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동화"

도란도란 프로젝트 - 육백 열 여섯 번째 주제

by 도란도란프로젝트

어릴적 꿈꾸던 동화같은 일들.


어른이 되면

자연스럽게 생길 줄 알았다.


고난이 있어도

씩씩하게 이겨내고

온갖 괴롭힘과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않는 의지면

끝은 헤피엔딩이라는 그런 것.


뭐,

나는 그 동화속 주인공도 계모도

아니었지만.


나는 아마 동화속 궁전의

하녀 3정도 되지 않을까.


그들은 늘 흐름에 관여하지 않고

주어진 일을 한다.


반짝거리는 구두도 없고

대단한 시련은 더욱이 없다.

물론 왕자님도.


그런 현실이 동화랑 비교해서 슬프냐고 물으면

전혀 그렇지도 않다.


이제는 고난 없이

하루를 보냄에 감사하게 되어서.


평범한 나임이

행복이 되어서

나의 동화는 이정도가 맞는 것 같다.



-Ram


어제 만난 모임에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여기엔 악인은 없는 것 같아서 좋아요. 다 선한 사람들만 있어요.'

악인의 기준이 뭘까. 선한 사람의 기준은 또 뭘까.

물론 다들 진심으로 마음을 열고 대화하던 도중 나오는 말들임엔 의심하지 않기에(그렇게 믿고 싶기에),

그리고 그 당시엔 공공의 악인이 되어버린 대상이 있어서 그보단 모두가 낫다는 의미도 들어 있었다.


악인이란.

나를 괴롭게 하면 악인이라 말해도 될까?

내 기분을 망치는 사람을 악인이라고 불러도 될까?

혹은 내가 누군가의 악인인 건 아닐까?


좋은 사람들만 있다고 믿기엔 참으로 좁은 곳에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현실이다.

앞으로 어떤 새로운 등장인물들이 등장할지 궁금하다.


좋은 사람이(되)면, 혹은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들이 모인다는데.

아직은 그 말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Hee


그간 집착처럼 버리지 않고 모아둔 책장의 책들을 절반쯤 덜어냈다. 나머지 반절도 곧 상자 속에 들어가거나 중고 서점으로 갈 예정이다. 동화책을 둘 곳이 마땅치 않아 별수 없이 내 책들을 처분한 것이다. 고작 동화 따위를 위해 나의 20대를 내다 버린 느낌이 들어서 며칠 우울한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조금 지나면 내 책들도, 지금의 기분도 모두 별 의미를 남기지 못하고 휘발될 것이다. 잘 읽지도 않는 소설과 시와 산문 보다야 아이에게는 한 권 한 권이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행이나 다름없을 동화책이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야만 한다. 내가 끝끝내, 마지못해 납득할 수 있게 말이다. 동화책을 재밌게 읽어주는 연습이나 해야겠다.



-Ho


인생은 짜여진 동화일 줄 알았다.

해피엔딩으로 끝이 정해진 동화.


친구들과 학창시절을 행복하게 보내다 내 운명적인 꿈을 만나 꿈을 이루고 내가 갖고 싶던 집, 차 생각했던 어른의 모습으로 행복한 가정을 꾸려 내내 행복할 줄 알았던 꿈.

물론 몇 번의 시련은 있겠지만 금방 훌훌 털어내고 주인공처럼 우뚝 일어서겠지.


는 개 꿈.


현실은 냉혹했고 잔인했다.


우선 가정형편부터 넉넉치 못했다. 돈없다는 말을 평생 들어온 나는 지금까지도 여전히 돈에 대한 강박이 컸고 몇 명 없던 친한 친구들은 소위 말하는 또라이들이었다. 그래, 뭐 이 정도면 시련 정도일텐가.

운명적이겠거니 생각하던 꿈들은 계속해서 부서지고 박살났다. 나는 엉망이 되어갔고 내가 생각했던 나이에 이루고자 했던 것들은 점점 멀어져만 갔다.


어떻게 살아야 삶이 동화같을 수 있는가.

이렇게 불공평한데 억울하지 않을 수가 없겠는가.


사실 내 상황으로 내가 생각했던 동화는 불가능이었다.


근데 아직 끝은 아니지 않나.

실낱같은 희망, 아직은 동화를 꿈꾸나보다.



-NOVA


2025년 10월 26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