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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미숙 Aug 11. 2021

13편. 내가 아는 나와 남이 아는 나

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시련 경험이 없는’ 상무를 코칭해주세요

십 년 전 즈음에 한 그룹으로부터 A상무님을 코칭해달라는 의뢰받았습니다. 그 그룹의 계열사를 통틀어 사장 후보군으로 케어 받는 분이 총 6명이었는데 그중 한 분이셨습니다. 코치에게 온 간단한 이력 사항을 검토하던 중, 유의점에 “시련 경험이 없음”이라는 특이점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얼마나 유능하고 럭키한 분이십니까, 시련 경험이 없다니요….


그러나 실제로 기업에서는 요직에 있는 경영진이 실패나 시련 경험이 없는 것을 경계합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첫째는, 젊은 날에는 성공을 위해 치열하게 달려오고 그것 때문에 빠르게 승진하지만, ‘늘 성공했던 나’의 이미지가 굳어지고 내가 보는 관점이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변하고, 결국 본인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게 되고 과감한 혁신이나 위험 감수 (risk-taking)을 하지 않게 될 수 있습니다. 둘째는 위기에 대응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실제로 위기 상황에 우왕좌왕하여 조직을 더 위험에 빠뜨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변화에 민첩하고 위험 감수에 대한 마인드’를 검토하는 것이 A상무를 코칭하는데 중요한 미션 중 하나였습니다.


실제로 만나니 그런 염려는 기우였습니다. 매우 주도적이고 낙관적이며 민첩했습니다.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사고 (system thinking)를 하는 분이셨기에, 실패할 확률이 적었고 예상외로 벌어지는 증상들을 빠르게 캐치했으며 빠르게 소통하며 대안을 마련했습니다. 이런 성향으로 인해 작은 실수는 있어도 큰 실패가 되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습니다. 상사에게 직언하는 것도 마다 하지 않으셨는데, 그 직언을 수용한 상사도 훌륭한 분이셨지만, 그 상무님이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과 근거를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성향을 가지셨기에 가능했을 겁니다.


‘에이 이 정도는 나도 하는데~’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맞습니다. 대한민국 곳곳에 감탄을 자아내는 훌륭한 리더분들이 참 많으십니다. 그런데 이 분의 특이점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예를 들면, 누가 참여하든 대부분의 모든 회의록을 본인이 작성했습니다. 뜬금없죠? 회의록을 상무가 쓰는 일은 드문 일입니다. 사장님까지 공유하는 회의록이라면, 시니어 구성원에서 팀장, 팀장에서 상무, 상무에서 전무 순으로 피드백을 받느라 컨센서스나 승인을 받는 시간은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에서는 대체로 그렇게 합니다.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통상 서브 리더들이 회의록을 작성하는데, 왜 상무님이 직접 하시냐’고요. ‘제가 다른 사람보다 회사의 방향과 전략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말귀를 알아듣는 비율이 큽니다. 게다가 요점 정리를 하는 훈련이 잘 되어 있으니, 제가 하는 게 효율적이죠.’하십니다. 


이 방법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효과적이었는데, 가장 큰 것은 빠른 의사결정을 촉진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상사들(사장님을 포함해)도 자신이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 모를 때가 있고(^^;) 우선순위를 가르지 못해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낼 때도 있는데, 그 의중을 파악하여 회의록에 깔끔하게 정리해내니 상사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승인도 빠르게 이루어졌습니다. 팀장 및 구성원들은 회의 때 이해되지 않았던 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듣고 싶은 것만 들었구나를 반성하는 효과도 컸습니다. 상사의 의중과 전략적 방향을 명확히 확인하게 된 실무자들은 자연스럽게 자신들을 리소스를 본질과 실행에 투입하게 됩니다.


성과가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 있는 프로세스입니다. 이 행위는 어떤 마음에서 나온 것일까요?



역지사지와 포용의 아웃워드 마인드셋 Outward Mindset

[아웃워드 마인드셋](아빈저연구소, 2018)에서는 두 가지 마인드셋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시선이 자신에게만 집중된 ‘인워드 마인드 셋( Inward Mindset)’입니다. 시선과 마음이 자신의 요구사항과 목표에만 쏠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구성원들은 자신이 중요하다고 보는 요구사항과 목표를 이뤄주는 ‘도구나 대상’ 일뿐입니다. 반면 아웃워드 마인드셋 Outward Mindset은 나처럼 그들도 요구사항이 있고 목표가 있으며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즉, 다른 사람과 공존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되짚어 보고 종합적으로 이해관계를 헤아려 행동하는 것입니다.


앞서 A상무는 역지사지가 강했습니다. 구성원들이 본질에 몰입하도록 돕기 위해 그들의 불편과 불필요를 어떻게 제거할까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런 태도는 코칭 세션에서도 여실히 드러났습니다. 다양한 관점을 바라보게 하는 코치의 질문을 즐기셨고, 구성원들의 피드백에 대해 역지사지해보는 것에 흥미를 느꼈으며, 다른 가능성을 기꺼이 탐색해보고자 했습니다. 새로운 관점을 깨닫고 나면 시도를 해보고 상대방의 반응과 피드백을 챙겼습니다. 그 피드백을 토대로 더 나은 방향이 무엇인지 코치와 의논하였습니다. HR에는 코치가 얼마나 유능한 사람인지 소문도 내주셨습니다(^^). 공적을 다른 사람과 적극적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이슈를 제기하고 성과를 낼 때까지 공존과 공유가 늘 함께 했습니다. 이런 태도를 보면서 이 분은 이전에도 시련 경험이 없었지만 앞으로도 큰 시련은 없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반면 앞서 대화에 나왔던 강상무는 상대방의 필요와 목표와 문제를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다 좋은 것 아닌가, 고생했지만 그 덕분에 고과도 잘 받고 승진도 하고 남보다 더 많은 PI를 받지 않았는가? 그러니 올해도 나를 따라오라, 보상해 줄 테니 열심히 하자!’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과제가 진행 중일 때는 ‘내가 얼마나 고민하고 내린 지시인데 이것밖에 하지 못했는지’ 따지게 됩니다. 결과가 나왔을 때는 마음과 말로 공적을 나누지 못했습니다. 고과와 PI가 가장 큰 보상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바로 자신이 가진 요구사항과 목표에만 초점을 두는 ‘인워드 마인드 셋 (Inward Mindset)’입니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강상무 자신도 과제와 목표에만 올인하다 보니 스스로를 챙기지 못했습니다. 자신도 ‘사람’이 아닌 ‘성과를 내는 도구’로만 사용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강상무님의 신체 건강과 마음 건강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강상무님과의 코칭 첫 단계는 ‘사람’인 자신을 살펴보고 케어하는 것이었습니다. 잘하고 있는 자신을 칭찬하고 충성된 마음에 고맙다고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스스로를 ‘과제 수행 도구’로 보지 않는다면 구성원들도 욕구와 필요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볼 수 있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관행이나 권위가 아닌, 결과를 내기 위한 공존을 고민하게 될 것입니다.



탈선 요인 (derailer)에서 나를 성공시키기

대기업 상위 세 직책에서 성공하는 가장 큰 요인은 ‘부하직원과의 관계’라고 이야기합니다(창의적 리더십 센터 (center for Creative Leadership, CCL). 20여 년의 연구). 800여 명의 인사담당 임원들을 인터뷰한 결과도 유사합니다. 임원이 추락하는 가장 큰 요인 (derailer) 이 ‘대인관계 문제’와 ‘팀 구축 능력 결여’라는 것입니다(E. 반 벨저 & J.B. 레슬리(1998). 800여 명의 인사담당 임원들과의 인터뷰 결과). 임원에서 추락하게 되는 원인이 ‘함께 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는가’에 달려있고, 그 기저에는 내가 리더로서 ‘인워드 마인드 셋 (Inward Mindset) ’을 가졌는가, ‘아웃워드 마인드셋 (Outward Mindset)’을 가졌는가가 하는 특성이 깔려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자신과 타인을 ‘사람’으로 바라봐 주세요.

두 가지 차원입니다. 첫 번째 차원은 자신을 ‘사람’으로 봐주는 겁니다. 사람을 수단화한다고 리더들을 몰아붙이지만, 실제 코칭을 해보면 삶과 일터에서 임원 자신의 욕구와 돌봄을 잊은 리더가 참 많습니다. 요 근래 코칭한 한 임원께서는 구성원들을 꽃과 나무라고 말씀하시면서, 이들을 어떻게 살뜰히 보살피는지 이야기하시더군요. 정작 본인은 물을 안 줘서 시들시들해진 상태였거든요. 자신에게는 물과 양분을 얼마나 주시냐고 질문한 기억이 납니다.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의 필요를 스스로 묻고 아껴 주어야 합니다.


두 번째 차원은 함께 하는 사람들을 ‘사람’으로 보는 겁니다. 그들 삶에 현재와 미래에 대한 고민이 있고, 과제와 목표에 대한 고민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들이 함께 해주지 않으면 조직이 생존할 수 없기에, 그들의 필요와 욕구를 물어보고 과제 해결에서처럼 공존하기 위한 실행을 고민해주세요.


둘째, 의도와 행동을 일치시키는 것입니다.

가장 큰 비극은 자신을 평가할 때는 마음먹은 의도만으로 너그럽게 평가하고, 상대를 평가할 때는 의도는 보지 못하고 행동으로만 평가하는 것입니다. 저도 종종 이런 우를 범합니다. ‘내가 너를 얼마나 챙겨주려고 고민했는데!’라고 말한다면, 그건 아직 행동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동시에 ‘나는 그런 마음까지 먹었는데 너는 왜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거냐!’라는 평가를 포함합니다.


상대가 말하지 않은 것을 알아내려면 많은 에너지를 쏟아야 하고 관련된 경험과 시간이 필요합니다(대체로 상사 및 차상위자의 의도를 알아내기 위해 우리가 시간을 많이 쓰는 것이 이 때문이죠). 상대가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 그러니 내가 공존을 위한 마음을 먹었다면 행동하셔야 합니다. 행동으로 나타날 때 마음도 함께 읽혀진다는 사실을 꼭 기억하십시오.


셋째, 작은 변화를 시도하고 다시 피드백 구하십시오.

좋은 의도로 행동했지만 상대에게 전달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상대의 여건, 편견, 마음 등을 우리가 잘 헤아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구성원들도 ‘인워드 마인드 셋 (Inward Mindset) ’이 강한 사람도 있을 테니까요 ㅠㅠ). ‘내가 좋은 것을 상대가 좋아하리라’는 막연한 낙천성을 버리고 피드백을 적극적으로 구해야 합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리더로서 대다수 구성원의 마음을 읽고 공존을 연구하는 지속성은 꼭 유지해야 합니다.


리더십은 늘 그런 것 같습니다. 지평선을 보고 저기까지만 달리면 된다 하고 달려왔는데, 지평선이라 생각한 그곳은 평지이고 지평선은 아직 저 멀리 있는 듯한 어려움 말입니다. 그러나 또 다른 측면에서 보면 재미와 의미가 있습니다. 영향력이 큰 리더가 10도 각도만 꺾어주면 가까이 있는 사람부터 바뀌기 시작하고, 팀의 분위기가 달라지고, 구성원들의 주도성과 행복이 달라지니까요. 그래서 오늘도 마음의 끈을 질끈 동여매고 '나를 넘어서는' 시도를 또 하게 되나 봅니다.


                                                                                                               -당신의 곁에서, 현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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