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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명의물고기 Jan 02. 2024

사람이 상한다는 건 독하고 비루해진다는 거다

박연준,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문장을 심은 사람] 2024.01.02.(화)

[문장을 심은 사람]

좋은 말씀들을 많이 읽어도 어쩐지 딱 그 문장이 필요한 상황에는 마음이 와장창 무너져서 어디론가 흩어지고 없다. 그래서 한 문장일 수도 있고 한 페이지일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나무를 심은 사람처럼 차곡차곡 문장을 심기 시작하는 사람. 만년필로 사각사각 써보면서 심는 마음의 숲 구축 프로젝트.



무슨 일이든 애를 써서 잘 해내는 사람을 보면 두 가지 감정이 든다. 존경심과 안타까움. 인간의 의지와 노력에 존경심이 들다가도 한편으로는 안타까워지는 것이다. 그는 누구도 할 수 없을 만큼 제대로 해냈지만, 해낼 테지만, 그 후 존재에 남는 흔적은 어떻게 하나. 간절함을 품고 행한 뒤, 존재에 내리는 것. 그것을 뭐라 불러야 할까?
지나치게 애를 쓰는 일은 사람을 상하게 한다. 찰스 부코스키가 한 명언이 있다.
"노력하지 마. Don't try." 안심이 되는 말 아닌가? 나는 그의 말을 안달복달하지 말고 순리에 맞게 살라, 지나치게 애쓰다 상하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했다. 사람이 상한다는 건 독하고 비루해진다는 거다. 무엇이든 (행동이든 결과든 선택이든 과정이든) 적당한 거리에서 숨 쉬듯 받아들이는 자세. '되는 대로 즐겁게' 해보려는 자세가 좋다.

박연준, <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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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간 누군가의 인정은 허망한 목표다. 먼저 그 길을 간 누구나 그러한 인정을 하사할 권한을 당연히 갖는 것이 아님은 물론이고, 인정의 '표시'에는 자신보다 경험이 적은 대상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하고자 하는 내심의 의도가 숨어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몸을 가졌고 늙어가는 시간 속의 유한한 존재. 기쁨과 쾌락을 추구하고 고통과 비난을 회피하는 존재. 욕망하고 시기하고 부서지고 죽는 존재. 타인의 경외가 따라오는 권력의 달콤함에 매혹되는 존재. 벌이 꿀을 모으듯이, 껍질을 벗겨 놓으면 모두가 그렇다는 것을 탓할 수 없는 존재.

자신과 타인에 대한 다른 사람의 말을 곧장 믿지 않고, 스스로 축적한 경험과 배움과 깨달음으로 사고하고 판단하고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태도를 수련하면서 조금씩 더 성숙한 인간이 되어가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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