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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현우 Aug 17. 2021

잠깐만 방심해도 시간은 의미없이 흘러간다.


문득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있었지만 제대로 결과를 낸 것이 없었다. 쓸데없는 시간을 너무 많이 흘려보냈다. 최근 몇년간 이렇게 시간을 보냈던 적이 손에 꼽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하루 정도 멍때리고 아무것도 안 할 수도 있지 그게 왜?' 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한테는 그렇게 쉽게 넘길 일이 아니다. 차라리 쉬기로 한 날이었으면 맘편히 쉬었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은 일을 하기로 결심한 날이었다. 그러면 최대한의 생산성으로 일을 해냈어야 했다. 



이유를 분석해봤다. 7월 1일 한 명, 8월 1일 한 명 새로운 직원들이 들어왔다. 직원들이 생기면서 약 40일 동안 정신없이 교육과 피드백을 했다. 덕분에 신입 수준으로 입사했던 직원들은 한달만에 웬만한 1년차 경력직 정도의 역량이 생겼다. (지극히 개인적으론, 컨텐츠 업계에서 신입과 경력의 차이는 한끗 이라고 생각한다. 일에 대한 제대로 된 태도를 가진 신입은 몇 달만에 N년차 경력직의 역량을 따라잡는다. 이런 일은 빈번하게 발생한다.)



직원들의 역량이 올라감과 동시에 나에게는 갑자기 붕뜬 시간이 생겼다. 오전에는 선릉에서 마케팅 컨설팅을 하고 왔지만, 오후에는 내가 명확히 어떤 일을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심각한 일이다. 하루의 to do list를 정리하지 않은지 오랜 시간이 흘렀기 때문이다. 그동안 일을 체계적으로 하지 않고 쳐내기 바빴다. 항상 일을 시작하면 아침마다 투두리스트를 적고, 하나씩 체크를 했다. 그 일들이 끝나지 않으면 퇴근하지 않았다. 밤을 새서라도 끝냈다. 그런데 이 기본적인 절차를 어느샌가부터 하지 않고 있었다. 



겉멋이 들었나보다. 예전부터 '리더는 권한을 위임하고 의사결정을 잘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라는 말을 책과 강의에서 많이 들어왔다. 이 말이 내 무의식 속에 어렴풋이 있었던 것 같다. 이 말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써먹었어야 했는데 내 무의식은 '대표가 됐으니 실무에서는 손 떼고 훈수나 둬. 시간나면 책이나 좀 읽고' 로 이해한 것 같다. 덕분에 40일 동안은 그럴듯한 훈수를 두면서 정신없이 보냈지만 오늘은 실망스런 하루를 보내게 됐다. 



정신차려야 한다. 잘못된 무의식은 깨야 한다. 나는 아직 리더와 실무자의 역할을 둘 다 해내야 하는 포지션이다. 만능이 되어야 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이다. 당장 할 일이 없다면 생각을 키워서 할 일을 만들어야 한다. 큰 그림과 작은 그림을 같이 그려야 한다.  



물론 생각의 크기를 키우는 것은 쉽지 않다. 나는 대학교를 안 나왔고, 직업군인을 오래 했기 때문에(이 이유 뿐만은 아니겠지만) 스타트업을 해서 성공한 선배, 인맥이 주변에 전혀 없다. 내 지인의 90% 이상은 군인 아니면 항공사의 정비사로 일하고 있다. 이로 인한 문제점은, 생각의 크기가 쉽게 자라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대 초반부터 수천권의 책을 읽고 여러 사람들을 만났지만 큰 의미가 없었다. 아는 것이 워낙 없었고, 메타인지가 낮은 상태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지식과 경험이 축적되지 않았다. 요새 들어서야 그나마 책의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제 시작이다. 



지난 직장(클래스101, 인터비즈)의 동료들을 보면 대학교 때부터 스타트업 프로세스에 대해 교육받고, 선후배들을 통해 여러 간접경험을 하는 것 같다. 참 부럽기도 하다. 나는 아직까지 어떻게 사업을 키워나가야 하고, 어떻게 투자를 받아야 하며(혹은 투자를 받을지 말지 결정하는 것 까지도), 팀빌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 것도 모른다. 사실 운이 좋아서 회사에서 독립을 하게 된 것 뿐이다. 심지어는 직원 한명 뽑기도 쉽지 않았다. 



아무튼 이러저러한 잡생각들을 하면서 오늘 하루를 날렸다(?). 그래도 완전히 날리기는 싫어서 이렇게 글을 쓴다. 오늘 잡생각들을 통해 얻은 결론을 글로 정리해보면



1. 비즈니스 모델의 시작은 상품 기획/개발이다. 리텍스트의 상품은 '마케팅 대행 서비스' 다. 현재는 클라이언트가 많지 않아서 내가 직접 마케팅 기획부터 실행까지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회사의 규모가 커지고 클라이언트가 많아질수록 절대 불가능할 일이다. 이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리텍스트의 상품을 더 정교하게 다듬고, 체계화 시켜야 한다. 마케팅 특성상 상품을 체계화시킬 수 없다면 '직원 교육'이라도 체계화 시켜야 한다. 올해 말까지 여기에 집중해야 한다. 



2. 메타인지를 발휘해보면, 현재까지 리텍스트의 특장점은 글쓰기다. 글쓰기와 기획력만으로 클라이언트들의 성과를 크게 내왔다. 또한 텍스트 기반의 플랫폼인 블로그, 포스트, 다음콘텐츠뷰, 브런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반면 영상 기반의 플랫폼인 유튜브, 이미지 기반의 플랫폼인 인스타그램에 대해서는 인사이트와 경험이 적다. 뉴미디어 마케팅 대행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이해해야 한다. 올해는 상품 개발을 한다는 생각으로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에서 여러 테스트를 진행할 것이다. 완전한 자신감이 생길 때까지. 



3. 하루하루를 밀도 있게 보내야 한다. 오늘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보니 3시간이 넘었다. 온전히 일을 위해 쓴 시간은 2시간도 안 된다. 1시간이 넘는 시간을 쓰레기 같이 보냈다. 반성하고 반성한다. 내일부터 다시 투두리스트를 적고 출근부터 퇴근할 때까지 거기에만 집중할 예정이다. 



4. 올해는 회사의 규모를 더 이상 키우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직원 2명에서 +1명 정도만 더 채용할 예정이다. 지금의 사무실은 나 포함 4명까지가 딱 적당하다. 또한 상품 개발 단계에서는 4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더 이상은 고정비용 리스크가 크다. 5인 이상으로 갈 경우 사무실도 옮겨야 하고, 여러가지 세금이나 인사/노무 관련된 법들이 변경된다. 올해는 4인까지로 픽스하여 상품 개발에 집중하고, 내년에는 클라이언트를 늘려가면서 최소 10인 이상의 규모로 키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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