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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란도란프로젝트 Feb 11. 2024

"수다"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스물 일곱 번째 주제


나는 수다 떠는 게 제일 좋다.


엄마랑 내내 시시콜콜한

집안얘기 하는 것도,


친구랑

당근이 좋으니

가지가 맛있니 하는

그런 소박한 얘기도,


별스럽지 않은 얘기를

하릴없이 늘어놓는 게 좋다.


자리를 뜨면

그렇게 만들어 둔

수다 덩어리가 화르륵 사라지고 말더라도.


그런 몽글한 감정이 나를

들뜨게 한다.


종종 그런 수다 부스러기가

여기저기 묻어있다가

또 다른 인연도,

설렘도 만들어 주니까,

자꾸만 떠들게 된다.


너무 둥둥 떠버리면

내가 가벼워 보이긴 하겠지.


그런들

시간을 거슬러 이야깃거리를

물고오는 네 모습보다야

덜 귀중한 값어치다.


늘 만나서 잔뜩 떠들고 싶은 날들이다.



-Ram


예전에 어떤 블로그 포스팅에서 연인 중 한 명이(부부였을 수도 있겠다) '난 너(그 상대방)랑 수다 떠는 게 제일 재밌다'라고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이 되게 내게 임팩트가 컸다. '아, 저런 느낌이 천생연분이라고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들면서 그 당시 내가 만나고 있던 사람을 떠올렸는데 딱히 저렇지 않아서 절레절레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그 사람이랑은 오래 가지 못했지) 근데 지금 내 옆에 있는 아주 귀여운 사람이 내게 저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일단 내 마음속 어딘가에 남아있는 말을 그대로 한다는 것에 대해 놀랐고, 그게 어디서 배워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마음속 깊은 곳 어디에서 우러나와 하는 이야기라는 것이 느껴지니까 아주 행복해 죽겠다. 물론 둘 중 한 사람이 잘 모르는 주제의 대화를 할 때가 있는데, 그런 지점에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전제가 되어 때론 깊이 있는 대화를, 때론 마냥 가볍고 신나게 수다를 떨 수 있게 되어 마냥 기쁘고 감사하다.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여름날 친구와 편의점 파라솔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 한적이 있다. 500미리 4캔으로 시작해서, 몇번이고 계산대를 왔다 갔다 했다. 우리가 처음 맥주를 마시기 시작한 초저녁에 우리를 지나간 어떤 아저씨가 한참뒤에도 아직 그자리에서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는 걸보고 “와 아직도 있어요? 이래서 남자들이 여자를 말로 못이긴다” 이랬다.

활자로 쓰니 별로 안와 닿는것 같은데 진짜 유쾌하고 웃겼다. 

우리는 그날 진짜 많이 마시고 먹고 이야기 했다. 

수다를 떨어도 떨어도 이야기거리는 계속 나왔고, 듣는것도 말하는것도 너무 재미가 있었다.

아직도 내가 그날의 기억이 좋은 기억으로 생생한걸 보면, 그날의 수다가 정말 즐거웠나보다.


이제는 서로 진득하게 메세지를 하는것도 힘들어졌지만, 그 기억이 우리를 여전히 친구로 엮어준다.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

그게 사람을 살게 할수도 있다는 걸 나는 안다.

말할때도 좋지만, 듣는것도 좋다. 더 많이 듣는 사람이 되고싶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니까,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에게 해도 된다고 나를 믿는 다는 것이니까.



-인이


2024년 2월 11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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