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완결)
지난 1년을 돌아보면
외로웠고 힘들었던 기억이 많다.
10년의 회사생활 동안
평일에 일하고 주말에는 재충전을 하는
나만의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했던 나는,
아이를 키울수록
내 자신이 없어지는 순간을 경험하며
더 어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주변에 도움을
받을 데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신랑만이 유일한 독박육아의 해결사였는데,
평일에 야근하고 주말에 쉬어야
다음 주에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므로
많은 기대를 할 수 없었다.
신혼 시절에는 누구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했던 우리지만,
서로의 육아대체자가 되어야했기에
한 사람이 아이를 보면 한 사람은
쉬어야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서로 함께 하는 시간 보다는
혼자 있을 때 더 쉴 수 있었기 때문에,
서로 간에 나누는 말수조차 줄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주변에 아기 엄마들은 모두
친정 시댁 도움을 조금이라도 받고 있었기에
육아로 힘들 때마다 부모님께
조그마한 기대를 하게 되기도 했지만,
가끔 오셨을 때에도
기저귀조차 갈아주시지 않는 것을 보며
섭섭함이 들기도 하고
예전 생각이 나 힘들어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0대 중반이 된 나에게
인생에서 가장 값진 일을 꼽는다면
‘아이를 낳은 일’이 될 것이다.
나름 여러 일들을 겪었지만,
한 생명을 만나고 키우는 것만큼
경이롭고 신비롭고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주는 일은
없었던 것 같다.
비록 육아의 100중에
80이 힘듦이요 기쁨이 20이었지만,
그 20이 80의 어려움을
상쇄시켜줄 만큼의 큰 행복이 있었다.
아이를 키우는 행복과 함께
내 생각의 변화도 얻을 수 있었다.
내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게 되었고
부모님도 이해하게 되었으며,
신랑이기만 했던 남편이
아이의 아빠가 되며
내 인생에 더욱 소중한 사람이 되었다.
아이와 함께 한 1년은
드라마 도깨비의 문구를 빗대보자면
‘쓸쓸하지만 찬란했던’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어렵고 힘든 일들이 많겠지만,
아이와의 행복한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리게 된다.
가족이 두 식구에서 세 식구로 바뀌며
만나게 될 인생이
더욱 풍성한 이야기로
꾸며질 거라는 기대감이 든다.
그동안 제 육아일기를
보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아이의 돌 이후 이야기는
블로그(blog.naver.com/doobooworld)에
올리도록 할께요
항상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