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
망가져
망가져
널 좀 버리라고~~!!!
네? 선배님??
뭘 버려요??
발레 전공에 한국에서 공부 젤 잘해야만 간다는 S 대 출신의 후배는, 몸매도 완벽해, 부족할 것 없이 컸어, 심지어 아나운서 출신에 말투도 아나운서 스타일.
뭐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엄친아. 너무 똑부러져서, 흠이라곤 없어보이는 무결점 후배. 넌 정녕 사람이냐?
시키는 것도 따박따박 너무 잘하는데, 이상하게 이상하게 말이다. 이상하게 멘트가 끌리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보면, 예쁘고 착한 후배인데, 방송에 들어가면 이상하게 뭔가 '차가워'보이는, '우리과'가 아니라서 같이 오래 얘기하기는 좀 뭣한.... 뭐 그런 존재랄까?
00야, 너 빨리 시집가서, 애도 좀 낳고, 시집 살이도 좀 하고 둥글둥글해져서 와라~~!!
네? 선배님?
너, 너무 차가워... 넌 생긴것도 완벽해, 몸매도 완벽해, 야, 봐? 뱃살 하나도 없고, 비인간적이야. 비인간적여.
우스갯소리로 비인간적이어서, 같이 못놀겠다고 했지만, 너무 똑부러지고, 뭔가 세상 고민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어 보이는 사람에게 나의 고민, 고통을 나누고 싶지는 않다고나 할까? 그녀와 공통분모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
공통점이 많으면 많을 수록 너와 나는 '우리'가 된다.
같은 학교, 같은 지역, 같은 출신,같은 교회, 같은 모임..... 같은 곳에 발을 담궜다는 이유만으로 서로 끌어주고 밀어준다.
참 희한한 성향인데, 우린 그저, 같은 그룹 소속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승승장구한다. 심지어 졸업한지 수 십년이 지나도, 학교 후배라는 프리미엄이 붙는다.
이 놈의 학연 지연이란....
[그래프 출처: 한국일보 2009년 1월 19일자 기사]
혼자 보다 어디 소속일 때, 더 편안하고 안전하게 느낄 때가 많다. 혼자 매 맞는 건 억울해도, 단체벌은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간다.
고객은 '우리' 라는 울타리 속으로 들어가고 싶어한다.
같은 고향, 출신, 학교, 교회, 모임, 동네, 하다못해 같은 학원출신등 뭐든지 묶어서 엮어 보려는 성향, 한국 땅에 살고 있는 우리는 아직까지 개인보다 어디어디 소속으로 기억되길 바라고, 혼자 보다는 단체일때, 편안함과 안정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런면에서, 비현실적여 보이는 어쩌면 '우리' 아줌마들과 동떨어져 보이는 어린 후배가 동동 떠보이는 것도, 그러한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보통 사람처럼, 그렇게 살아봐. 애도 니 손으로 키우고, 김치도 담궈보고, 장도 보고, 애 때문에 울어도 보고 말이다 .
공통 분모가 많을 때, 고객과의 대화도 자연스러워지고, 또 즐거워질 것이다. 고객분석 한다면서 사람을 계속 평가하고 '분석'하려고 하면 할수록 고객은 대화에서 멀어질 것이다. 가끔은 네 패를 보여줘라. 난 똑같은 아줌마라고, 난 그렇게 살고 있다고, 난 좀 허당인 구석이 있다고, 난 뱃살도 많다.ㅋㅋ난 그냥 사람이다. 사람 냄새를 풍기는 마케터~~~!!!! 그런 마케터에겐 늘 사람이 모인다.
너무 딱 떨어지게 너무 혼자 완벽한 척 하지마라. 좀 망가져도 된다. 뭐 어떠냐. 한 번이 어렵지, 한 번 하고 나면 그대의 마음이 편안하고 말랑해 질것이다. 장사하는 사람은 절대 고자세여서는 안된다. 사람이 찾게 만들고, 사람이 머물게 만들고, 사람이 들끌게 만드려면 고객과 나 사이에 '공통분모'를 많이 만들어라. 서로 '통'하는 사이가 되게 말이다.
나는 나
너는 너
NO NO NO~~~너,나 우리!!!!
마케팅은 관계를 쌓는 것이다. 팔고 나면 땡~! 이 아니란 말이다. 고객과의 대화가 깊어지고, 관계가 오래 지속되려면, 서로의 공통 분모가 많아야 한다. 쟤랑은 안맞아서 오래 얘기하면 피곤하기만해. 그럼 오래 못가는 사이가 되는 거다. 마케터는 자신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같이 걷고, 같이 밥먹고 같이 숨쉬고, 같이 대화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선거철만 되면 재래시장에 등장하는 정치인들을 많이 본다. 진짜 보통 사람이 아닌 이들은 바로 티가 난다. 아무리 서민인 척 서민 코스프레를 해도, 그의 행동과 말에서 평소의 생각에서 진짜 서민을 향한 정치를 할 수 있는지 아닌지가 보인다. 보통 사람인 척 하는 이에게 보통 사람들은 잘 속지 않는다. 그들은 평소 먹지 않는 시장음식을 우걱우걱 입속으로 쑤셔넣는다. 나도 여러분과 공통분모가 있어요라는 나름의 처절한 몸부림이다.
'우리'라는 울타리안에서는 선택도 굉장히 비합리적으로 한다. 유치원부터 이미 엄마들 모임, 커뮤니티가 엄청 많다. 거기 속하지 않으면, 소위 왕따가 되어, 엄마들 사이에 고급 정보를 공유할 수 없게 된다. 그런가 하면, 엄마들 모임에서 엄마들이 단체로 뭘 산다고 하면, 깊이 물어보지도 않고, 숟가락 얹어서 같이간다.
방송판매에서도 이런 심리를 많이 이용한다. 요즘 초등학생 아이를 둔 엄마들 사이에서 아이스크림 홈런 모르는 엄마가 없으시죠.(모르면 난 요즘 엄마 아님? ) 요즘 고등학생 사이에서 인기 최고 논술강사 ( 우리 애는 꼭 이 그룹에 넣어야 된다는...)
50대 여성 고객이 가장 많이 선택한 치약 ( 50대 범주 안에 들어가면 왠지 한 번 써봐야 될 것 같은)
공통분모를 찾고, 2인 3각 경기처럼 '우리'로 묶는다.
같이 가게 한다. 너, 나 따로 아닌 '우리' 안에서 선택하게 말이다.
우리의 발레리나 후배는, 이제 결혼하고, 임신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있다. 선배님 저 많이 수다스러워졌죠? 라며 너스레도 떤다.
고객과의 공통분모를 찾고, 사람 냄새 나는 좋은 엄마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저 그런 모습을 고객과 공유하는 그걸로 족한 것이다.
조금 더 사람 속으로, 조금 더 사람을 향해서, 같이 섞이고 부대끼고 같이 느끼면서 말이다.
마케터는 낮은 자세로 고객을 돕는 헬퍼다. 손잡고 같이 가는 거다.
2인3각 경기다. 같이 발맞춰서 걷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