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육백 스물 두 번째 주제
대 일상 공유의 시대,
어떤 사람은 눈떠서 잠들때까지
모두와 공유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내 일상을
누군가가 보고,
공감해주는 게 즐거웠는데
요즘은 그런 부분이
조금 피로하게 느껴진다
많은 사람들의 삶이
온갖 곳에 흩뿌려진다.
어느 순간 공유하는 게 망설여진다.
내가 이런 부분까지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줘도
안전한가?
재밌는 부분일까?
그런 고민이 들곤 한다.
그렇게 지나가고야 마는
일상 공유의 순간들
조용한 일상이 더 특별하게
느껴지는 그런 거.
이제 자꾸 숨고 싶어지는
그런 나이가 되어서 그런가보다
싶기도 하고.
-Ram
마음속에 있는 생각이나 감정을 다 꺼내는 것은 아직까지 불가능하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그걸 덜어내보니 내가 느끼는 것을 상대도 동일하게 느끼고 공감하는 모습을 보았고, 그런 모습에 위로받을 수 있었다. 말하고 싶지 않은 어려운 부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다는 것. 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만 이번엔 그러고 싶었다. 더 좋은 선택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과는 다른 방법으로 다루고 싶었고, 다른 결과를 기대하고 싶었다. 예전과 달라져고 괜찮고, 앞으로 더 변해도 괜찮을 것 같다. 변하지 않는 것은 모두 썩는다.
-Hee
나는 출산을 경험했지만 아이의 태동이, 딸꾹질이 몸속에서 어떻게 느껴지는지는 전혀 모른다. 자궁이 점점 커져서 다른 장기가 밀려나는 느낌도, 체중이 무섭게 불어나는 느낌도, 호르몬의 축제가 벌어지는 신체의 변화와 그로 인한 고통들도, 출산의 순간에 필연적으로 겪게 될 통증에 대한 두려움과 산통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그런데도 출산을 경험하긴 했다. 욕심 그득한 내가 미련 없이 나 자신을 놓아버리게 되는 생소한 느낌,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추고 아무 일 없다는 듯 무던한 척 애쓰는 마음. 산통을 겪는 너를 무력하게 지켜보며 정말로 대신 아파주고 싶었던 순간. 아마도 우리가 평생토록 공유할 수 없을 각자만의 느낌들로 출산을 겪었지만 부부로서 인생의 거대한 지점을 또 하나 함께 지나왔다는 점에서는 함께 출산을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출산에 대한 느낌들은 굉장히 개인적인 영역에 머물렀지만 다행히 우리가 완전하게 공유할 수 있는 느낌들이 금방 찾아왔다. 처음 아이를 받아 들었을 때의 생경하고 두려운 느낌. 아이를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이 지어지는 간지러운 느낌. 아직 며칠 지나지 않았지만 우리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맴돌고 있는 그 느낌들을 나는 사랑이라고 어렴풋이 짐작한다. 사랑 위에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아마도 시간이 쌓일수록 점점 불어날 사랑이 말이다. 정말이지 기적 같은 일이다.
-Ho
하루의 삶을 기록한다는 공유한다는 것.
사실 나에게 있어 굉장히 부담스럽다.
내 일기장은 꽤나 추악할 때도, 불평으로 가득 찰 때도 많으니까.
한창 때는 매일매일 쓰려고 노력했었다.
보통의 날들보단 힘들고 지쳐 불만이 가득히 적힌 내용만 적히는 게 싫어서 그저그런 날도 기록하려 했었다.
이 불만과 불평, 엉망으로 썼던 기록들은
주로 나에게로 화살이 꽂힌다.
남에게 화살을 돌리다보면 그 끝은 나여야만 했으니까.
그렇게 나를 갉아먹고 깎아먹어야 분이 풀렸다.
탓을 나에게로 돌리면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모른채, 얼마나 더 큰 어둠이 찾아오는지도 모른채 당장의 그 순간이 지나간다.
아니 그 순간이 지나가길 바란다.
또한 올해는 나를 텅 비우고 싶었다.
그런 기록들보다도 내 글들이 공유되는 아웃풋으로 나를 성장시켰으면 했다.
또한 하나의 틀 안에 가둬 습관을 기르고 싶기도 했다.
나는 나아가고 있는가.
공유의 목적 아래 나를 키우는 과정이 행해지고 있는가.
-NOVA
2025년 12월 7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