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inhyo Oct 20. 2024

새해 마다 시작되는 버킷리스트, 영어공부

우리는 왜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 걸까? 

24년도가 얼마 남지 않았다. 곧 25년이 다가온다는 뜻이다. 연말과 새해에는 사람들이 즐비하다. 그만큼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음 한 해를 준비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새해의 버킷리스트,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영어공부랑 다이어트이다. 나도 2019년도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막상 성인이 되어서, 영어를 공부하려고 하니깐 두려움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왜 그렇게 갈망을 했는지 그 근원적인 이유를 찾고 싶었다. 


현재 진행되는 1991 매거진의 경우는 하나의 주제, 9개의 챕터, 91개의 질문으로 영어에 관련된 그동안의 생각들을 정리할 예정이다. 좋은 공부법들을 모으고, 각자에게 맞는 필요한 점들을 찾아서, 내가 더이상은 영어공부법을 찾는 일이 없도록 매거진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렇다면 다시 우리는 왜 영어를 배우려고 하는 걸까? 라는 질문으로 들어가보자. 나는 과거에 영어공부에 1만시간을 쏟았다. 아쉬웠던 점은 여기에서 의도된 연습의 1만시간이기 보다는, 물리적 시간으로 채워진 1만 시간이었다는 점이 아쉬운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는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나의 영어 시작 동기는 여행을 준비하던 길에 지나친 카페에서 시작되었다. 카페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책 바로 정지우 작가님의,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앞으로 삶의 5년 동안의 길이 정해지게 되었는데, 그만큼 우연히 접했던, 책 영화 사람들과의 대화는 인생에 참 큰 영향을 준다. 


이 책은 여행에 대한 인문학적인 의미와 욕망을 풀어쓴 책이다. 왜 우리가 그토록 여행을 떠나려고 하는 것인지, 왜 우리는 언어를 배우려고 하는지 말이다. 책을 덮는 순간 죽을 때까지 여행과 언어를 욕망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미지와 언어의 세계로 우리가 둘러쌓여 있기 때문이다.   


책안의 내용을 잠시 서술해 보자면, 라캉은 욕망이 인간의 근본적인 동력이라고 주장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욕망은 우리가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되며, 주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된다고 한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의 욕망을 모방하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게 됩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어떤 물리적인 상품이나 서비스로 접하기 전까지 모른다는 말이 맞는 것같다.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 26p

정신 분석학자 자크라캉은 이러한 "이미지를 향한 갈망"을 인간의 중요한 특성으로 지적한다. 라캉에 의하면, 인간의 정신은 상상계와 상징계로 뒤덮여 있다. 여기에서 상상계란 이미지의 세계이며, 상징계는 언어적 질서의 세계이다. 우리 머릿속은 늘 이미지와 언어로 뒤얽혀 있으며, 영원히 그 두 가지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 우리는 어떤 이미지나 언어가 우리를 완벽하게 만족시켜 주리라 믿으며 욕망하고 나아가지만, 실제로는 무한한 욕망의 연쇄만이 있을 뿐이다. 하나의 이미지를 가지게 되면, 뒤이어 다른 이미지를 욕망한다. 마찬가지로 하나의 언어(의미)를 획득하더라도, 곧 욕망해야 할 다른 언어(의미)가 생긴다. 


위의 내용을 읽고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말은 다른 언어의 욕망을 탐닉하게 되는 일인데, 결국에는 인생에서 한 번쯤은 해결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의 영어공부가 시작되었다. 


라캉의 욕망이론 '다른 사람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 이라는 문장이 나의 영어공부 동기가 되었다. 결국 나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처럼 되고 싶다라는 생각이 나의 다른 욕망들을 나타내 주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게 되며, 이는 상징계에서 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얻기 위해 부모가 원하는 행동을 하려 합니다. 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어집니다. 결국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원하기 위해서 우리의 행동과 생각도 바꾼다는 뜻이었다. 


라캉이 말하는 상징계에 해당하는 부분이 언어였고, 우리는 의사소통을 언어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생각을 나눈다. 이런 과정들을 통해서 하나의 자아를 완성해 나간다. 한국에서 외국인을 보거나, 한국인이 영어를 하거나, 영어를 반드시 써야하는 무수한 순간들을 마주하게 되면, 우리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욕망을 결국은 탐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한국에서 영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만큼, 매년 새해 버킷리스트가 영어공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가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변하지 않는 진리인 셈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