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마케팅, 소비하지 말고 써먹을 때
“1,000명의 고객만 있어도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다”
이 말을 오래 전부터 많이들 들었을 것이다. 잊고 살고 있던 말이었는데, 러셀 브런슨의 <마케팅 설계자>를 읽으면서 다시금 생각이 났다. 예전에는 1,000명이라는 숫자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저 말을 듣고도 별 감흥이 없었다.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는 1,000명이라는 숫자가 오히려 별로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저 말의 의의를 재고해볼 수 있었다. 요즘은 그야말로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고, 팬을 만들기 정말 좋은 세상인 것이다.
저자는 사실상 마케팅의 큰 틀에서 다 통하는, 어쩌면 많이들 알고 있을 개념들을 다루고 있다. 다만, 그 디테일에서 흥미로운 지점들이 발견되는데, 업셀링(상향 구매)을 강조하는 부분이나 퍼널을 무한대로 형성해서 계속해서 구매가 일어나도록 설계하는 것 등이 있다.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시키기에는 다소 상용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전하고자 하는 아이디어 자체에서는 꽤나 배울 부분이 많았던 것 같다.
특히나 개인 비즈니스로 정보 위주의 무언가를 판매하려는 사람들에게 바로 적용해볼 만한 조언들이 많아서 흥미로웠다. 요즘 많이 보이는 전자책이나 챌린지 프로그램들도 이런 류의 책을 보고 구상한 것이려나 싶을 정도로 비슷한 플로우로 퍼널이 설계되어 있었다. 어렴풋이 다 광고라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보게 되는 전자책 구매를 종용하는 인스타툰이나, 그 과정을 참여하고 나면 뭐라도 될 것만 같은 챌린지 프로그램들도 결국 다 이런 맥락에서 기틀을 잡아나갔으려나 싶어서 재미있었다. 저자가 활동하던 10년 전에 비해 자주 사용하는 온라인 채널이 달라져서 미묘한 차이가 있긴 하지만, 결국은 비슷한 방법으로 매력적인 캐릭터(=인플루언서)가 만들어지고, 말도 안되는 헤드라인(=유튜브 썸네일)에 사람들이 홀리는 것 같다. (그래서 후킹하는 영상들은 유튜브 썸네일/제목을 봐서는 도통 영상 내용을 알 수가 없다. 제목은 클릭 유도가 메인 목적이기 때문)
그간 더 큰 것들,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 더 규모가 큰 비즈니스만 생각하느라 오히려 이런 류의 비즈니스를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 자체를 잊고 있던 것 같다. 1,000명의 고객을 대상으로 이들을 더 열성적인 팬으로 만들고, 이것을 활용해서 비즈니스화할 방법은 아예 생각도 안하고 있었다. 어찌 보면 짜친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이런 작은 것에서부터 비즈니스 시야를 넓혀 가며 더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을 펼쳐나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상 마케팅은 어떤 비즈니스에서든 기본기이자 도움이 되는 영역이기도 하고 말이다.
다만, 근본적으로 프로덕트라는 본질 자체의 가치가 없으면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결국 많은 강연팔이, 책팔이류가 그렇듯 그들이 돈 벌었다며 알려주는 ‘무엇’보다도 그들은 강연과 책으로 돈을 더 많이 벌었을 테니까 말이다. 판매하는 상품이 가치가 없다면 가치 사다리고 자시고 사실상 일회성/사기성으로 돈을 버는 것에 불과할 테다.
별개로, 책에서 다루고 있는 주제를 떼어 놓고 생각하더라도 효과를 본 액션에 대해서 집요하게 파내는 모습도 인상적이기도 했다. 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 ‘이건 된다’라고 입증된 ‘성공 방정식’에 대해서는 말도 안 되게 반복 시행하여 그 방정식 자체를 더 고도화하고 잘 수행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측면에서 저자가 그야말로 ‘퍼널 마케팅’에 대해서는 말도 안되게 촘촘한 그물망을 만들어서, 한번이라도 관심을 보인 고객들이 절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구조를 짜 놓은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이런 집요함 자체를 본받을 필요도 있다고 느꼈다. (물론 책을 팔기 위해 의도적으로 과하게 고도화했을 수도 있다.)
많은 수가 아니더라도 적은 수의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상품을 노출시켜서 판매를 일으키면 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가벼운 마음으로 이런저런 것들을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냥 거창한 게 아니더라도 CAC보다 LTV가 크면 돈을 벌 수 있다는 간단한 사실을 생각해보면, 갑자기 모든 게 쉽게만 느껴지기도 한다. 100명의 고객이라도 한 번 빠르게 모아보면 재밌을 것 같다.
지금 이 경쾌한 마음으로 빠르게 실행해보면 될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