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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란도란프로젝트 Mar 17. 2024

"새로운 것을 할 때의 마음가짐"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서른 두 번째 주제


최근에 친구가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나는 새로운 운동을 시작했다.


30대의 중간을 달리는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것이

재밌고 설레나보다.


새로운 일을 하는 친구는

간만의 사무실의 느낌,

그리고 처음 일해보는 색다른 환경,

익숙한 곳에서의 거리감 등등이

빼곡하게 본인에게 쏟아지는

상황이 즐거워보였다.


그런게 그 친구의 매력이다.

불평도, 불만도 접어두고

새로운 일을 집어들 때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


새로 운동을 시작한 나는

어떨까.


마냥 즐겁다.

잘 쓰지 않던 근육을 쓰고

걸음마를 떼는 내가

웃기고 또 재밌다.


이정도면 되려나,

새로운 걸 시작할 때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지 않고

뛰어들어서 우선 즐거워하고 있으면


새로움이 옅어질 때 즈음

그 진가가 드러나겠지.


그러니 시작은

좀 가볍고 신나는 마음이어도

되겠지.



-Ram


새 회사에 처음 출근을 했다. 예전엔 전혀 하지 않았던 일이라 무지에서 오는 긴장감이 싫지 않았고, 새로운 분야를 또 알아가고 배워간다는 느낌이 꽤 즐거웠다. 출근길엔 대학생 때 인턴이랍시고 회사에 (거의 놀러)다녔던 때가 생각났고, 대학 졸업 후 바로 입사해서 추운 새벽 출근길을 헤치고 다녔던 회사가 생각났다. 잠시나마 잡다한 소회를 마치고 새로 받은 데스크 세팅을 마치고, 의자 높이를 내 몸에 맞게 조절하고, 조금씩 조금씩 새 업무, 새 조직, 새 자리에 대해 익숙해지려하고 있다. 바라건대 지금 내 눈빛도 그날처럼 반짝이고 있길.



-Hee



1.

이왕 시작할 거라면 확실하게 끝을 보든지, 그게 아니라면 아예 시작도 말든지. 무언가를 시작할 때면 늘 이런 마음이었는데도 마무리는 항상 흐지부지 끝나버렸다. 그게 운동이든, 게임이든, 취미 활동이든.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까지 끈덕지게 이어가는 일이 잘 없었다. 대개는 어렵게 시작했음에도 쉽게 질려 했고, 금세 그만둬버렸다. 돈은 돈대로 시간은 시간대로 낭비해버리는 정말이지 기가 막히는 천성이다.


초반에는 질려버린 일들 모두 나와는 도무지 맞지 않는 일로 치부하거나, 계속할수록 내 삶을 깎아먹기나 하는 소비적인것으로 내려쳤다. 하지만 이런 양상이 자꾸 반복될 때마다 조금씩 스스로의 비루한 모습을 받아들이게 됐다. 확신 없는것에 무모하게 뛰어들 수 없는 나약함. 목표도 이유도 없이 뜨겁고 싶었던 허영. 나를 한없이 가벼운 사람으로 만든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었다.


2.

요즘은 다시 우드 카빙을 조금씩 하고, 간단한 가죽 공예품을 종종 만든다. 강박을 이겨내지 못하고 스스로에게 화를 내며, 실망하며 그만둬버렸지만, 그 후로 시간이 꽤나 흐른 지금까지도 꾸준히 생각이 날 만큼 좋아하는 일들이다. 필요한 소품이 생기거나, 가끔 만들고 싶은 게 생겼을 때만 하는데도 몹시 즐겁다. 굳이 시작해서 배우고 익혀두길 잘 했다 싶다.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것만도 대단히 감사할 일인데, 무엇이든 잘 해내야만 한다는 욕심에 늘 숨이 막혔었다. 조바심과 욕심을 내려놓으니 좋았던 일들이 더 좋아진다. 섣부른 마음가짐 덕분에 짧은 길을 참 멀리도 돌아온 것 같지만, 큰 실수는 아닐 것이다. 지치지 않도록 천천히 꾸준히 해나가면 된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됐으니 말이다. 



-Ho


대기업에 다니는 친구가 회사에서 좋은 제안이 들어올 거 같은데 그걸 자기에게 말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다.

내가 왜냐고 물으니 나는 이미 아이도 있고 가정도 있어서, 어차피 못하는데 제안이 들어오고 거절을 하면 속상할 거 같다는 것이었다. 

그때 사람이 자기의 상황이 어떠하냐에 따라서 결정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체험했던 기억이 있다.


보통 새로운 것을 할 때는 첫째는 두려움이 먼저 올라온다. 그리고 그걸 안 해야 할 이유 부터 찾는다.

내가 안 해야 할 이유를 찾아서 내가 그걸 안 하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래도 찝찝한 기분은 어쩔 수 없다.


나는 모든 일에 일단 해보자! 라는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하면서 지내고 있다.

체력적, 시간적, 정신적으로 당장은 낭비한 것 같아도 언젠가는 그 경험과 시간을 통해 얻은 것들을 써먹을 때가 있는 경우를 많이 겪었기 때문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내가 상처받을까 봐 덜 주기보다는 일단 마음이 가는 대로 해보고 손해 보지 않으려는 마음을 내려놓는 게 

결국엔 더 얻는다고 생각한다. 


요즘 전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데, 대부분 나보다 훨씬 어린 친구들이다.

내가 나이가 들었나 싶을 만큼 그 친구들이 이해가 안 될 때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내 20대 시절을 떠올린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얼굴이 빨개지는 일들을 나도 그때는 잘못된 줄 모르고 했으니까. 

그리고 내가 이 나이에 어디서 20대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겠나. 내 연륜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그들은 그 나이의 싱그러움을 보여준다.


주로 평온하고 조용한 삶을 살다가, 하루에도 몇 개씩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들이 쏟아지는 한 달이었다.

내 남은 대장정을 무사히 완주하고 원하는 것을 얻고 싶다.



-인이


2024년 3월 17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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