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스무 번째 주제
살면서 단 한번이라도
이런 의지로 무언갈 끝내본 적이 없다.
완벽이라는 단어가 내뿜는
위용이
나에겐 너무 크게 다가와서라고
핑계대곤 했다.
완벽한 게 뭘까?
100점을 맞는 것?
개근상을 받는 것?
수치화 된 것 외에
감정도, 노동도, 실력도
그 어느것도 완벽함에 이르렀다고
언제 말할 수 있는지를 모르겠다.
난 지독하게 유연하고
시간에 관대하다.
모든 선이 또렷하고 일정할 수록
속이 울렁거리고
완벽한 사물을 볼 때면
겁부터 나기 시작한다.
관계도, 사람도
왜인지는 모르지만
완벽한 정점을 찍고나면
내려갈 길 뿐인 것 같아 두렵기만 하다.
이렇게
이런저런 핑계와 사설을 덧붙여
완벽하지 못한 나를
항변하곤 한다.
야무진 완벽한 누군가를
동경하기도 하면서 말이다.
나는 완벽하게 약아빠진 사람이다.
-Ram
완벽주의에 빠지다 보면 중요하지 않고, 사소한 것에 목숨 거는 바람에 서로(혹은 내) 감정이 상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번 심호흡하고 돌아보면 별것도 아닌데 뭐 그렇게 날을 세웠는지. 살면서 조금은 무뎌지는 것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아간다. 넘기면 그만인 것을. 모두가 이렇게도 평화로운 것을.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자취를 하면서 알게된건 내가 의외로 깔끔한 사람이라는 거다. 청소를 하며 내 안에 완벽주의 성향을 마주했다. 조금의 더러움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청소를 열심히 하게 되며 느낀 건 청소도 육체노동이라는 것이다.
이불을 햇빛에 널고 청소기를 돌리고, 밀대로 방을 닦고 나면 헬스장 못지않게 땀이 난다.
이불을 다시 침대에 정리하고 샤워를 하고 햇빛 냄새가 스며든 이불에서 쉴 때 그때의 상쾌함이 좋다.
예전엔 이뻐서 샀던 오브제들도 이제는 사지 않는다. 청소할 때 불편하고 먼지 쌓이는 게 싫다.
자신이 정한 것을 실천하는 게 물론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내 컨디션을 봐가면서 해야 한다.
요가와 프사오를 둘 다 등록하고 꾸역꾸역 두개를 하루에 다 하다가 병이 난 적이 있다. 자기와의 약속이 물론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조율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걸 배웠다.
완벽함이라는 것도 어쩌면 모호한 것이고, 내가 만들어낸 것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하면 되는 것이다.
결국 완벽함이라는 것도 내가 옳다고 자만하는 것에서 생기는 것 같다. 내가 모든 상황을 컨트롤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당연히 생길 수 있는 변수에 저항하다 보니 피곤할 수밖에 없다.
나는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서, 모든 가능성과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떤 상황이든 나는 괜찮기 때문이고, 어떤 것이든 잘 해나갈 스스로에 대한 믿음과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혹여나 내가 넘어지더라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내 마음과 그 도움에 응해줄 가족과 친구들이 있다.
새해에 다가올 모든 일들이 너무 설렌다. 나는 그 속에서 어떤 성장을 할지, 어떤 사람을 만날지 어떤 배움이 있을지 기대된다.
-인이
2023년 12월 24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