결정된다. 그때 내 선택이 옳았음을 스스로 증명해 보일 수 있기를


도박사가 아니더라도 인생을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말



환급미션 때문에 지금 쓰는 포스팅을 포함해 <미니학습지> 후기 포스팅을 당분간 브런지에 올려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포스팅은 광고글 같아서 신뢰도가 떨어지거나 내용이 딱딱하고 재미없게 느껴질 수가 있다. 그래서 100% 수강 후기가 아닌, 중간 중간에 바게트국이나 와플국 이야기, 아님 (벨기에 사람들이 자주 씹는) 거인국이나 소시지국 이야기, 기타 외국어 이야기로 잡썰을 조금씩 추가해 작성하고자 한다. 쓰는 입장에서도 그게 더 재밌으니까.. 한동안 브런치에 손을 놨는데 과거 내가 썼던 글을 보니 항마력이 달려서 도저히 못 읽겠다. 이번 포스팅은 한번 올리면 <미니학습지> 규정 때문에 당분간 글을 내 맘대로 내리지도 못할 건데 또 다른 흑역사를 쓰는 게 아닌지 조금 걱정도 된다.


예전처럼 자주 글을 올리진 못하겠지만 <미니학습지> 미션 후기 글들을 가끔 올리는 정도로 명맥을 이어갈 순 있지 않을까. Fin



어릴 적 가족들과 여행갈 때마다 각국 공항에서 하나 둘씩 사모았던 만화 "Tintin"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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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학습지 홈페이지 : https://bit.ly/studymini



Image by PublicDomainPictures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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