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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미숙 Aug 18. 2021

14편. 희망이 없다는 시니어 구성원동기 부여하기

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저는 퇴직 후 할 게 많아요!”

앞서 곽상무님과 나누는 이야기는 팀장뿐만 아니라 나이는 있는데 승진이 막혀 있거나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시니어들에 대한 고민이기도 합니다. 조직 안의 뜨거운 감자이지만 어느 누구도 그 뜨거움에 손대길 꺼려하죠. 승진이 막혀 있다는 것은 엄청난 좌절이지만, 긴 인생의 시간으로 볼 때 ‘통과해야 하는 터널’이기도 합니다. 이 터널에는 퇴직 후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고, 우리는 이 이야기를 그들과 풀어내야 합니다.


재직 중에 있는 시니어 멤버들과 퇴직을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경영자 코칭에서 코치들이 접근하는 과정을 통해 몇 가지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코치들은 경영자 코칭의 마지막 세션 즈음에 시간을 쪼개어 그 임원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 나눕니다. 사실 임원 레벨에서도 ‘퇴직’이라는 단어는 진지한 대화의 주제는 될 수 없는 금기어입니다. 그러나 신뢰가 깊어지면 이 금기어를 조심스럽게 꺼내게 되고,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임원은 임시직이라고 농담을 하시지만, 사실 깊은 내면에는 ‘설마 올해가 마지막이겠어?’하는 낙관과 ‘올해 정말 마지막이면 어쩌지?’라는 불안이 공존하는 듯합니다. 어떤 분은 퇴직 후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것이 마치 회사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것 인양 생각하는 임원도 계십니다. 불안한데 누구와 말할 수 없었던 '퇴직 후…' 이 민감한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결과는 대부분 긍정적입니다. 오히려 임원은 좀 더 편안해지고, 더 큰 시야로 자신을 보게 되며, 다양한 압박과 스트레스에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게 됩니다.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은 회피와 좌절과 무모함을 가져오지만, 테이블에 꺼내어 실체를 보게 되면 ‘어느 정도 매니징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 겁니다.


반면, 퇴직 후의 삶에 대해 꿈에 부푼(?) 분들도 만나 뵙게 됩니다. “사실 제가 아무리 잘 나가도 최대 3년에서 5년 정도 있게 될 겁니다. 그 후에도 할 일이 많아서 퇴직 후의 삶도 괜찮을 것 같아요.” 하십니다. 어떤 분은 매우 구체적으로 퇴직 후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 주십니다. “저는 꿈이 역사소설을 쓰는 거예요. 일단 퇴직하면 바로 글 쓰기 훈련을 할 수 있는 학과로 편입을 하거나 석사과정을 갈 거예요. 졸업 후 글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3년 정도 답사를 할 거예요….”라고 하십니다. 매우 구체적이죠?


퇴직 후의 삶을 설계해둔 분들은 두 가지 공통 특징이 있었습니다. 첫째는 지금의 시간이 아깝고 귀하다는 겁니다. 시간을 역산해보면 자신이 조직에 기여할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거죠. 후배들이 제대로 뛰어놀 수 있도록 환경도 만들고 후배들도 육성해야 하니까요. 그래서 열심을 내어 일합니다. 후배들의 육성에도 깊은 관심을 가집니다. 둘째는 의사결정에 있어서 작은 이익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목표가 뚜렷하기에 그 목표를 약화시키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려 했고, 단기적인 이익을 보면서도 중장기적으로 이 결정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생각했습니다. 역설적인 사실은 ‘난 퇴직하면 할 일이 많아. 그러니 떠나기 전에 이것저것 해놔야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더 큰 조직을 맡게 되고 더 오래 조직에 계시다는 겁니다. 단정하여 말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안위’가 아닌 더 큰 목적에 시선을 두고 의사결정을 했기에 그런 결과를 맞이하게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두 가지 질문이 있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나는 어떤 상태입니까?’하는 것입니다. 자기 인생에 대한 설계가 있기에 현재 더 씩씩할 수 있고, 조직에 남길 유산(legacy)을 고민하는 상태에 있습니까? 아니면 ‘내가’ 얼마나 유능한지 매번 증명하기 위해 애를 쓰고 계십니까? 두 번째 질문은 ‘퇴직 이후에 꿈이 있으면 오히려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 몰입할 수 있는 이 현상은 임원진들에게만 해당될까요?’하는 것입니다.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앞서 곽상무님과의 코칭 세션에서 나눈 두 번째 질문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상무님께서 만약 이 상황에 처해 있는 팀장이라면, 스스로를 어떻게 동기 부여시켰을까요?” 이 질문에 곽상무 님께서는 “이 회사에서 승진이 막혀 있다면, 저는 그다음을 기약하면서 열심히 일했을 것 같아요. 여기 있는 동안 더 실력과 리더십을 키워서, 퇴직 후에 개인 사업을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좀 더 작은 회사의 임원이 될 수도 있잖아요.”


기가 막힌 답변이시죠? 이런 좋은 솔루션이 있었는데 왜 팀장들에게 안내하지 않았을까요? 곽상무님께서는 ‘그들이 더 좌절할까 봐서’ 못하셨답니다. ‘승진이 막혀 있다는 것을 그분들이 모르시냐’고 여쭸더니, ‘다들 알고 있다’고 하네요. 기정사실인데, 꺼내어 다루지 못함으로써,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대화가 민감하긴 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미래 삶에 대해 진심으로 염려하면서 그 가능성을 확장해보려는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오히려 이 대화를 통해 더 깊은 신뢰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퇴직 후에 다른 중견 혹은 중소기업의 임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정의하고, 그 역량을 키우기 위한 환경과 멘토링을 병행한다면, 지금의 조직 이슈를 임원의 시각으로 보고 해결하려는 열망이 커질 것입니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 든 구성원은 어떤 상태일까요? 내 청춘을 바쳤던 조직에서 더 이상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부정적인 목소리만 높이고 있을 수 있습니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아서 불안한데 누구 하나 도움 주는 사람이 없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멍하니 있을 수도 있습니다. 더욱 힘든 것은 후배들에게도 유능한 선배로서의 역할도 못하고, 퇴직 후의 트랙에 대해서도 좋은 롤모델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나이 든 구성원들에게도 동일한 관심이 필요합니다.


타인의 고민에 용기 내어 참여하는 것…. 그것이 리더십 영향력과 깊은 신뢰를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일 것입니다.



동기부여 요소가 ‘하나’는 아닙니다

곽상무님과 나눴던 첫 번째 질문이 바로 ‘승진 외에 사람을 힘 나게 하고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는 무엇인가?’였습니다. 정말 나이 많은 시니어들에게는 승진만이 유일한 동기부여 요소일까요? 승진은 매우 중요한 동기부여 요소인 것은 맞지만 유일한 요소는 아닙니다.


어떤 분은 인정(recognition)으로 동기부여됩니다. 어떤 분은 내게 리소스와 권한을 주고 더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프로젝트와 자리(position)로 동기부여됩니다. 어떤 분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이, 어떤 분은 사람들과 나누고 연결되어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어떤 분은 금전적인 인센티브가, 또 어떤 분은 즐거운 분위기로 서로 치얼업 해주는 것이 동기부여 요소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사람들의 동기부여 요소는 내가 상상한 것보다 많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내가 동기부여되는 요인만 중요하게 볼 경우, 구성원의 다른 동기를 돌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인정과 승진을 중요시 여기는 리더는, 인정과 승진에 대한 열망을 가진 구성원을 ‘바람직한 태도’를 가진 사람으로 생각하며 호감을 갖게 됩니다. 반면 인정을 받느냐 마느냐와 상관없이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호감을 갖기 어려워하면서, 본의 아니게 호불호를 내비치게 됩니다.



우리 조직의 동기부여 요소를 찾는 방법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사람들의 동기부여 요소를 찾을 수 있을까요? 진단지를 통해 확인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지만, 진단 없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성공체험에서 찾아보는 겁니다. 즉 우리의 팀워크가 가장 빛났을 때를 회상해보는 것이죠. 그때 어떤 요소들이 팀워크를 만들고 상승작용을 시켰는지 반추해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것들이겠죠. 이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 영향력을 나누며 기뻐했고, 수고함과 함께함의 기쁨을 투박하게라도 표현했을 수 있습니다. 실수나 실패가 있었을 때는 ‘누가 잘못했느냐’에 초점을 두지 않고 복기(look back)를 통해 ‘어떻게 다르게 해야 할지’에 초점을 두었을 수도 있습니다. 상사 앞에서 우리 멤버들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지, 이 결과는 누구 덕택인지를 운운하면서 공을 후배에게 돌렸을 수도 있겠지요. 서로 지치지 않도록 ‘사다리 타기’를 해서 간식을 마련하는 작은 이벤트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때를 떠올려보면, 수많은 동기부여 요소가 역동적으로 돌아갔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때의 역동과 성과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다면, 그때의 성공 요소 중 몇 가지를 가져와 지금의 조직에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동기부여 요소를 찾는 두 번째 방법은 좀 어렵지만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일 중심적인 사람인지, 관계지향적인 사람인지, 큰 과제를 주었을 때 더 힘이 나는지, 협업 과제에서 더 힘을 내는지 등을 관찰하는 겁니다. 이전에 중소기업 사장님을 코칭할 때인데, 조직의 리더들을 특별하게 관리했습니다. 야구를 좋아하는 리더에게는 그 구하기 어렵다는 한국 시리즈 티켓을 구해서 줬습니다. 부부애가 특별한 리더에게는 식사권을 주었고, 실수나 실패를 한 리더에게는 공식 채널에서는 야단을 쳤지만, 그 후에는 술을 사주며 다독였습니다. 사장이어서 가능했던 걸까요? 물론 그런 부분도 있겠지요.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관찰과 관심’이었습니다. 잘 관찰하면 내 위치와 여건에서 해줄 수 있는 것이 분명 있을 겁니다.


이미 당신은 사람들의 열망에 불을 지핀 때가 많았을 겁니다. 팀워크가 좋았고 구성원의 열정이 커졌던 때를 떠올려 보십시오. 그리고 따스한 눈빛으로 사람들을 관찰해보십시오. 그 눈빛과 경험에 수많은 동기부여 요소가 숨 쉬고 있을 겁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내가 그때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그들도 그 열정과 나눔의 때를 그리워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의 멋진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곁에서, 현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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