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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란도란프로젝트 Oct 13. 2024

"백날 해봐라"

도란도란 프로젝트 - 오백 예순 두 번째 주제


그렇게 해서

어느 세월에 되겠어.


삽질하면서

허송세월하면서

네가 뭘 이룰 수 있겠어.


시간 버리지 말고

귀중하게 뜻깊게 써라.


어영부영 하면

되려다가도 미끄러진다.


이런 말 들은

끝없이 쏟아진다.


내가 그들의 기준에 명확히

들어가지 못해서 그렇다.


좋은 대학 나와서

취업하고 결혼하고 애기를 기르는

보통의 길을 가지 못해서 그렇다.


그렇게 고집부려 백날 해봐라

입에 풀칠이나 하겠냐는 말에

뭐 딱히 반박할 수 없었다.


그러게요.


그럼에도 이렇게 살아가야 하는 걸

당신도 백날 잔소리 해봐야

본인 입만 아픈 것을.


네 고집도 내 고집도

쉬이 꺾이지 않으니 어쩌겠어.


그냥 이렇게 살아내고 버텨내는 것이지

늘 반짝이는 청춘이 어디있겠어,

조용한 중년의 시간을

기다릴 뿐이지.


뭐, 어쩌겠어.



-Ram


1.

어떻게 보면 마음이 다치지 않으려고 늘 긍정적이고 밝은 생각만 하려고 노력한 것 같은데, 오늘 읽은 책에서 인생엔 비관이 꼭 필요하다는 글을 읽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큰 충격을 받았다. 오히려 매사 밝은 면만 보면 실망감이 크다,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가 많다 등 살짝 뼈가 있는 문장들이 계속 서술됐다. 새로운 시각이라 관련된 글을 더 읽고 싶어서 구글링을 해봤는데 같은 맥락을 가진 글 중 '면역력'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에 들어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면역력을 조금 더 키울 필요가 있겠다 싶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선 앞뒤 맥락 없이 일어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지고 있으니. 내 마음대로만 돌아가진 않으니. 나의 상식 밖 행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상처받지 않도록.


2.

"너무 흠만 잡지 마. 너도 이제 좋은 점도 이야기해 볼 수 있도록 노력해 봐. 조금만 더 좋게 생각하고, 안 좋은 점만 보려고 하지 말고." (오늘 오후의 대화 중)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온 것은 알겠지만, 앞으로 더 살 날이 남아있으니 달라져 볼 수도 있잖아'



-Hee


며칠 전부터 발목이 시큰거리는 게 오늘이 대회랍시고 무리했다가는 요절이 날 것이라 말하는 듯해서 천천히 걸었는데, 중간 cp에서 생각보다 입상권에서 멀지 않다는 말을 듣고서는 마음이 다급해져서 뛰기 시작했다. 남은 거리를 숨이 넘어갈 듯 오르고 달렸다. 체온이 급격히 오르면서, 발을 디딜 때마다 느껴지던 통증이 점점 옅어지기 시작했고 마침 남은길은 내리막과 평지가 대부분이라 신나게 달렸다. 그렇게 몇 사람을 제치고 피니쉬 라인에 도착하긴 했는데, 나보다 먼저 도착해서 쉬고 있던 사람들이 환호해 주는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려왔다. 그게 왠지 ‘네가 백날 해봐라, 입상이 가당키나 하겠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지방에서 하는 영세한 대회였고, 날씨가 대단히 좋은 시기라 같은 날 열리는 더 큰 대회, 행사에 사람들이 몰리는 바람에 이번 대회에 참가한 사람도 적었지만 순위에는 아쉽게도 못 들었다. ‘비싼 돈 내고 대회까지 왔으면 진통제를 먹고서라도 뛰었어야지. 부상에 연연하는 것도, 컨디션 관리를 못 하는 것도 결국 다 실력일 테지. 그런 어중간한 마음으로 대체 뭘 하겠니.’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자책이 이어졌다. 미리부터 포기하지만 않았더라면 3위와의 몇 분 차이 정도는 충분히 줄일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운 마음때문에. 아~ 그냥 시간 차이 많이 나지… 그럼 아무렇지도 않았을 텐데. 이 질척질척한 여운이 적어도 며칠은 갈 것 같다.



-Ho


주로 이런말은 부정적인 상황에서 비꼬는 말인 것 같다.


일단, 백날을 무엇을 해서 못이룰일은 거의 없다고 본다.

백날동안 꾸준히 뭔가를 한다면 그것만으로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물론 결과를 보고 판단하고 그게쉽지만 여러번을 백날이 있다면 충분히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히 상상도 못하는 작가의 백날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에서 노벨 문학상이 나오는 놀랍고 멋진 일이 생긴거 아닐까? 


누가 뭐래도 내가 하고 싶은걸 하고, 내가 옳다는 것을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지며 살 것이다.



-인이


2024년 10월 13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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