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변화에 대한 ‘시선’이 다릅니다
‘시선’이라는 단어가 나올 때면, 세일 시즌에 백화점을 찾은 엄마와 다섯 살 자녀의 사례가 떠오릅니다. 아이 엄마는 물건을 조금이라도 싸게 사려고 재빠르고 분주하게 여기저기 다녔습니다. 마침 타임 세일을 하고 있는 한 코너에서 물건을 놓칠세라 조급한 마음으로 고르고 있는데,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더랍니다. 거의 끝나가니까 조금만 참으라고 아이를 달랬지만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습니다. 벌써 2시간이나 지났다는 것을 안 엄마는 아이를 달래기 위해 무릎을 꿇고 아이와 눈을 맞추었습니다. 그 순간 엄마는 큰 충격에 휩싸입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사물을 바라보게 된 것입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본 백화점이란 사람들의 엉덩이와 거친 발자국 소리만 난무하는 곳이었습니다. 엄마에게는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이자 흥분의 두 시간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매우 의아하고 공포스러우며, 왜 뛰어다녀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시선이 맞지 않을 때 한쪽은 고통을 겪게 되고, 때로는 그 고통 때문에 양쪽 모두 불행한 결과를 맛보게 됩니다.
대부분의 조직이 흔히 겪는 일이죠. 저희 조직에서도 있는 일입니다. 변화하자고 선포하지만, 눈높이와 시선을 맞추지 않고 시작하기에 또 선포만 하지 그 과정을 관리하지 않기 때문에 변화는 늘 실패의 그림자를 달고 있게 됩니다.
변화를 시작할 때 맞닥뜨리는 고민이 6가지나 된답니다
변화에 대해 마크 트웨인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변화를 좋아할 유일한 사람은 젖은 기저귀를 차고 있는 갓난아기 밖에 없다.’ 재밌는 말이죠? 이 말에 완전히 동의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변화를 얼마나 어려워하는지에 대해서는 동의가 됩니다. 더구나 ‘마음껏 논의해보라’는 것이 선의로 시작된 것이지만, 구성원 입장에서는 광활한 사막에 던져진 것 같은 공포가 될 수 있습니다.
오래된 책이지만 [상황대응 리더십 Ⅱ]는 변화에 직면한 사람들이 갖게 되는 예측 가능한 고민 6가지(진 홀 Gene Hall과 동료들의 연구를 인용)를 통해 우리에게 인사이트를 줍니다. 변화가 시작되면 막연하게 ‘고민이 많아진다’라고만 생각했는데, 6가지 고민이 되다니…! 그것도 그 고민들이 순차적으로 일어난다고 하니, 리더 혹은 조직에서는 순차적으로 달라지는 고민에 대해 적절한 안내를 해주어야 하겠습니다. 그 고민은 바로 다음과 같습니다.
① 정보에 대한 고민
② 자신에 대한 고민
③ 실행에 대한 고민
④ 효과에 대한 고민
⑤ 협력에 대한 고민
⑥ 개선에 대한 고민
이 고민들 중 가장 어려운 부분이 변화의 첫 단추인 ‘정보와 자신에 대한 고민’ 일 것입니다. 이 단추가 잘 채워지면 나머지 영역은 오히려 좀 더 수월하게 진행될 것입니다. 이 두 가지 부분에 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변화 초기에는 관련 정보를 명확하게 알려주세요
리더 혹은 조직에서 ‘변화하자!’고 제안할 때 사람들이 가장 먼저 알고 싶은 것은 ‘관련 정보’입니다. ‘관련 정보’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변화 이유와 목적(Why)에 관한 정보입니다. 즉 ‘왜 변화해야 하는지, 무엇이 변하는 건지, 변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얼마만큼 또 얼마나 빨리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움직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앞의 고상무님의 사례에서 좀 더 분명한 지시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두 번째는 기대와 열망을 유지하도록 돕는 정보입니다. 변화가 시작될 때,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처음 갖는 마음은 호기심과 높은 기대입니다. 전문코치로서 저는 기업의 리더들을 코칭할 때마다 이를 매번 확인하게 됩니다. 코칭 초반에 리더들은 변화에 대한 큰 기대와 열망을 갖습니다. 이때 이 기대와 열망을 놓치지 않는 방법은, ① 바라는 결과를 듣고, ② 그것을 이뤘을 때 끝 그림 End Picture을 명확히 공유하며, ③ 이를 위한 활동 계획을 함께 설계하는 것입니다. 조직 내의 아젠다에 대해서도 동일한 정보가 제공되어야겠지요.
이때 주의할 점은 끝 그림에 결과 목표와 과정 목표가 함께 담겨져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결과 목표는 그야말로 마지막에 얻어지는 성과이고, 과정 목표는 그것을 추구해 가면서 보여지는 태도, 지식, 관계, 문화 등을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고상무님 사례에서 본다면, 결과적 목표는 ‘올해 말까지 1개의 연구과제 도출‘과 같은 목표가 됩니다. 과정 목표는, 이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 중에 ‘아니면 말고라는 마음으로 의견을 마구 던지기’, ‘정반합을 통해 최적안을 이끌어내는 성공체험 하기’,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 존중하고 칭찬하기’, ‘서로의 기여에 의해 실력이 20% 이상 자라기’ 등이 됩니다. 일종의 그라운드룰이나 과정적으로 얻게 되는 정성적 성과 등을 말합니다.
위와 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끝 그림과 계획이 세워져 있으면, 사람들은 막연했던 것들을 시각화하면서 좀 더 안심하게 됩니다. 그러나 고민이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제는 성과를 내는 그 여정이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과 염려를 말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변화에서 두 번째로 떠오르는 고민은 이 변화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관한 것입니다. 이 부분을 두고 리더들은 ‘나약하고 방어적이다’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성공한 리더들과 평범한(?) 사람들 간의 차이가 이 부분에서 생기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변화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고민이 커지는 이유는 ‘내가 포기할 것들이 무엇일까?’에 초점을 두기 때문입니다.
이전에 경력직 평사원으로 입사한 후 임원으로 승진한 분을 코칭한 적이 있습니다. 평사원으로 경력 입사한 사람이 임원으로 승진한 예가 드물기에 어떤 업적을 세우신 거냐고 여쭤봤습니다. “몇 년에 걸쳐 계속 실패한 프로젝트가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진행하다 실패하면, ‘그 프로젝트는 정말 안 되는 프로젝트이구나’할 것이고, 만약 성공한다면 어느 때보다 돋보이는 성과이기에 손해 볼 게 없는 프로젝트라 생각해서, 제가 해보겠다고 자원했죠. 결국 성공을 했고 덕분에 임원이 되었습니다.”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변화가 왔을 때 몇몇은 기회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많은 사람들은 ‘포기해야 할 것들(예. 시간, 자원, 영향력)’에 초점을 두기 때문에 두려움과 방어가 먼저 생깁니다. 변화를 기회로 잘 활용한 사람들은, 다른 사람도 나와 동일하게 변화를 갈망할 것이라고 착각하며 그들에게 빨리 가자고 재촉합니다. 그러나 초대받은 상대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추진만 강조할 때, 변화는 실패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때 필요한 것이 ‘포기할 것도 있지만, 개인이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입니다. 그냥 대화로 풀 수도 있고, 포스트-잇을 활용 해 포기할 것과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적어서 벽에 붙인 후 이야기 나눠볼 수도 있습니다. 포스트-잇을 활용할 때 함께 사용할 유용한 도구로는 기쁨-어려움 차트가 있습니다. 고상무님의 사례에서는 변화 모임에 참석할 때의 기쁨과 어려움, 그리고 변화 모임에 참석하지 않을 때의 기쁨과 어려움 등을 포스트-잇에 적은 후, 4사분면에 붙이면서 함께 이야기해 보는 거죠
이야기를 털어놓는 과정에서, 참석에 대한 동기부여는 높아질 것이고, ‘이런 이야기까지도 할 수 있구나’를 경험하면서 심리적 안전감뿐만 아니라 어떤 스탠스로 임하게 될지도 깨닫게 됩니다.
자신의 역량을 의심하지 않도록 작은 성공체험을 설계해주세요
자신에 대한 고민 중 또 하나가 ‘그 변화를 감당할 역량이 자신에게 있는가?’라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텐데, 괜시리 이 모임에서 내 실력이 들통나는 것은 아닐까? 상무님 앞에서 오히려 나의 밑바닥을 보이는 나쁜 기회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작은 성공 체험입니다. 초반에 매우 작은 성공 체험을 하도록 설계함으로써 ‘이 정도만 해도 칭찬을 받는구나~’하는 경험을 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고상무님의 경우에는 본인이 조직의 미션과도 연관 지어 볼 수 있는 책 한 권을 읽어오도록 권했습니다. 이 책은 실리콘밸리에 있는 한 회사의 사례를 다룬 책으로서, 그들의 실패와 성공과 미래를 다룬 책이었습니다. 책 한 권을 읽고 느낀 점들을 허심탄회하게 나누고, 서로의 관점을 나누면서 좀 더 명확한 관점을 갖게 될 때, 이것은 그들에게 작은 성공체험이 될 것입니다. 이 활동을 통해 주고 싶은 메시지는 ‘어렵지 않다, 혼자서는 못하는 집단 지성이 필요한 일이다, 우리의 전문성을 키우는 꼭 필요한 시간이다’ 등일 겁니다.
무엇보다 꼭 기억하셔야 할 것은, 구성원들이 드러내는 두려움과 방어 자체만 보시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두려움은 목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목표가 없다면 두려움이 생기지 않습니다. 상사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할 때 두렵고 떨리는 이유는 이 프레젠테이션을 꼭 성공시키고 싶다는 열망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방어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괜찮은 사람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변화의 첫 단추를 채우려는 시점에 계시는지요? 그렇다면 구성원들이 갖는 변화에 대한 기대, 목표에 도달하고 싶다는 열망, 그리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들을 헤아려 보시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보십시오. 많은 난관이 있겠지만 서서히 변화의 결과를 보실 겁니다.
당신의 멋진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곁에서, 현코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