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음은 하프마라톤이다
5월 6일 여의도 공원에 다녀왔다.
마라톤 대회를 신청하고서 참가하기 위해서 다녀왔다.
10km 대회는 9시에 시작되었지만, 8시 정도에 이미 도착했었다.
마라톤 대회가 처음이어서 준비부터 약간의 긴장까지 일단 아침에 먹지 않은 바나나를 한 개 정도 먹었다.
혹시 몰라서 8시 정도쯤에 짐을 맡기기 전에 에너지 젤을 먹었는데, 나는 그게 몸에 맞지 않았다.
오히려 이온음료를 먹거나 스포츠 음료를 먹은 후 그냥 달리면 된다는 것을 배운 하루였다.
바나나 정도는 괜찮을 것 같긴 한데 다음에는 이 마저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대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고수가 많았다.
그래서 대회장 앞에서 사람들이 약간 오버페이스로 달린다고 생각이 들었다.
대회에 나가기 전에 주변 사람들의 조언을 통해서 암묵적인 페이서를 만들고 잘 뒤따라 가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대회 중에 실제로 나만의 암묵적인 페이서를 만들기도 했는데,
문제는 사람의 페이스는 변한다는 것, 그리고 시야에서 사라지면 다시 다른 페이서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3km가 지나간 시점부터는 페이서를 찾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만의 페이서가 되기로 했다.
대략 7분대로 유지해서 뛰고 너무 느려지면 다시 속도를 조금 올리고 6분대로 들어서면 다시 낮추면서
애플워치에 내 몸을 맡기기로 했다. 2~3km 구간 까지는 경치도 보면서 계속 듣고 있던 음악을 들어도 괜찮았다.
4km부터는 몸이 분명히 힘들긴 했지만 의식적으로 “이제 1km만 더 가면 반환이다”라고 스스로 되뇌었던 것이 매우 도움이 되었다.
처음에는 너무 목이 말라서 급수대마다 멈춰 섰지만 물도 너무 많이 먹으면 뛰는데 무리가 온다.
그 이후에는 그냥 적당하게 보이면 마셨고, 6km 이후부터는 물을 마시지 않았다.
스스로 PB를 달성한 게 이 대회가 첨이어서 5km를 가면서도 걱정했지만,
주변에 모두 다 뛰는 사람이어서 그게 큰 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조금 빠른 페이스로 들어왔던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7km가 넘어가면서부터는 나는 앞사람의 발만 보고 뛰었다.
페이스만 유지했고 멀리 보지 않았다.
2km가 남았을 때는 익숙한 고층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고,
‘거의 끝나가는구나,, 막판 1km는 질주다’ 이렇게 외치면서 아직 에너지를 아꼈다.
물론 막판에 질주를 하지는 못했지만, 1km 남았을 때 걷지 않고, 10~20명을 제치면서 피니시라인에 들어서는 감동은 아직 잊히지 않았다.
3월 둘째 주부터 러닝크루에 들어가서 러닝을 시작했다.
장거리를 뛰다 보니 갑자기 무릎에 통증이 와서 시작한 게 보강운동이었다.
왜 그렇게 런지를 하는지, 스쾃를 하는지 고관절과 하체근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었다.
단순히 달리기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구나! 제대로 배워야 다치지 않고 부상 없이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매번 꼴찌 그룹에서 7:30으로 마라톤을 뛰었다.
힘들어도 끝까지 파이팅을 외쳐주는 크루 덕분에 10km를 완주한 것 같다!
혼자서라면 못했겠지만 함께 응원을 받고 달리게 되니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다.
처음에 러닝크루에 들어가서 2km를 겨우 뛰었다.
조금 쉬고서 2km를 다시 뛰었는데, 총 4km를 뛰고서 너무 힘들었었다.
하루에 5km를 어떻게 뛸까? 5:30 페이스는 어떻게 진행을 할까?
잠수교도 달렸고,
달릴 때 아프면 무릎보호대도 찼다.
꼴찌로 들어와도 사람들의 환호를 받았고,
벚꽃이 폈을 때도 뛰러 다녀왔다.
남산 업힐도 다녀왔다.
10km라는 기록증에서는 내가 매일 매주 했던 고민의 순간들이 없었고,
포기하고 싶은 감정의 순간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저 숫자만 그리고 사진만 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주를 했을 때 내가 웃을 수 있었던 것은 주마등처럼 지나갔던 2달간의 훈련들이 기억이 나기 때문이다.
난생처음 운동선수처럼 훈련했던 시간들이 지나갔다.
쉽지 않았고, 포기하고 싶었다. 동시에 잘하고 싶었고 포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아주 아주 느린 속도로 가더라도 내 페이스를 찾고 싶었고,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달리기 10km 대회에 나가다 보면 정말 많은 생각이 든다. (힘들기 전까지 )
나를 앞서갔던 수많은 사람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들과 마주하면서 내 위치를 가늠하게 된다.
내가 반환점에 서기도 전에 이미 반환을 하고 있고 돌아서서 피니쉬로 돌아가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된다.
부러워할 수도 있지만 부러워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그날 하루의 기량을 만들어 내기 전까지 했던 연습들을 같이 떠올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독하게 반복적인 훈련들을 마무리하고 끝낸 사람들이다.
그래서 길 위에서 마주했던 순간에 내가 마음먹은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멈추지 말고 늦더라고 걷지 않고 뛰는 것,
그리고 계속적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함을 배웠다.
반환점이 지나고 나자, 나보다 훨씬 더 늦게 오는 사람들을 보기도 했고, 나를 앞서갔던 사람들이 걷거나 멈춰있던 것을 보기도 했다.
인생이라는 레이스에 순위는 없었다. 다 자신이 정할 뿐, 안 그래도 쉽지 않은 이 여정을 너무 힘들게 가지 않았으면 한다.
내가 경험해 보고 싶은 것은 그냥 단순히 삶이라는 선물을 구석구석 즐기면서 살아보고 경험해보고 싶은 것이다.
마음의 힘이 필요할 때 나는 달린다.
“달리기에서 페이스를 정하듯이 인생이라는 여정에서도 나의 속도대로 페이스를 잘해나가고 싶다.”
오늘도 달리러 나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