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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현 Jun 27. 2018

비로소 살아있게 하는 끊임없는 딜레마에 감사할 것

좋아하는 것인가 좋아하고 싶은 것인가. 용납할  없는 것인가 용납하고 싶지 않은 것인가. 근원인가 목적을 위한 수단인가.


미움받는 것과 사랑받는 것의 자격은 누가, 어떤 것이 정하는가. 가능 불가능인가 독단인가.


공공의 도덕이 우선인가 나의 도덕이 우선인가. 두 도덕의 간극이 멀다면 나를 정정해야 하는가 세상을 설득해야 하는가 혹은 숨겨야 하는가. 둘은 꼭 가까워야 하는가.


선택하고 행할 때 판단당하고 또 판단하는 필연에서 나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


포용의 베이스는 동정인가 존중인가.


소통이 답일 때와 독일 때, 목소리를 내야 할 때와 침묵해야 할 때를 구분하는 지혜는 성찰과 반드시 비례하는가.


옳고 그름, 합리적인 저항과 독선을 가르는 것은 사실관계인가 다수인가.


소신을 밝히는 것과 남에게 상처 주지 않는 것이 동시에 가능한 일인가. 선택의 문제인가 믿음의 문제인가 요령인가.


이 모든 것을 가늠하는 출발선은 나에게 있는가 관계에 있는가. 개인의 선택인가 보편인가.


나의 선택과 다른 보편의 결과가 연대책임으로 귀결될 때, 동조하는 것은 상식인가 기회주의인가. 중도는 책임회피인가 그저 선택 장애인가.


지구의 종말에서 혼자 살아남는다면 나는 나로 있을 수 있는가. 타자가 없는 세상, 관계가 사라진 나는 '너'와 구분되는 '나'로 정의될 수 있는 존재인가. 관계 안에서 내가 나로 살아감으로 나인가 혼자서도 나인가.


나는 어떤 세상에서 어떤 방식으로 살아있길 원하는가.


갱신되는 나를 주시할 것.

과거의 경험과 선택을 맹신하지 않을 것.

반복되는 실수는 실수가 아니라 문제임을 인지할 것.

나약함을 인정하되

어렵거나 복잡하다는 이유의 합리화는 지양할 것.

생과 결합하는 시련은 기꺼이 받아들일 것.

하지만 모든 일에 맞서려 들지는 말 것.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이야기를 전할 때가 있듯,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뭔가를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하는 셈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기억할 것.

하지만 고마움은 반드시 표현할 것.

바라기 전에 받을 자격이 있는가 관조할 것.

그러나 어떤 모습이든 상황이든 나의 삶을 사랑할 것.

단어의 의미를 조율하는 소통을 포기하지 않을 것.

소통의 가면을 쓴 독단과 독선을 경계할 것.

정답이 아닌 해법을 믿을 것.

나를 세상을 그 둘의 관계를 탐구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

그리고, 비로소 살아있게 하는 끊임없는 딜레마에 감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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