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원 동기
임신 당시 조리원 생활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조리원 동기는 평생 간다더라~
조동모임이 육아의 낙이 된다더라~
라는 이야기를 듣고
조리원에서 많은 친구를
사귈 생각에 들뜨기까지 했다.
그러나 조리원에 들어가자마자
느낀 것은 내 몸 하나
추스리기도 힘들다는 것이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다들 좀비처럼 복도를 걸어다니는데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힘듦을
알 수 있었다.
조리원에서는 서로 친해지라고
식사 시간에 테이블에 한데모여
밥을 먹게 했는데,
말하기 힘들정도로 지친 상황에
다른 사람과 밥을 먹자니
서로 너무 어색한 상황이 되었다.
반찬을 뜨기 위해 집게를 들다
서로 손이 부딪히기라도 하면
얼마나 어색하던지...
내가 들어가던 시기에 다들
비슷하게 들어왔기에 다들
몸상태가 말이 아니라,
식사시간에는 수저 부딪히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몇번의 식사를 하고
조리원의 프로그램에 참여도 하며
점점 몸이 회복되어가자
서로 말문이 트이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시절처럼
바로 속이야기를 할 정도로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대학교, 직장 생활에도
이렇게 빨리 친해진적은 없었는데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마 사경(?)을 헤매는 듯한
힘든 과정을 서로 겪은걸 알기에
동지애가 생겨서 그런걸지도..
비록 조리원 동기들이 다른데
이사가고 독박육아가 힘들어
연락이 닿지 않기도 하지만,
힘든 시절을 함께했기에
오랜만에 연락이 와도
애틋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