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근 Jun 06. 2021

엄지공주

꽃봉오리 밖은 위험해







튤립 꽃봉오리에서 태어나

마냥 예쁘기만 한 엄지공주인 줄 알았더니

아무런 준비 없이 바깥세상에 내던져진 신세다.

두꺼비에게 납치당해서 보금자리에서 떨어져 나가고

풍뎅이의 놀림감이 되었다가

혹독한 겨울에 살아남기 위해 들쥐 아주머니에게 몸을 의탁한다.

어쩔 수 없는 이해관계에 엮여 두더지와 결혼해야 할 운명에 처하나

제비에게 가까스로 구출되어 남쪽 나라에 가서

동족(?)을 만나 행복하게 잘 산다는 이야기다.

어릴 적 읽었을 때는 다이내믹한 모험 정도로 이해했으나

지금 다시 읽어보니 엄지공주의 한이 느껴진다. 덜덜.


손대면 바스러질 꽃잎 같던 우리도

나의 이모저모를 저울질하는 시선과

빈곤한 을의 선택지에 머리를 뽀개가며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한다.

세상은 광대하고 나는 한없이 작으나 나름의 생존법이 있을 것이다.

엄지공주가 겨울 나는 법을 알았더라면, 혼자 살아갈 능력을 갖추었다면

타인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았겠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쪼랩으로 태어나니

어쩔 수 없이 거쳐야 하는 성장과정이 아닐까.

모두가 이 단계를 마무리 짓고 결국에는 본인만의 세계를 찾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