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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훈 Jan 20. 2016

제2의 한국 전쟁을 막은 기자

마지막 전쟁포로 by 마이크 치노이

저자를 직접 만나서 책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는 건 늘 즐거운 일이다. 이 책도 그랬다. 지금은 현역기자는 아니고, 남가주대 미중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는 마이크 치노이 씨가 마지막 계약 조율 과정에서 직접 한국에 오셨다. 컨퍼런스가 종종 있어서 자주 서울을 찾는다고 했다.


재미있는 얘기를 들었다. 대략 다음과 같다.


"김일성을 세 번 만났어요. 두번은 그냥 일상적인 취재였지만, 마지막 한번은 정말 중요한 만남이었죠. 지미 카터가 1994년 북핵위기 때 독단적으로 북한을 찾았을 때였어요. 클린턴 정부는 정말 폭격을 준비하고 있었고, 남한 정부도 결국 미국이 폭격하리라 체념한 상태였어요. 그리고 클린턴은 카터를 막았습니다. 미국 국무부의 공식 표현은 '그는 전직 대통령일 뿐, 미국의 특사도 아니고 아무런 공식 권한도 없는 사람'이란 것이었어요. 카터는 이 상황에서 김일성을 만난 것이죠. 저는 김일성이 카터를 간절이 원해서 부른 것 같다고도 생각해요."

이런 협박의 시작이 1994년이었다.

"어쨌든 그 자리에 카터가 저를 불렀어요. 모든 매체를 다 배제하고 CNN의 마이크 치노이만. 그리고 그 다음부터 중요한 일이 벌어졌어요. 카터가 김일성과 단 둘이서 한참을 얘기하고 나왔는데 조용히 협약(Agreement)을 맺었다는 거에요. 미국 정부 특사도 아닌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협약을 하겠어요. 난 그걸 보도하는 게 임무라고 생각했어요. 그 뒤로 24시간 동안 CNN은 김일성과 카터, 그리고 북한 당국의 보도 가능한 모든 움직임을 생중계하면서 그 협약의 의미를 설명했어요. 김일성은 전쟁을 원치 않고, 카터가 평화를 중재해 냈으며, 한반도는 계속 평화로울 수 있게 됐다고요. 물론 실제로 그렇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었어요. 정황이었죠. 하지만 클린턴 행정부는 전직 대통령의 협정에 결국 추후에 공신력을 실어줬죠. 국제여론이 그쪽으로 움직였거든요. 저도 1994년 한반도 전쟁을 막은 사람 중 한 명이지 않을까요?"


치노이 씨가 이런 정도의 사람이라서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2013년 북한이 억류한 85세 노인의 이야기. 지치고 힘들어 매스컴이라면 질색을 했던 가족들이 딱 두 명의 기자들은 좋아한다고 했다. 한 명은 치노이 씨, 그리고 또 한 명은 당시에도 지금도 월스트리트저널 서울 특파원 조나단 쳉 기자. 그래서 이 책이 나왔다. 자신들을 이해해 주고 도와줬던 기자의 손으로. 남한 사람과 무슨 상관일까 했지만, 읽다보면 큰 깨달음을 준다.

미국에서도 전자책으로만 발매됐고, 한국에서도 전자책으로만 번역 출간됐다.


탈북자 출신인 동아일보 주성하 북한전문기자가 추천사를 써줬다. 다음은 그 내용의 일부.


"나는 탈북 과정에서 북한 당국에 붙잡혀 보위부 감옥을 비롯한 여러 감옥에 구금된 바 있다. 그래서인지 북한에서 외국인들이 억류됐다는 뉴스가 수시로 흘러나올 때마다 나는 보위부가 과연 그들을 어떻게 다룰지 궁금했다. 이 책은 그런 나의 궁금증을 처음으로 풀어주었다. 동시에 북한을 잘 모르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나는 그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상상력을 불러 일으켜 북한에 대한 흔치 않은 간접 체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재미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한국인과 미국인에 대한 북한 보위부의 태도가 똑같지 않을 것이란 점은 감안해야겠지만."


짧고, 재미있고, 미국과 북한과 끝나지 않은 전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무엇보다, 메릴 뉴먼 할아버지가 정말로 한국전쟁의 '마지막' 전쟁포로로 남게 된다면 좋겠다. 이 긴 전쟁이 막을 내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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