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서른 다섯 번째 주제
끼리끼리라는 말이 있다.
대충 비슷한 사람끼리 무엇인가 더 통한다는
말인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조금 살아내고 보니
'결'이 비슷한 사람들끼리의 말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나는 성인이 되고 나서의
친구들과 더 많이 친해진 사람인데,
아마도 그 전에는 나의 '결'이라는게 없어서 였던 것 같다.
나는 줏대없이, 취향없이 자라온 사람 중에 하나였다.
좋아하는 것도 친구따라,
싫어했던 과목도 친구따라,
이래도 흥, 저래도 흥
그런 흥미가 좀 없는 보통의 조용한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취향과 선택으로 똘똘뭉친 사람을
만나게 되면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그걸 또 서로 발전시키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함께 누리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뒤늦게 깨닫게 된 것이다.
그게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즐거움이자
가장 큰 갈랫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합'이 맞는 친구를 만나고 나니,
그 다음은 저절로 되었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끼리 계속해서
부딪히고 만나게 되면서
지금의 나와 내 주변이 되어갔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곁에 두고자 하는 마음은
자꾸만 커져가면서도 두렵기도 한 마음이 든다.
너무 소중하면 그걸 또 쉽게 잃을 수도 있으니까,
유유상종이라,
우리는 꽤 그래도
제법 친한 친구라서 말이다.
-Ram
우리를 보고
누군가는 '결이 비슷하다'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둘이 닮았다'라고 말했고
누군가는 '그래서 만났네'라고 말했다.
아무렴.
뭐든 깔깔거리며 기분 좋게 듣는다.
-Hee
이번 주는 휴재합니다.
-Ho
유유상종을 영어로 뭐라고 하는지 궁금해서 찾아보니,
'Birds of a teather flock together'라고 한다.
같은 깃털을 가진 새들끼리 함께 날아다닌다는 뜻 정도 되겠다. 맞는 말 같다.
언제 부턴가 의식적으로 주변에 사람들을 정리해 나갔다.
결이 안 맞으면 미련없이 돌아섰고, 혼자가 편했다.
그런 성향이 회사 생활에서도 드러났는데, 나는 회사에서 친구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특히 같은 팀에서는.
내가 퇴사할 때 같은 팀동료가, 언니는 너무 어려운 사람이었다며 내가 언니한테 다가려고 노력했다는 걸 알아달라고 했다.
그런 말을 듣는 대도 별 마음의 동요가 없었던 건 내가 정말 그 사람이랑 친해지고 싶지 않아서였는지, 내 마음의 문제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한가지 확실한 것은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없고, 사람이 반드시 필요한 순간도 있다는 것이다.
유유상종이라고 할 만큼의 친구가 남아있지도 않지만, 남아있는 친구들에게 잘해야겠다.
그리고 내가 아직 운이 남아있다면 인생에서 좋은 친구를 한 두명 정도는 더 만들고 싶다.
-인이
2024년 4월 7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