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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미숙 Sep 29. 2021

19편. 경청, 어디까지 가봤습니까?

리더십이 어려운 당신에게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상무님과의 코칭 대화]




말이 자신의 세상을 만든다


말이 세상을 만듭니다.

사라 오렘과 동료들(Sara L. Orem, et al.(2009))이 쓴 [강점기반 코칭(Appreciative Coaching)]에 나온 말입니다. 좀 더 좁혀 개인적인 차원에서 본다면 ‘자신이 하고 있는 말로 인해 세상이 만들어집니다’, 혹은 ‘그 사람이 말하는 것에 그 사람의 세상이 담겨 있습니다’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참 예리한 통찰이면서 무서운 말이기도 합니다. 지금 내가 사람들과 주고받는 말들이 내가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고 있다니 말입니다.


피드백 시 ‘피드백을 주는 사람의 요인(giver’s factor)’을 말하는 이유도 유사합니다.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정서, 관점, 수용도 및 유연성이 피드백을 줄 때 반영된다는 것이죠. 그래서 피드백을 줄 때에도 내가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를 스스로 평가해보는 것도 중요합니다.


말이 관계를 만들고 문제를 풀게 합니다. 반대로 관계를 해치기도 하고 문제를 만들고 꼬이게 하는 것도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의 말을 반추해보고, 그 말이 어떤 생각과 경험과 상처와 두려움 속에서 나온 것인지 스스로를 관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킹핀(king-pin)은 경청입니다

“나 오늘 주차하다가 옆 차의 범퍼를 약간 스쳤는데, 차주가 범퍼를 교체해 달래. 사실 반대쪽 범퍼를 보니까 거기도 스크레치가 많더라고. 내가 낸 스크래치가 아닐 수 있는데, 어떻게 같은 아파트 사는 이웃인데 범퍼 자체를 교체해달라고 하지?” 이야기를 듣는 배우자는 바로 이렇게 말합니다. “그러기에 내가 주차할 때 천천히 하라고 몇 번을 말했어! 조심 좀 하지!”라구요. 서로 의도는 그게 아닐 텐데, 결국 다툼을 하게 됩니다.


범퍼 긁은 이야기를 왜 했을까요? 아마도 억울한 일을 겪었으니 공감을 해달라는 거겠죠. ‘왜 천천히 하지 않았냐’는 이야기는 왜 했을까요? 억울한 일을 당한 것이 속상해서 그렇겠죠. 이런 의도를 담아서 이렇게 표현하면 어떨까요? “자기야, 오늘 나 기분 상하는 일이 있었는데, 내 억울한 마음 좀 알아주라~. 오늘 주차하다가… (중략), 나 너무 억울했어…!”라고요. 이렇게 표현해도 눈치를 채지 못하는 배우자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진짜 속상하겠다, 그 사람 정말 나쁜 사람이네~”하며 편을 들어주었을 겁니다.


혹은 이건 어떨까요? 상대가 거칠게 이야기하더라도 그 말속에 있는 의도를 파악해서 공감해주는 거죠. “나빴네. 자기 잘못도 있었겠지만, 원래 스크레치가 많았던 차라면 그냥 가라고 하던지 아니면 도색 비용의 일부만 내라고 해야지, 너무했다!”라구요. 스크래치 사건은 기분 나쁘지만, 오히려 이 대화는 둘의 관계를 더 가깝게 만들었을 겁니다. 그리고 이런 말들이 모여져 부부가 사는 세상을 만들게 됩니다.


결국 가장 좋은 것은 상대방이 내 의도를 잘 이해하도록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걸음 더 성숙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신의 의도를 잘 몰라서 거칠게 말하는 것을 반사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속에 있는 긍정적 의도를 ‘경청’하는 것입니다.


늘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경청의 수준은 천차만별입니다. 스스로 ‘깊이 듣는 코치’라고 자부하는 저도, 오고 가는 말속에서 매 순간 그 사람의 세상을 전부 들을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중요한 의도를 놓치기도 하고 엉뚱한 곳에서 시간을 많이 쓰기도 합니다. 그만큼 경청은 많은 숙련의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시간이 없다구요? 예~. 지금보다는 더 깊이 경청하실 수 있도록 몇 가지 기술들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경청의 1원칙 ‘경청은 입으로 합니다’

경청의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은 ‘경청을 입으로 하라’는 것입니다. 상대의 이야기를 어떻게 들었는지 말로 다시 되돌려준다는 의미입니다. “김 매니저 이야기는, 원하는 스펙을 고객이 자꾸 바꾼다는 거지?”라고 들은 이야기를 말로 표현해주는 것입니다. 혹은 중요한 키워드를 요약해서 확인하는 것도 좋은 경청입니다. “김 매니저 이야기에서 3가지가 크게 들리네요. 스펙의 잦은 변경, 납기 기일, 생산 조직의 협조… 이렇게요. 맞나요?”라는 식입니다. 특히 상대가 같은 이야기를 중언부언한다고 느꼈을 때, 입으로 경청을 해보세요. 알아들은 것을 표현해주면, 상대의 중언부언은 줄어들 것입니다.


경청의 2원칙 ‘사실 지향적 경청과 관계 지향적 경청을 구분합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정확한 사실(fact)을 주고받아야 하는 대화인지,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한 대화인지 분류해봅니다. 곱슬거리는 파마를 하고 온 아내가 ‘마음에 들지 않다’며 ‘당신이 보기에는 어떠냐’고 묻습니다. 이때 사실을 주고받을지 혹은 관계를 유지하고 돈독하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만약 사실을 주고받아야 하는 것으로 들었다면 “음… 좀 심하게 뽀글거리는 것 같아. 복고풍이라고 할까? 1960년대 머리 같아.”라고 말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머리가 너무 뽀글거려서 마음이 답답한 아내는 ‘사실’을 콕 집어 자세히 묘사한 남편에게 화를 쏟아내기 십상입니다. 만약 관계를 돈독하게 하기 위한 대화로 들었다면, “오~ 귀여운 인형 같아~. 며칠 지나면 더 자연스러워지겠는데~?”라고 반응할 수 있습니다. 닭살이 오르나요? ^^ 관계지향적인 경청을 한 겁니다. 사실(fact)에서 벗어나는 답을 한들 어떻습니까. 이 부부가 사는 세상은 매우 따뜻하고 아름다울 것입니다. 반면 사실 지향적인 정보를 주고받는 경청을 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 주식이 자꾸 오르는데 여기에 몰빵 해야겠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면, 내가 아는 ‘사실(fact)’을 재빠르게 말해줘야 합니다.


언제 관계지향적 경청을 해야 할지, 언제 사실 지향적 경청을 해야 할지는, 어떤 상황이냐 어떤 사람과 대화를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입니다. 다만 늘 편향적인 경청을 했던 분이라면, ‘관계지향적 경청 vs 사실 지향적 경청’의 비율을 대체로 직장에서는 3:7을, 가정에서는 반대로 7:3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회의를 마친 후에 생각나는 대화를 복기해보면서, 관계지향적으로 경청했어야 하는 말이 있는지를 찾아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혹은 긴장이 고조되는 회의에서, 관계지향적 경청을 통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무엇을 경청했길래 그런 따뜻한 말을 하게 되었는지 관찰하는 것도 도움이 되실 겁니다.


경청의 3원칙  상대방의 거친 말속에 긍정적 의도를 적극적으로 찾아봅니다’

[출처] Virginia Satir 외(2000). [사티어 모델] 김영애가족치료연구소

앞의 에피소드에서 소통과 언변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상무께서 자신의 비법을 털어놓을 때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매우 상위의 경청 스킬을 쓰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왜 저런 소리를 하지? 이 사람의 니즈가 뭘까? 스스로 표현을 못하고 있는데, 분명 원하는 뭔가가 있을 텐데 그게 뭘까?’하며 상대를 관찰한다는 말씀 말입니다.


가족 심리치료의 대가인 사티어는 사람들이 표면으로 드러내는 말과 행동의 가장 깊숙한 곳에는 열망이 있다고 말합니다. 어떤 민족과 문화에 상관없이 모든 인간은 보편적 소망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성원이 “저는 이 일을 더 이상 못하겠어요….”라며 좌절감을 나타낼 때, ‘뭘 했다고 더 이상 못하겠다는 거지?’라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김상무님처럼 ‘왜 저런 소리를 하는 걸까?’를 먼저 생각해봐야 합니다. 좀 어렵죠? 옆의 사티어 모델을 숙지하신다면 좀 더 수월하게 의도를 경청할 수 있습니다.


즉 피라미드에 가장 아래에 있는 열망을 보면, 사랑받고 싶고 수용과 인정을 받고 싶은데, 그것이 좌절되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걸 겁니다. 이것을 토대로 구성원이 원하는 것을 경청하고, 그것을 입으로 표현해줄 수 있습니다. “이 일을 잘해서 인정도 받고 싶고 도움도 드려야지~ 생각했는데, 뜻대로 안 되니까 속이 상하다는 거지…?”라구요.


단순히 입으로 경청하면 넋두리에 멈출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단계 더 들어가서 상대가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의도까지 경청하고 말해주면, 대화의 양상은 넋두리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장애물을 넘어서서 과제를 성공하게 할 수 있을까?’로 초점이 이동하게 됩니다. 긍정적 의도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기 때문에 생산적인 대화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김상무님이 갖고 계신 비법의 가장 큰 획이 바로 상대가 말하는 것 이면에 그 긍정적 의도를 경청하려고 애쓰는 것이었습니다.


주고받는 대화가 그 관계의 세상을 만듭니다. 불편한 이야기도 서로 수용하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면, 자신의 의도를 잘 ‘말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불분명하거나 거친 이야기를 잘 ‘경청하는 훈련’도 필요합니다. 의사결정에 두려움을 가지고 ‘좀 더 다른 정보를 가져오라’는 상급자의 이야기나, 기분 때문에 자신의 의도를 왜곡해서 말하는 구성원이나, 두려움이나 쓸쓸함을 숨기고 생떼(^^;)를 쓰는 가족이나… 이들 이야기의 본질과 긍정적 의도를 파악하는 경청을 할 수 있다면, 내 삶뿐만 아니라 함께 만든 세상 또한 많이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입으로 경청했음을 알려주시고, 관계지향적 대화도 늘려 보시고, 그리고 거친 말속에 숨겨져 있는 긍정적 의도도 헤아려보는, 그런 오늘이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다음 편에는 리더로서 들어야 할 '더 폭넓은 경청'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신의 멋진 리더십을 응원합니다.

                                                                                                                

                                                                                                                당신의 곁에서, 현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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