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란도란 프로젝트 - 육백 스물 한 번째 주제
나는 라면보다는 일본식 라멘이 더 좋다.
맵찔이로써
매콤한 것도 땡기지 않거니와
구수한 맛이 나는 국물이 좋다.
언젠가 연남동에서
빠이탄이라는 엄청 깊은 국물의
라멘을 먹었는데
그게 또 마음에 쏙 들었다.
라면도 베리에이션이 많은 편인데
라멘의 그 종류도 좋다.
찍어서 먹는 종류도
마늘기름을 넣은 것도
비벼먹는 것도
왠지 모르게 좋아져 버린다.
오래전부터
따끈한 국물, 조금 퍼지려는 면
그런게 좋았는데
칼국수라던가, 라멘, 잔치국수
그런것들이 내 최애가 된다.
요즘도 날세운 날씨에
정신을 차려보면
국수나 라멘을 찾고 있다.
진짜 겨울이 오고 있다는 뜻이다.
눈썹까지 시린
계절이 앞에 왔다는 뜻이다.
-Ram
1.
"나는 이렇게 우동처럼 굵은 면이 좋더라."
"라멘은?"
"라멘은 뭔가 조금 다른 느낌이긴 한데, 약간 면보다는 어떤 육수인지, 어떤 재료가 메인인지에 따라 많이 달라지지 않나? 아 근데 생각해 보면 면이 얇은 라멘보단 우리가 저번에 먹었었던 츠케멘처럼 조금 굵은 면이 더 좋은 것 같긴 해."
"근데 나는 얇은 면이 더 좋아. 굵은 면은 뭔가 국물이나 양념이 조금 덜 베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 맞아, 그럴 수 있겠다."
"이번에 다카마쓰가서 우동 많이 먹어보자"
"그래!!!!!"
2.
작년 일본 여행 때 무거운 이치란 라멘 키트를 사서 열심히 한국으로 들고 왔다. 심지어 나는 이치란 라멘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래도 그저 호의를 베풀고 싶어서, 100% 좋은 마음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그런 호의나 좋은 마음 따윈 사라졌고, 되려 불운을 빌면 빌었지, 행운을 빌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렇게 종잇장처럼 쉽게 어그러지는 관계도 운명일까.
-Hee
밤에서 새벽으로 넘어가려는 시간, 식사와 술을 적당히 즐긴 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는 가게가 유달리 눈에 띄었다. 면 삶는 물과 육수가 끓으며 만드는 증기 탓에 창문에 김이 서려 내부가 잘 들여다 보이지도 않는 라멘 가게였다. 사람들의 기분 좋은 웅성거림과 간혹 튀는 웃음소리, 입맛을 돋우는 냄새와 따뜻한 기운이 가득해 보였다. 이 시간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기다릴 정도면 정말이지 굉장한 맛집인가 싶어 찾아보면 구글맵 평점은 그리 대단치 않았다. 다만 한 겨울이었고, 여행 마지막 날 밤이었고, 이 분위기를 먹지 않고서는 한동안 실의에 빠질 것만 같아 펭귄처럼 다닥다닥 붙어 줄 선 사람들 뒤에 붙어 섰다. 다행히 라멘답게 회전율이 대단히 빨랐고, 이치란 라멘만 라멘인 줄 아는 지영도 감탄하며 맛있게 먹었다. 올해의 음식 어워드를 자체적으로 진행한다면 당당히 1위로 선정될 만한 맛이었달까. 겨울이 다가오니 그 라멘이 더 그리워진다.
-Ho
일식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지는 얼마 안됐다.
그런데 라멘은 10년전부터 자주금 사먹었었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 근처 라멘 집을 종종 들렀었는데 6000원도 안되는 저렴한 라멘을 먹고 그 옆 카페를 가는 게 친구와의 루틴이었다.
보통은 소유라멘을 먹었다.
나는 짜고 달고 매운 자극적인 맛을 놓을 수가 없나보다.
라면과는 확연히 다른 맛.
쫄깃한 면발과 차슈와 김을 한 입에 먹는 건 가장 최고의 조합이랄까. 그래서 이 조합은 아껴 먹곤 했다.
라멘을 생각하면 고등학생으로 돌아가는 기분이다.
그 시절 빈털털이 안경쓰던 나로.
-NOVA
2025년 11월 30일 도란도란 프로젝트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