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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란도란프로젝트 Feb 25. 2024

"속앓이"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스물 아홉 번째 주제


서서히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나는 '나'라는 기준으로 잘 살아내고 있는 것 

같다가도

문득 주변을 돌아보면

내가 뒤쳐지거나, 다른 갈랫길에서 걷는 기분이 든다. 


그것이 비단 사회생활이나

나의 입장이 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새로운 가정을 꾸린다거나,

어떤 생명을 책임진다거나,

집을 넓혀가는 욕심을 부린다거나,


차근차근 본인의 범위를 넓혀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아, 내가 조금 다른 길인가? 라는 생각을 한다.


결혼도, 육아도, 투자도

전부 먼 이야기 같다. 


사회가 정해주는 가이드라인은 잘 따라왔다고

생각했는데,

때가 되면 학교에 다니다가, 졸업을 하고

여행도 다니고, 아르바이트도 조금 하면서

돈을 벌다가 그렇게 남들이 하는 

그런걸 나도 따라가게 될 줄 알았다.


뭐 내가 비혼이라던가 딩크라던가

그런 대단한 자아 기준을 가진 사람은 아니지만. 

내 사회적 범위가 조금 더디게 가는 것에

우리 엄마도, 아빠도

궁금증을 갖기 시작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믿기는 어려워하고,

쏟아져 내리는 행복한 감정에도

그 바닥이 느껴질까 마냥 행복할 줄 모른다.


그런 불안정한 나를

친구들이 품어주고

아껴준다.


아직은 딱 이정도의 사람이라는 뜻이다.



-Ram


<당장에 해결하지 못할 속앓이의 굴레에서 그나마 혹은 잠시나마 벗어나는 법 1>


1. 몸을 일으킨다.

2. 자리에서 일어선다.

3. 양치와 세수를 한다. (생략 가능)

4. 옷장 또는 행거 앞에 선다.

5. 입고 있는 옷을 훌러덩 벗는다.

6. 가벼운 옷을 입는다.

7. 머리를 질끈 묶는다. 또는 모자를 쓴다. (생략 가능)

   7-1. (앞머리가 있는 경우) 앞머리가 내려오지 않게 핀을 꽂는다.

8. 양말을 신는다.

9. 운동화를 신는다. 

10. 집 밖을 나선다.

11. 뛰거나 땀이 날 정도로 걷는다.

12. 집으로 돌아와서 따뜻한 물과 좋아하는 향이 나는 샴푸와 바디워시를 곁들여 샤워를 한다.

13. 수건으로 뽀송하게 만든 얼굴에 시원한 마스크팩을 붙인다.

14. 20분 뒤 마스크팩을 뗀다.

15. 가장 안락함을 느끼는 침대 혹은 쇼파에서 좋아하는 음악 혹은 영상을 보다가 잠에 든다. 


<당장에 해결하지 못할 속앓이의 굴레에서 그나마 혹은 잠시나마 벗어나는 법 2>

1. 몸을 일으킨다.

2. 자리에서 일어선다.

3. 양치와 세수를 한다. (생략 가능)

4. 옷장 또는 행거 앞에 선다.

5. 입고 있는 옷을 훌러덩 벗는다.

6.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7. 머리를 질끈 묶는다. 또는 모자를 쓴다. 또는 머리를 빗는다. (생략 가능)

8. 양말을 신는다. (생략 가능)

9. 책 또는 노트북을 챙긴다. (생략 가능)

10. 운동화 또는 슬리퍼를 신는다. 

11. 집 밖을 나선다.

12. 근처에 가장 커피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카페에 간다. 또는 커피 향이 짙게 퍼지는 카페에 간다. 또는 버터 향이 짙게 퍼지는 카페에 간다.

13. 커피를 주문한다.

14. 휘낭시에 또는 마들렌 또는 사워도우를 주문한다. (생략 가능)

15. 커피를 마시며 창 밖을 본다.

16. 가지고 온 책 또는 노트북을 활용한다. (생략 가능)


<당장에 해결하지 못할 속앓이의 굴레에서 그나마 혹은 잠시나마 벗어나는 법 3>

1. 친구와 만날 약속을 정한다.

2. 몸을 일으킨다.

3. 자리에서 일어선다.

4. 양치와 세수를 한다. (생략 가능)

5. 옷장 또는 행거 앞에 선다.

6. 입고 있는 옷을 훌러덩 벗는다.

7. 편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8. 머리를 질끈 묶는다. 또는 모자를 쓴다. 또는 머리를 빗는다. (생략 가능)

9. 양말을 신는다. (생략 가능)

10. 운동화 또는 슬리퍼를 신는다. 

11. 집 밖을 나선다.

12. 친구와 약속 장소에서 만나서 수다를 떤다.

13. 아무 얘기나 한다.

14.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는다.

15. 실컷 웃는다.



-Hee


형주의 누나가 공황장애와 우울을 앓다가 엊그제 돌아가셨다. 스스로 선택했던 죽음이었던지라 장례는 조문 없이 조용히 가족장으로만 치러졌다. 매일같이 울면서 죽고 싶다던 누나가 이제는 좀 편해지지 않았겠냐며 형주는 앓던 이가 빠져 속이 시원하다는 듯 말했지만 나는 분노와 연민 또는 상실감이, 누님의 우울이 이제 형주에게로 옮겨가지 않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의 속이 더는 곪지 않도록 지켜주는 방법을 조금 더 고민해 봐야겠다. 사람이 우울한 것은 특별할 게 없는 일상적인 일이라 생각하는 편이긴 하지만, 오늘 다시금 느꼈는데 몸 만큼이나 마음의 건강을 돌볼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했다. 



-Ho


"겉으로 드러내지 못하고 속으로 걱정하거나 괴로워하는 일" 사전에 찾아보니 이렇게 나온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거나, 드러낼 수 없어서 혼자 고민하는 것. 내가 주로 이렇게 할 때는 공유한다고 해서 그 문제가 해결되는 게 아니라 오롯이 내가 해결해야 할 문제 일 때 그렇다.

반드시 자기 스스로 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등산 같다고 할까? 차로 정상까지 갈순 있지만 내 발로 가려면 내가 내 스스로 발을 움직여 내 몸을 정상까지 가져가야 하는 것처럼.


이따금씩 속앓이를 하기도 하지만,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내 감정과 생각을 공유하고 털어놓다 보면 생각도 정리되고,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기도 하는 것 같다.

혼자 고민하는 시간도 분명 필요하지만, 고민을 털어놓고 공유하는 것도 때로는 도움이 된다.


모든 마음은 나에게 달렸기에,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지내야겠다.



-인이


2024년 2월 25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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